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상플) Sweet Dream 12

ooo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4.20 06:39:02
조회 925 추천 17 댓글 4
														


viewimage.php?id=21b2c623e3c037ab7dabd7a7&no=24b0d769e1d32ca73cef85fa11d02831dc7f5dc338ba31e98e3bdf94c707fda92dc5c40f01c3aeea4bd10ec6cf6e70c5cdda3b355fae52b12c90506571c854caa2d957


신새벽의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난 실루엣이 점점 그에게 가까워 온다.

긴장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민준.

뿌연 안개를 뚫고 나타날 얼굴이 그 여자이기를 몇 초 되지 않는 짧은 순간 동안 애타게 기도한다.

 

이윽고 그의 눈 앞에 드러나는 하얀 얼굴.

심장의 박동수가 빨라지며 온 몸의 피가 뜨거워진다.

 

또걱또각 걸어와 민준의 앞에 서는 그녀.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의 눈빛이 제각기 복잡한 생각을 담고 있다.

 

시간이 몇 신데 지금까지 여기 있어요? 안 나오겠다는 내 말 못 들었어요?”

새벽의 정적을 깨며 들려오는 그녀의 음성은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왜 나오라고 했어? 새벽에 불러낼만큼 급한 일이야?”

우두커니 선 채 대답 없는 민준에게 다시 묻는 송이, 이번에는 반말이다.

혼란스러운 그녀의 마음처럼 송이가 하는 말은 존댓말과 반말이 자주 뒤섞인다.

 

왜 나오라고 했을까.

그저 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이제 5일 후면 너와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

알고 있었지만 인정할 수 없었던 그 사실이 벼락처럼 나를 내리치던 순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어

지금 널 안 보면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내게 남은 시간이 겨우 5일이라고

그 끔찍한 사실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았다고

나는5일후 심장이 멎을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고

그 시간이 오면 나는 죽고 내 영혼은 불지옥에 갇힐 거라고

 

이렇게 모두 말하면 니가 뭐라고 할까.

너에게 말할 수 없는 진실들

말한다 해도 니가 하나도 믿지 못할 이야기들

 

미안해... 그냥 보고 싶어서 그랬어.”

나는 내 상황과 심정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진실이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어떻게 퇴색해 버릴지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생각해도 그건 정말 미친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 같아서.

 

민준의 눈동자가 슬픈 바다처럼 어둡게 가라 앉는다.

그냥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민준을 송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올려다 본다.

보고 싶었다는 말에 덮어놓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자신에게 이제 정말 배신감이 든다.

무심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이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

 

미친 짓을 하는 건 분명코 이 남자인데 점점 미쳐가는 건 저인 것 같은 느낌.

그의 전화를 받은 후 한잠도 못자고 뒤척이다 결국 여기까지 뛰어 나온 제 모습.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틀림없었다,

 

민준은 손을 뻗어 송이의 이마를 가만히 쓸어본다.

얼어붙어 있던 손가락이 그녀의 살에 닿는 순간 급작스레 생명을 찾은 듯 감각이 되살아난다.

 

이마에 와닿는 서늘한 감촉에 흠칫 몸을 떠는 송이.

새벽 바람 속에 차가운 그의 손가락이 이마를 거쳐 뺨으로 옮겨간다.

마치 눈 먼 맹인처럼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는 민준.

섬세한 이마와 얇게 솟아오른 눈썹뼈, 부드러운 턱선...

그의 손이 이미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는 윤곽들을 그는 다시 한번 어루만져 본다.

 

냉기가 올라오는 차가운 돌다리 위에서 지난 밤 내내... 이 남자는 무얼 기다린 걸까.

송이는 우울하고 슬픈 그의 눈빛에 압도당해 준비해둔 말들을 하나도 하지 못한다.

 

연수가 끝나면 당신 약혼 한다면서? 약혼할 여자까지 있는 남자가 뭐하는 짓이야?

나도 이제 곧 약혼해! 그러니까 더이상 이상한 짓 하지마! 그럼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

어차피 프로젝트가 끝나면 우린 다시 안 볼 사람들이야

며칠 안 남았잖아? 유종의 미를 장식하자 응?

 

입 안에서 뱅글뱅글 도는 말들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민준을 보고 있는 송이.

이 상황에서 꽁꽁 얼어있는 그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정신이 이상해진 게 틀림없었다.

 

집에 가요 이제. 추운데서 미친 짓 하지 말고.”

말투는 분명 쌀쌀맞기 이를 데 없는데 목소리는 말투와 따로 놀며 가늘게 떨려 나온다.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그 남자는 송이가 시키는 대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한다.

석조 다리의 냉기를 밟고 서 있던 다리가 뻣뻣하게 굳은 것처럼 불편하다.

어느새 민준의 옆으로 다가와 함께 걸음을 옮기는 송이.

다리에서 내려온 두 사람은 좁다란 골목길을 말없이 함께 걷는다.

안개가 걷히며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집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밤이 지나자 아침이 왔고 길거리에 사람들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렇게 함께 있었던 것 같은 익숙함에 송이는 또 기분이 이상해진다.

언제나 그의 옆에서 같이 걸었던 것같은 느낌.

태초부터 제 자리인 듯 편안한 그의 옆.

왜 이런 느낌이 들까.

그는 만난지 한달이 조금 넘은 사람이고, 베네치아는 태어나 처음 와보는 곳인데.

 

두렵고, 간절하고, 슬프고...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설레는 제 마음을 어떻게 단속해야 할지

이상한 남자를 만난 후 함께 이상해져 버린 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송이는 모든게 막막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힐끗 본 그녀의 창백한 옆모습에 무턱대고 가슴이 아파온다.

가만히 팔을 뻗어 그녀의 손을 찾아 쥐는 민준.

송이는 멈칫하며 그를 보았지만 민준의 시선은 이미 정면을 향하고 있다.

그의 손 안에 갇힌 제 손을 어쩔까 고민하며 긴장한 그녀의 손을 민준은 그냥 꼭 붙잡고 있다.

 

아무 말없이 걷는 두 사람.

그의 집과 그녀의 집으로 가는 갈림길에 다다른 민준은 그제야 송이의 손을 놓아준다.

잠시 마주보던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등을 돌려 각자의 집으로 걷는다.

 

악몽에 시달리며 당장 그 여자를 못보면 죽을 것 같아 집을 뛰쳐나갔던 민준.

그의 마음은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

송이는 짧은 시간 민준의 손을 잡고 새벽길을 함께 걸어주었을 뿐이지만 미칠 것 같던 두려움에서 민준을 구해냈다.

그리고 이제 시간은 겨우 5일이 남아 있었다.

 

---------------------------------------------------------------------------

 

<D-5>

 

12월의 해는 짧디 짧다.

하루 종일 찌푸려 있던 하늘에 빗줄기가 뿌리기 시작하더니 오후 4시가 넘어가면서 벌써 주위가 컴컴해졌다.

 

세미는 민준을 따라 막 출발하는 바포레또 (베네치아의 수상버스)에 뛰어 오른다.

관광객들이 왕창 내리는 바람에 한산해진 선실 뒷자리에 민준이 혼자 앉아있다.

얼른 달려가 그의 옆 자리에 앉는 세미. 민준은 세미를 힐끔 한번 볼 뿐 별다른 말이 없다.

 

야 사람이 옆에 오면 인사라도 좀 해라!”

방금 학교에서 헤어졌는데 무슨 인사를 또 해?”

아니 적어도 아는 척이라도 좀 하든가! 그냥 슬쩍 보는 게 다야?”

어쩌라고...”

 

민준은 귀찮은 듯 고개를 창밖으로 돌려버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랜만에 민준과 둘이 앉아있는게 좋아 세미의 입술이 삐죽삐죽 춤을 춘다.

다음 정거장에서 바포레또에 오른 관광객들이 우르르 뒷편까지 밀고 들어오자

세미는 어쩔 수 없는 척 민준에게 바짝 다가간다.

몸을 밀착시키는 세미때문에 민준은 인상을 찡그렸지만 선실에 꽉 들어찬 사람들을 보자 시선을 다시 창밖으로 돌린다.

이윽고 바포레또가 산마르코 광장에 도착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어서서 출구로 몰려나간다.

사람들에 밀리며 출구로 걷던 세미의 눈에 바포레또 승강장에 서있는 송이와 강대리의 모습이 보인다.

왁자지껄한 중국인 관광객들에 밀쳐지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민준의 팔짱을 끼는 세미.

이리저리 떠밀리는 와중이라 민준도 세미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온갖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한 그는 세미가 제 팔을 붙잡는지 어쩌는지 사실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다.

 

혼잡한 와중에 민준의 팔을 꼭 끌어 안으며 제 몸을 의지하는 세미.

앞을 보는 척 하고 있지만 사실은 승강장에서 출구를 보며 서있는 송이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포레또에서 내리는 순간에는 강대리와 송이가 똑똑히 볼 수 있도록

위치를 살짝 틀며 민준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듯한 자세로 출구를 빠져 나온다.

 

구름처럼 몰려나오는 사람들 틈에서 민준과 세미의 모습을 포착한 강대리.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던 송이도 민준의 가슴에 안기다시피 한 세미를 발견한다.

강대리와 송이를 그제야 발견한 듯 고개를 까딱하는 세미.

엉겁결에 같이 눈인사를 한 송이는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려 황망히 걷기 시작한다.

 

어머 팀장님!!” 강대리는 갑자기 반대 쪽으로 걸어가 버리는 송이를 따라간다.

송이의 모습을 쫓으며 표독스럽게 올라가는 세미의 눈빛.

 

이제 이것 좀 놔!” 땅에 발을 딛고 관광객들 틈에서 제법 벗어나자 바로 민준의 투박한 음성이 들려온다.

계속 바닥을 향하고 있던 그의 시선이 이제 세미를 보고 있다.

세미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팔을 풀며 멀어진 송이의 뒷모습을 슬쩍 살펴 본다.

 

------------------------------------------------------------------------

 

송이야! 너 강대리랑 어디 간다더니 일찍 들어왔네? 어라? 표정이 왜 그래?”

 

집으로 들어서는 송이를 보며 반색을 하던 휘경은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걸 금세 알아챈다.

 

어디 아파? 이리 와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송이의 이마를 짚어보는 휘경.

 

천송이... 몇 년 동안 한결같이 너를 사랑해주는 이 남자를 두고 무슨 짓이야

바람둥이, 정신병자 같은 놈한테 마음이 뺏겨서

 

다정한 휘경의 손길에 눈물이 핑 돌아 얼른 눈을 내리까는 송이.

 

정신차려 천송이!

 

----------------------------------------------------------------------------------

 

<민준의 집>

 

어두워진 하늘에서 드디어 비가 투둑투둑 쏟아지기 시작한다.

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에 흠칫 놀라며 다급하게 핸드폰을 집어드는 민준.

세미라는 이름을 보자 전화기를 침대 위로 던져 버린다.

 

무얼 기다리고 있는 걸까?

그 여자가 전화 따위 할리가 없는데.

 

있는 거 다 알고 있으니 어서 받으라는 듯 전화벨은 고집스럽게 울려대고 있다.

전원을 꺼버리려고 핸드폰을 다시 잡는 순간 방 안에 훅 끼쳐오는 섬찟하고 차가운 공기.

민준은 반사적으로 몸의 움직임을 멈춘다.

노르스름한 불꽃 같은 것이 잠깐 일렁이더니 갑자기 눈 앞에 금빛 덩어리 같은 것이 나타난다.

어느새 제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이상한 인간을 보며 눈을 깜빡이는 민준.

아니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간은 분명 아니었다.

 

한 눈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볼 수 있는 아름답고 기묘한 모습.

온 몸이 금빛이라는 것만 다를 뿐 이 자는 운명을 아주 쏙 빼 닮았다.

긴 머리카락은 눈부신 금발이었고, 그린듯한 눈썹과 엄청나게 긴 속눈썹도 모두 금색이었다.

걸치고 있는 옷 역시 금가루를 쏟아놓은 것처럼 반짝였다.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눈동자는 연한 하늘색이고, 피부는 눈처럼 희고 투명했다,

 

운명과의 차이점이라면 모든 게 은빛인 운명과 달리 모든 게 금빛이라는 것.

운명보다 조금 키가 작고 더 호리호리했으며 성별이 분간이 안 되는 와중에도

남자처럼 느껴지는 운명과 달리 이 자는 여자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얼어붙어 있어? 놀랬어?” 운명을 닮은 기묘한 발성과 소름이 돋을만큼 차가운 음성.

 

삼신이다!!

민준은 눈도 깜박이지 못하고 서서 뚫어지게 그녀를 주시한다.

 

당신이.. 여긴 어쩐 일로...?” 예상치 못한 삼신의 방문에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민준.

 

나 누군지 알아?” 삼신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알아.”

누군데?”

삼신....”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민준을 유심히 바라보는 삼신.

무슨 신기한 물건을 보는 듯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민준을 훑어본다.

 

니네도 참 구제불능이다... 이만하면 좀 서로 놔줄 때도 되지 않았나?? 자그마치 오천년이야 오천년..”

 

됐고! ... 여긴 왜 왔어? 제 말을 툭 자르며 묻는 민준에게 삼신은 고운 미간을 찌푸린다.

 

, 저 버르장머리하고는!! 하긴....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으니 얼마나 두렵겠어? 이해는 해, ...”

죽음 같은 거 하나도 두렵지 않아!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보는 삼신에게 바로 맞받아치는 민준.

 

알아 알아! 니가 두려운 건 죽음이 아니지!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라 그녀와의 이별이 두렵다고 생각한 거 알아!”

민준은 제 생각까지 다 읽고있는 삼신 남매에게 짜증이 확 치민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너랑은 상관없어. 그러니까 니 맘대로 내 생각이나 마음 엿보지마!”

민준의 말투가 거칠어진다.

 

, 화내지마! 난 널 도와주러 왔다구!”

심신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뜻밖의 말에 금세 변하는 민준의 표정.

 

... 도와주러??”

그래... 널 도와주러.”

 

이건 또 뭔가??

 

니가 지금 제일 바라는 거 하나만 얘기해 봐! 들어줄 테니..”

부질없는 희망을 품지말자고 생각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솟아나는 기대감에 민준의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어서 말해 니 소원!”

소원을 말하면,,, 들어줄 거야?”

아마도..? 얼른 말해! 시간 끌지 말고!!”

내가 그 여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날 불지옥으로 보낸다고 했지?”

경계하듯 조심스레 말을 시작하는 민준.

 

맞아! 이제 5일 남았네?”

그걸 취소해줘! 그게 소원이야!”

안돼! 그건 취소 못 해! 다른 걸로 말해 봐!”

왜 취소를 못 해??”

내가 이미 불지옥 컴에 입력을 다 시켜놨거든!”

?”

천송이가 몇날 몇일까지 도민준을 사랑하지 않으면 도민준은 불지옥에 영원히 갇히는 걸로 입력 다 끝났어!”

그게 도대체 무슨.....”

이제 그건 돌이킬 수 없다고! 그러니까 다른 소원을 말해봐!”

 

물끄러미 삼신을 응시하던 민준의 눈동자에 분노가 들어찬다.

다른 소원? 그런 게 있을 수 있나?

 

다른 소원은 없어!” 퉁명스레 내뱉으며 현관으로 걸음을 옮기는 민준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는 삼신.

 

니 소원이 정 그거 하나밖에 없다면 그걸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냐!”

등 뒤에서 들려오는 삼신의 말에 민준은 황급히 뒤를 돌아본다.

 

성큼성큼 걸어 다시 삼신 앞으로 다가오는 민준.

 

방금 전엔 안 된다더니.... 지금 장난해?” 그의 음성이 떨려 나온다.

 

죽여버릴 듯 저를 노려보는 민준에게 삼신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인다.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냐.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

 

긴장된 표정으로 심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민준. 심장이 또 다시 터질 듯 뛰기 시작한다.

 

넌 지금 무조건 살고 싶은 거잖아? 그 여자가 널 사랑하든 안하든 그건 둘째 문제고...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 여자랑 영원히 이별하는 게 제일 두렵다면서?

결국 불지옥에 갇히지 않고 이 세상에 살아있을 수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 그 여자의 마음과 상관없이.”

 

그래... 맞아.. 그 여자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그래도 상관없어.”

민준은 미칠듯한 심정으로 마지막 희망을 붙잡는다.

 

그 여자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니.... 이 세상에 살아있게만 해줘.”

실낱같은 가능성에 기대며 간절하게 삼신에게 매달린다.

 

살려면 준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삼신에게 무릎꿇고 사정이라도 하고 싶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라고 해도 당장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지.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는 거야.”

정해진 운명?”

하늘이 정한 니 인연의 짝을 받아들이면 된다고!”

그게 무슨?”

 

하늘이 정해준 니 인연은 그 여자가 아니야. 수 많은 전생들을 생각해 봐!

너희들은 언제나 정해진 인연을 거부하고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했어.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너도 잘 알고 있지?”

 

사랑해서는 안되는 사람.

유부녀였던 예니콜부터 독립군 저격수, 단군의 약혼자까지 사랑해서는 안되는 여자를 사랑한 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도 그 여자는 내가 사랑해선 안되는 사람일까?

 

이번 생은 다르잖아? 왜 그 여자를 사랑하면 안 되는 건데?

그 여자는 유부녀도 아니고 조국의 원수도 아니야. 베프의 약혼자도 아니고!”

억울한 듯 외치는 민준을 보며 삼신은 고개를 흔든다.

 

그래도 안돼! 다시 말하지만 하늘이 정한 니 인연은 따로 있어. 그 여자도 마찬가지고.”

 

민준의 머릿속으로 세미와 휘경의 모습이 함께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맞아. 니 짝은 유세미고 천송이의 짝은 이휘경이야. 그걸 받아 들여. 그럼 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어.

그 여자가 널 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니 같은 하늘 아래 살게만 해달라고 했지?

유세미의 남자가 되면 그 여자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있어.”

 

갑자기 정전이 된 듯 눈 앞이 캄캄해진다.

죽지않고 니 옆에 살기 위해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어야 한다니...

 

시간이 없어! 5일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갈 거야. 그 전에 유세미의 마음을 받아 들여!”

 

일어서는 삼신의 금빛 머리카락이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너희들이 드디어 하늘의 뜻에 순응한다면 너도 그 여자도 천수를 다 할 수 있어.”

노란 빛이 번쩍 하더니 악마처럼 달콤하게 속삭이던 삼신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영혼이 모두 빠져나간 듯 민준의 눈빛이 허탈해진다.

천송이가 숨쉬는 이 세상에 그도 살 수 있는 방법.

삼신이 던져 주고 간 유일한 구원은 무자비하고도 잔혹했다.

 

------------------------------------------------------------------------------------

 

세미는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민준의 집 앞에 선다.

 

오늘은 어떻게든 내 마음을 고백해야지...

 

도민준, 너를 사랑한다고

처음 만난 그 날부터 사랑했다고

이젠 정말 모두 말해야지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손가락을 뻗어 벨을 누른다.

 

===================================================================================

추천 비추천

17

고정닉 1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공지 ★☆★☆★ 별에서 온 그대 갤러리 단어장 ★☆★☆★ [64] DC별그대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8.23 14486 154
공지 ★☆★☆★ 별에서 온 그대 갤러리 통합공지 ★☆★☆★ [43] DC별그대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8.23 18473 178
공지 ☆★☆★☆별에서 온 그대 갤러리 종방연 서포트 사진 후기 [109] 릴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3.06 30027 347
공지 ★★★★★★★★별그대 갤러리 가이드★★★★★★★ [27] 도할배송이(211.214) 13.12.26 37858 171
공지 별에서 온 그대 갤러리 이용 안내 [70] 운영자 13.12.19 56054 70
234987 요즘 [2] ㅇㅇ(5.90) 04.25 134 2
234983 천도케미 보고싶다 [1] 별갤러(58.29) 04.11 276 27
234982 정주행 괜히 했다 [4] 별갤러(221.147) 04.06 298 5
234980 저기요 여기 좀 쓸게요 ㅇㅇ(223.38) 03.29 268 0
234978 걍 도민준 귀환이잖아 [3] 별갤러(58.29) 03.20 513 7
234977 오늘 유퀴즈에서 천도이야기 나오나봄 ㅇㅇ(110.15) 03.13 257 0
234975 5회차 완 [2] 별갤러(124.146) 23.12.26 392 4
234974 별그대 10주년축하!!3 [4] 죽먼지(112.169) 23.12.18 421 4
234973 별그대 10주년축하!!2 [3] 죽먼지(112.169) 23.12.18 333 2
234972 별그대10주년 축하!! [3] 죽먼지(112.169) 23.12.18 334 2
234971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하) [5] ooooo(2.39) 23.12.18 425 8
234970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중) [1] ooooo(2.39) 23.12.18 359 5
234969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상) [3] ooooo(2.39) 23.12.18 436 8
234968 딥디 추가씬 별갤러(124.59) 23.12.17 213 0
234967 난 별그대 ost 다 좋은데 잠자기 전에 듣는 음악은 이게 젤 좋아 [1] 별갤러(106.102) 23.11.26 375 0
234964 날 추워지니 슬슬 생각나서 들어온 먼지들아 [12] 별갤러(125.189) 23.10.26 472 1
234963 어제부터 정주행중입니다 [1] ㅇㅇ(211.234) 23.09.17 390 2
234962 여긴 아직도 글 쓰는 사람 잇네 [1] ㅇㅇ(220.84) 23.08.23 472 1
234961 너의 모든 순간 City pop 버전 ㅇㅇ(211.251) 23.08.07 258 0
234956 별하 [1] 모여 23.06.21 483 0
234955 천송이는 도민쥰이 옛날에 자기 구해준 아저씨인줄 [1] ㅇㅇ(175.203) 23.06.12 609 0
234954 혹시 별그대는 대본집 없어? [1] ㅇㅇ(117.111) 23.06.04 651 0
234953 올해 10주년인데 뭐 없겠지? [4] ㅇㅇ(211.110) 23.04.19 718 1
234948 별그대 보기 시작했는데 [2] ㅇㅇ(39.7) 23.03.20 658 0
234947 별그대 오스트 진짜 다 좋음 [1] ㅇㅇ(211.110) 23.02.23 562 1
234946 블레로 다시 정주행하고 있어 ㅇㅇ(101.235) 23.02.22 367 5
234945 정주행함 [1] ㅇㅇ(221.141) 23.02.14 540 3
234944 블레 질문ㅜㅜ ㅇㅇ(175.198) 23.01.28 428 0
234943 이 드라마 초3 될 때 봤는데 [1] ㅇㅇ(114.206) 23.01.17 699 2
234942 (속보)도민준 발견 [1] ㅇㅇ(121.139) 23.01.11 711 0
234940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별그대 ㅇㅇ(125.189) 22.12.29 606 15
234939 오늘 별요일이네 ㅠㅠㅠ ㅇㅇ(125.130) 22.12.18 442 18
234938 먼지들아 ㅠㅠㅠㅠㅠ 작가님이랑 도민준 본체 재회한대 [2] ㅇㅇ(183.109) 22.11.18 882 9
234937 앙어아아아아엉어ㅓ엉도도도도도도도도도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11 409 0
234936 추억팔이4 [2] 죽먼지(112.169) 22.09.13 926 7
234935 추억팔이3 죽먼지(112.169) 22.09.13 450 1
234934 추억팔이2 죽먼지(112.169) 22.09.13 463 1
234933 추억팔이 죽먼지(112.169) 22.09.13 563 1
234931 상플 추천 부탁해도 될까? ㅇㅇ(119.64) 22.09.03 476 0
234929 거의 10년전 드라마인데도 하나도 안촌스러움 [1] ㅇㅇ(117.111) 22.07.29 902 17
234928 너의 모든 순간 듣다가 생각나서 옴 [1] ㅇㅇ(58.239) 22.07.17 737 4
234921 본방때도 느끼고 다시 보는데도 느끼지만 주인공 지능에는 문제가 있다 ㅇㅇ(110.9) 22.04.27 727 0
234919 도민준 주민등록증 한자 나만 이상하냐 [4] ㅇㅇ(112.154) 22.04.06 1139 0
234917 별그대 1화에 서이화랑 [1] 천송이만송이(58.122) 22.03.21 941 1
234916 예전에 재밌게봐서 다시보는데 설정오류임? [5] ㅇㅇ(220.79) 22.03.12 116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