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일정을 모두 마친
멤버들은 하루 종일 가면 무도회 준비로 들떠있다.
이벤트를 책임진 업체는
베니치아 최고의 기획사였다.
그들은 멤버들을 여자와
남자로 나누어 각기 다른 장소로 이동시켰다.
헤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붙었고, 의상 코디네이터도 서너 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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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을 위한 거울들이
마치 패션쇼 백스테이지처럼 길게 준비되어 있다.
조잘조잘 떠들며 의자에
앉아 거울을 들여다 보는 멤버들.
가부키 분장처럼 분칠을
한 여자들의 피부색은 모두 불투명한 흰색이 되었다.
“가면 쓴다면서 이렇게 하얀 피부 화장이 굳이 필요한가??”
“손까지 하얗게 칠하네?? 장갑 낀다더니??”
“가면써도 목 피부가 보이고, 장갑 끼어도
손목 피부는 드러날 수 있잖아? 그래서 그런 거래!”
“정말 퍼펙트하다!! 우리 오늘 완전
베르사이유의 장미 찍는 거 아냐?”
“어머어머 쟤네들 얼굴 봐? 저렇게 분장하고
가발까지 쓰니까 죄다 똑 같아 보여!!”
“저게 누구지?? 유세미하고 사라 아냐? 그 옆엔 강대리님?”
“팀장님 아냐? 강대리야? 야 나중에 가면까지 쓰면 진짜 누가 누군지 하나도 모르겠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디자인팀 직원들.
마리 앙트와네트 의상은
여자들 수에 맞추어 총 15벌이 준비되었다.
화려한 레드, 품격있는 화이트, 섹시한 핑크, 우아한
골드, 신비로운 보라색 등 의상의 색깔은 제각기 달랐지만
구불구불 말린 금발머리
가발은 15개가 균일하게 똑같았다.
코디네이터들은 좀 작은
여자들에게는 높은 굽의 구두를,
키가 큰 여자들에게는 낮은
구두를 신게 해서 최대한 여자들의 키를 비슷하게 만들었다.
물론 각기 다른 높이의
구두는 잔뜩 부풀린 드레스 아래로 숨어 들어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똑같은 가발과 가면을 쓴
여자들이 장갑까지 착용하자 겉으로 드러나는 개인적인 신체의 특징은 모두 사라졌다.
특별히 통통하거나 키가
아주 작은 여자들은 아무래도 티가 났지만 늘씬한 여자들 대여섯은 전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키가 큰 송이와 강대리
등은 낮은 굽의 구두를 신었고 조금 작은 세미나 사라 등은 높은 굽의 구두를 신었다.
비슷한 체형의 디자이너 2명과 베네치아 공대 학생 1명까지 포함한 7명의
여자들은
그야말로 누가 누군지 그녀들도
서로 알아보지 못한다.
송이는 기가 막힐 만큼
똑같아진 여섯 여자들을 훑어본다.
아련한 환상처럼 떠오르는
폭우가 쏟아지던 밤의 기억.
오늘의 파티가 끝나면 이제
내일은 한국으로 떠난다.
송이가 앞으로 살아갈 곳.
하지만 그 남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곳.
여기는 그 남자가 살아갈
베네치아.
젊고 예쁜 약혼자와 함께...
송이는 주욱 늘어선 여자들을
다시 살펴본다.
그 남자의 젊고 예쁜 약혼녀는
저들 중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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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카페 플로리안>
남자들을 실은 버스가 먼저
산마르코 광장에 도착한다.
카사노바로 변신한 그들은
카사노바가 자주 커피를 마셨다는 카페 플로리안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어선다.
베네치아 귀족의 옷을 입은
그들은 모두 검은 모자를 쓰고 있다.
레이스 자보가 달린 셔츠에
화려한 금색 수가 놓인 코트,
허벅지의 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슬림한 짧은 바지와 흰색 바탕의 타이즈 아래로 코가 갸름한 가죽 구두.
그리고 금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가면이 그들의 얼굴을 가리고 있다.
휘경은 웅성웅성 모여 여자들을
기다리는 남자들을 휘이 둘러본다.
아무래도 남자들은 여자들처럼
구두로 키를 맞추기가 어렵다.
똑같은 분장을 했지만 누가누구인지
분간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누구인지 금세 구분이 되는 사람도 있었다.
키가 아주 큰 희경은 저와
비슷한 키의 남자를 힐끗 쳐다본다.
저 남자는 분명 영국 학생
필립일 것이었다.
참가할 남자들을 통틀어 185센티가 넘는 남자는 휘경과 필립 단 둘 뿐이었으니까.
벽에 붙은 거울에 보이는
저와 필립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던 희경은 새삼 감탄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거울에 비친 모습만으로는
저조차도 누가 필립인지 누가 이휘경인지 알아보기 어려웠다.
고개를 돌려 다른 남자들을
살펴보는 휘경.
그는 무의식적으로 도민준을
찾고 있었으나 180센티 전후의 남자들은 당장 연수팀의 최과장을 비롯해
베네치아 공대 이탈리아
학생들 중에도 대여섯은 되었다.
뚱뚱한 두 어명을 제외하면
다섯 명의 남자들이 비슷한 체형을 갖고 있었다.
어깨가 좀 왜소한 자들도
분명 있었건만 어찌된 일인지 무대 의상 같은 코트를 걸친 남자들의 어깨는
다 비슷하게 넓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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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의 환호와 함께 드디어
여자들이 카페 안으로 들어선다.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녀들을
바라보는 남자들.
베네치아 최고 코디네이터들의
솜씨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화려한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여러 명의 마리 앙트와네트들을 구경하느라 그들은 넋을 놓는다.
15명의 앙트와네트가 입장하자 실내의 조명이 한층 어두워졌고, 파티를 이끌어갈 진행자가 앞으로 나선다.
“자 여기 양 쪽으로 나누어 서 주세요! 오늘
밤 파티의 첫 번째 룰은 누구도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진행자들 뿐입니다.
여러분들은 절대 상대방에게
누구인지 물어서도 안되고 내가 누구인지 알려서도 안됩니다!!
가면 속의 얼굴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여러분의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해야 합니다!!!
우선 파트너를 정하겠습니다!! 카사노바들은 제비뽑기를 해야하니 앞으로 모여 주세요!!”
흥미로운 사회자의 발언에
참가자들은 낮게 탄성을 내지르며 술렁거린다.
테이블 위의 투명한 유리
용기에는 곱게 접힌 종이들이 마구 뒤섞여 있다.
“종이에는 1부터 15까지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1번을 뽑은 카사노바가 가장 먼저 마음에 드는 앙트와네트를 고를 수 있습니다!!
1번 카사노바가 선택한 앙트와네트는 1번
카사노바와 함께 저기 보이는 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속해서 2번 카사노바, 3번 카사노바 순서로 파트너를 선택합니다.
선택된 앙트와네트들은 파트너와
함께 각기 저희가 안내하는 룸으로 들어갑니다.
물론 룸에서는 한마디의
말도 해서는 안되고 저희 보조 진행자들이 감시를 할 겁니다.
15번 카사노바까지 파트너가 정해지면 룸에서 쉬고 있던 모든 참가자들은 다시
홀로 나옵니다.
그때부터 댄스 파티와 흥미로운
게임들이 진행될 겁니다!!”
사회자의 유려한 설명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모두 그가 가리키는 안쪽의 룸들을 쳐다본다.
고풍스러운 살롱 같은 작고
호화로운 룸에는 로코코 양식의 화려한 탁자와 소파가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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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송이일까??
휘경은 초조하게 15명의 앙트와네트들을 돌아본다.
도저히 송이일 수 없는
앙트와네트를 찾는 건 쉬웠다.
문제는 송이일수도 있는
앙트와네트가 적어도 7명은 된다는 거였다.
한 명씩 다시 보며 송이일
가능성이 더 있어 보이는 여자를 추려내는 휘경.
그가 알고 있는 송이 몸이나
행동의 특징을 아무리 떠올려 봐도
앙트와네트의 거창한 의상
속에 완벽히 파묻힌 여자들 중 송이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추리고 추렸지만 그래도 5명이나 된다.
저 5명은 정말 너무나 똑같아서 아무나 송이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송이의 하얀 피부는 가면에
가려졌고, 가느다란 손목도 장갑에 가려 유추하기가 쉽지 않았다.
구불구불 굵게 말린 가발과
옷의 과장된 장식이 목선마저 교묘하게 가리고 있었다.
가슴에다 제각기 패드를
넣었는지 가슴의 크기도 모두 비슷했고 허리 굵기도 다 거기서 거기였다.
하 이럴 수가 있나??
휘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설마하니 이렇게 완벽한
분장을 할 줄이야....
<어둠속의 파트너> 라고 오늘 파티의
컨셉을 듣긴했지만 그저 한 귀로 흘리고 말았는데...
심호흡을 하며 5명의 앙트와네트를 몇 번이나 비교해 보는 휘경.
제비뽑기를 위해 모여드는
카사노바들이 눈에 들어오자
이번에는 도민준일 확률이
있는 남자들 다섯 중 누가 도민준일까 머리를 굴려본다.
도민준과 최과장은 키가
비슷했으나 비율에서 차이가 있다.
저들 중 누가 최과장인지
한 눈에 파악하는 휘경.
문제는 나머지 4명의 구분이 전혀 안 된다는 거였다.
공대 학생들 3명은 도민준과 아주 흡사한 비율을 갖고 있었다.
생소한 카사노바 옷을 입혀놓고
가면까지 씌워 놓으니 누가 누군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휘경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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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민준이지???
세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3명의 남자를 찬찬히 살펴본다.
얼핏 너무 비슷해 보인
남자는 애초에 4명이었다.
여자들과 달리 15명의 남자들은 옷 색깔까지 똑같았지만 그 들 중 4명을 추려내는 건 쉬운 일이었다.
민준과 아주 흡사한 키와
체형의 남자들.
꼼꼼하게 4명의 남자를 살피던 세미는 드디어 발이 큰 한 남자를 탈락시킨다.
독특한 가죽 구두를 신은
그들 중 유독 발이 길고 큰 한 남자!
저 남자는 민준이가 아니었다.
그럼 이제 남은 남자는 3명.
누가 민준이일까?
아무리 봐도 누가 누구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괜시리 쫓기듯 초조해지는
마음.
남자들은 이제 제비뽑기를
하고 있다.
민준이는 누구일까?
저 중에 어떤 남자가 날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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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오래 된 거울이
붙어있다.
송이는 1700년대의 어디쯤에서 튀어나온 듯이 똑같은 여자들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거울 속의 여자들은 제가
봐도 저들 중 누가 천송이인지 모를 정도다.
그나마 옷의 색깔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드레스 색깔로 겨우 저를 알아보긴 하겠지만
침침한 조명 아래 이렇게 서있으니 거울 속의 옷과 제가 기억하고 있는 옷의 색깔이 일치하는지도
헷갈릴 지경이다.
거울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한쪽 팔을 들어보는 송이.
오른 팔을 살짝 들어올리는
여자가 보인다.
저게 나야...
제가 기억하는 색깔의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저라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며 안도하는 송이.
오늘 밤의 파티는 미스테리하면서
신비로웠다.
스스로를 알아보기 힘들만큼
똑같아진 사람들과 절대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규칙이 어우러져
흥미롭지만 기이하고 불안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어 있다.
휘경이와 필립일 것이 분명한
두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는 송이.
그 둘은 쌍둥이처럼 흡사했다.
두 사람 중 누가 저를
택해도 그게 휘경이인지 아닌지는 도무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도민준,
그 남자는 어디 있을까?
송이는 아까부터 저도 모르게
그를 찾고 있다.
하지만 오늘 밤 도민준을
찾기는 이휘경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그와 비슷한 남자들은 얼핏
보아도 서너 명은 되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어떤 남자가
저를 선택해도 그가 누구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그건 아마 선택하는 남자도
마찬가지일 거였다.
다시 한번 팔을 움직이며
제 모습을 확인하는 송이.
어차피 누가 누구인지 알고
선택하기는 불가능한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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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은 제비뽑기 통에 손을
넣어 종이 하나를 집어 든다.
오늘 밤 그의 마음은 어느새
차분해진 배네치아의 하늘처럼 고요했다.
마지막 밤.
악마의 유혹처럼 끝까지
그를 괴롭히던 세미를 향한 망설임도 이제는 사라졌다.
안되는 건 안되는 거였다.
세미를 향해 어떤 반응도
없는 심장으로 그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녀를 안을 수는 없었다.
동이 트기 전에 세미를
가지라던 운명의 충고.
새벽이 오려면 이제 얼마나
시간이 남은 걸까.
겨울 밤은 길었지만 아무리
긴 밤도 결국 끝은 오고야 만다.
길고 긴 겨울 밤이 끝나면
싫어도 아침이 올 것이었다.
얼굴을 가면 속에 감추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카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파트너를 선택하고
정체를 모르는 남자로부터
선택 받는다는 묘한 호기심으로 긴장감이 감돈다.
정갈하게 접혀있는 종이를
열고 숫자를 들여다 보는 민준.
3
하얀 종이 위에 간결하게
찍혀있는 숫자는 그가 세번째로 파트너를 고를 수 있다고 알려준다.
고개를 들고 송이처럼 보이는 7명의 여자들을 둘러보는 민준.
레드, 화이트, 골드, 핑크, 바이올렛, 옐로우, 터키블루
누구라도 천송이일 수 있는
여자들의 숫자는 일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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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1번부터 나와주세요!!!!”
사회자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지자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나서는 남자.
키가 큰 그 남자는 누구봐도
이휘경 전무나 필립 중 하나였다.
저 남자는 누굴까?
휘경이일까? 아니면 영국인 필립일까?
송이의 마음이 저도 모르게
조마조마해진다.
“1번 카사노바, 이제부터 당신 마음에
드는 앙트와네트를 선택해 주세요! 제한
시간은 5분입니다.
원한다면 모든 앙트와네트의
손을 잡아볼 수 있습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마음이
정해지면 들고 있는 장미를 당신이 선택한 앙트와네트에게 바치면 되는 겁니다!!”
1번 카사노바는 건너편에 서있는 여자들을 유심히 관찰하기 위해 최대한 가까이
다가간다.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후욱
어두워지는 조명.
가면의 갸르슴한 틈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눈동자를 살피려던 그의 계획은 어두워진 조명 아래 속수무책이었다.
드디어 여자들 앞에 선
그는 레드 컬러 드레스의 미녀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그가 내미는 손 위로 가만히
와 닿는 레드 앙트와네트의 손.
하지만 붉은 장갑을 끼고
있는 그 손을 살짝 쥐어 보아도 아무 느낌이 오지 않는다.
송이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젠장할.....
조급해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음 앙트와네트에게 손을 내미는 휘경.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앙트와네트의
손을 잡고 온 신경을 곤두세워 보았으나 레드 앙트와네트와 다른 점은 없었다.
또 그 다음.
고급스러운 골드 드레스를
입은 앙트와네트의 손을 잡아본다.
이 여자일까? 송이야, 너 맞아?
긴가만가한 휘경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음 여자에게 옮겨간다.
그의 시선을 교란시키는
아름다운 핑크빛 드레스.
그녀의 손도 잡아본다.
“자 이제 1분 남았습니다!!!!! 60초 후에는 한 명의 앙트와네트를 선택해야 합니다!!!”
사회자가 목청을 높이자
보조 진행자들이 우우!! 함성을 내지르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바짝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정신없이 여자들을 둘러보는 휘경.
마음이 조급해져 그나마
추려 놓은 세 명의 앙트와네트도 모두 헷갈리기 시작한다.
10!!!
9!!!! 8!!!!!!
사회자는 우왕좌왕하는 휘경을
향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자, 이제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끝났습니다!!! 장미를 그대의 앙트와네트에게 전해주십시오!!!
모두 주목해주세요!!! 드디어 오늘 밤의 첫 커플이 탄생합니다!!!”
휘경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장미꽃을 들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화이트와 골드, 핑크와 바이올렛 드레스를 두고 망설이던 그는 드디어 결심한 듯
눈부신 핑크 드레스의 앙트와네트에게
그의 장미를 내민다.
1번 카사노바의 장미를 핑크 앙트와네트가 받아 들자 보조 진행자가 그들을 첫번째
룸으로 인도한다.
“자 두 분은 이쪽으로 저를 따라 오세요!!! 로맨틱한
룸에 앉아서 다른 파트너들이 정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절대 말을 해서는
안되는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제가 두 분과 함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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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등장한 2번 카사노바는 도민준과 매우 비슷한 키와 체형을 가지고 있다.
꼿꼿이 서서 눈 앞의 여자들을
둘러 보는 2번 카사노바.
14명의 여자들 사이를 신중하게 걸어 다니며 그녀들의 손을 잡아본 그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땀이 배인 두 손에 힘을
주며 그를 쫓는 세미의 시선.
민준아... 너야?
“이제 5분이 지났습니다!!! 어서 선택해 주세요!! 자,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10, 9, 8...”
쩌렁쩌렁 울리는 사회자의
독촉 속에 그는 결국 신비로운 보라색 앙트와네트에게 장미꽃을 건넨다.
“드디어 2 번째 커플이 탄생했습니다!! 그럼 이제 3번 카사노바 나와 주세요!!!”
또 다른 보조 진행자가
보라색 커플을 데리고 사라지자 소리 높여 3번째 카사노바를 부르는 사회자.
“제가 분명히 5분 안에 선택을 해야한다고
강조했음에도 1번과 2번 모두 5분을
초과했습니다!!
자, 3번 카사노바부터는 정해진 시간을 준수해 주세요!!!”
흥분한 듯 톤이 높아진
사회자의 멘트를 들으며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 나가는 민준.
그는 망설이지 않고 화이트
드레스와 골드 드레스를 입은 여자 두 명에게 다가간다.
두 명의 앙트와네트를 한
사람씩 유심히 바라보던 민준은 손을 내밀어 그녀들의 손을 잠깐씩 잡아본다
“물론 5분은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을 허용할 수 없는 저희 입장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부터는
누구든 5분을 넘길 수 없으니 모든 카사노바들의 협조를 구합.......”
신나게 떠들다 말문이 막힌
채 3번 카사노바를 응시하는 사회자.
잠깐,,,, 지금 얼마나 지났지??? 아직 1분도
안됐는데...?
3번 카사노바는 한 손에 들고있던 장미를 이미 누군가에게 내밀고 있다.
눈을 깜빡 거리며 그들을
지켜보는 사회자.
1번, 2번과 달리 순식간에 한 명의
앙트와네트를 지명한 3번 카사노바 때문에
세 번째 선택은 카운트다운도
독촉도 함성도 없이 싱겁게 끝이 났다.
3번 카사노바가 건네는 꽃을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앙트와네트가 받아 들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보조
진행자가 허둥지둥 그들을 룸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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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짙은 화장과 마스카라에
가려진 예니콜의 말간 맨 얼굴을 알지 못했다.
늘 슬프게 빛나던 눈동자의
그녀가 내 품에서 얼마나 아이처럼 웃었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나는 그녀에 관한 거라면
뭐든지 알고 있었다.
정교하게 솟아오른 쇄골의
마디 마디
짙은 화장품과 향수에 묻혀있는
그 여자의 달콤한 살 냄새
내 손을 잡을 때 미묘하게
꺾어지는 손가락의 각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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