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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이거보삼앱에서 작성

으후루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14 15: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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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카자미 유카(風見幽香)는 인육을 탐하는 요괴들 중에서도 진정한 의미로서의 연쇄 살인마라고 할 수 있는 잔혹한 도살 중독자였다. 


그녀에게는 오직 단 두가지의 취미가 있었는대, 그 중 하나는 꽃을 가꾸고, 밭을 일구는 지극히 건설적이고 건실한 것이었으나, 다른 하나는 훈련된 고문 전문가들조차 악몽에 시달릴만큼 끔찍하고 잔인한 고문이었다.


그녀의 요괴로서의 기원은 불분명하지만, 그녀를 겪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기로는 아마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 환경의 증오가 겹치고 쌓여서 탄생한, 그 생의 시작부터가 저주스러운 살인 요괴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물론 그들의 이러한 평가가 세간에 알려질 일은 없었다. 그녀를 겪게 된 모든 이들이 수만 조각으로 저며지며 죽어갔으니까. 역설적이게도 고문의 달인은 사람을 살리는 것에도 능해서, 그들은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멀쩡히 살아서 그런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오늘도 이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미치광이 정신병자는 자신의 꽃밭을 산책하며 오늘 밤에 고문할 사냥감을 물색한다. 그녀의 주된 타겟은 이곳이 어떤곳인지도 모르고 감히 꽃놀이를 나온 단란한 가족들이었다. 착하고 순박하고, 죄가 없는 인간일수록 고문의 성취감은 가중되었다.


오늘은 무엇을 하고 놀까? 카자미 유가는 자신이 가꾼 꽃밭을 걸으며 그 아름다운 얼굴로 활기찬 미소를 지으면서 고민을 하는 것이다. 일견 일상적으로 보이는 그 고민의 여파는 이름 모를 이들의 잔혹한 최후를 야기했다.


인간의 무리를 사로잡으면 큰 남자는 잘게 갈아서 작은 여자에게 먹일 것이고, 그리고 다시 그 작은 여자를 요리해서 다시 큰 여자에게 먹일 것이다. 인간을 벌레 정도로 여기는 그녀가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생각한다. 


이 생각을 쉽게 설명해 보자면, 일가족을 산채로 잡아서 아버지를 죽여 딸에게 먹이고, 그 딸을 요리하서 어머니에게 먹이겠다는, 가장 깊은 밤의 악몽 속에서만 나타나는 비명을 지르는 광인들조차도 상상하지 못할 미친 계획을 꾸미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런 고민을 지극히도 즐겁게 하고 웃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인간의 윤리나 도덕, 가치관 따위는 땅 속을 기는 지렁이만도 못한 하찮은 개념이었다. 인간의 상식과 요괴의 상식은 어느정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었으나, 카자미 유카의 광기는 규격외의 것인지라, 지성체의 기본적인 사고의 틀과는 원초적으로 궤를 달리했다.

.

그녀는 아름다운 여성처럼 생겼으나, 그 본질은  감히 상상조차하기 두려운, 살인에 중독된 진짜배기 괴물인 것이다. 


***


노무현을 찾아 세상을 헤메인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소년에 불과했던 나는 어느새 장성하여 청년이 되었고, 그때의 결심은 언젠가부터 가장 굳센 신념으로 변모해 내 가슴속에 성흔처럼 새겨졌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미 죽은 사람을 10년동안 찾아 다닌다니, 제 정신이 아니라고. 나를 이해해주고 격려해 주는 사람은 오직 이 세상에서 일간 베스트 저장소 회원들 밖에 없었다. 누구보다도 나를 믿어 줬어야 했을 부모님들조차도 나와 연을 끊었으까. 하지만, 그 홍어들과 연을 끊은 것은 그만한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래, 맞는 말이다.


이미 죽은 사람은 10년동안 찾아다닌 다는 짓거리는 분명 제정신이 아닌 일이 맞았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알고 있는것이다. 아니 믿고 있다고 해야할까. 나는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기묘한 확신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었지만, 단 한가지는 단언할 수 있었다.


노무현은 살아있다.


그것은 농담도, 거짓도, 조롱도, 가짜도 속임수도, 무엇도 아닌.


명실상부한 진실이었다.


내가 이러한 단서를 얻게 된 것은 이미 아득히도 오래전의 일이었다. 당시 아직도 십대 소년에 불과했던 나는 이 충격적인 진실을 목도하고 그를 찾아 나선다는 위험천만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것은 일종의 확실함을 넘어선, 종교적인 믿음이었고, 진실된 증거였다. 그 증거로 내가 10년동안 그를 찾아 다니고 있지 않았던가.


그래, 구구절절하게 설명을 해서 무얼하겠나. 세상 사람들은 증거를 보여줘야지만 비소로 진실을 믿었다. 지난 십년간 뼈저리게 겪어왔던 일이었고, 그것에 대해서 딱히 불만 따위가 없었다. 증거따위는 보여주면 그만이었으니까. 나는 이제 그 기나긴 논쟁의 종점을 찍으려 한다.


노무현은 환상향에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입구를 찾아냈다.



*



해가 지기 직전에 아스라이 너울거리는 수평선의 아름다운과, 그 기묘하면서도 매혹적인 색채와 동적인 움직임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별로 내가 설명을 어렵게 한 것은 아니다. 눈 앞에 있는 이 차원과 차원의 경계처럼 보이는 이것은 그런 수식으로 비유를 해야지만 설명을 할 수 있는 인지적인 것 외의 개념이었으니까. 


그것은 입구였다. 인세의 너머로 통해있는 입구. 흔히 말해서 이세계라는 곳으로 넘어가는 문이었다는 말이다. 몇가지지 결정적인 증거로, 나는 저것이 환상향이라고 불리우는 이차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한 노무현이 저쪽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여정은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나는 침을 삼키며 경계를 밟았다. 밟았으나 밟은 것이 아니었고, 통과했으나 통과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순간, 나는 더 이상 기존세계에 속하지 않았다. 환상향으로 들어온 것이다.


나의 존재가 환상처럼 흩어져 사라졌을까. 기묘한 해방감과 함께 나는 환상향에 첫 발을 내 딛었다.


"무연총."


기록에 의하면 환상향에 처음 들어온 사람이 맞이하게 될 장소는 무연총이라고 불리우는 곳이었다. 


"무연이라."


무연. 피식. 나는 즐거워 삐져 나오는 웃음을 흘리며 그 이름을 되뇌였다. 무연이라니, 좋은 이름이 아닌가. 분명 이 지역의 이름을 명명한 이는 천부적인 작명 센스를 타고난 사람일 것이다. 그 남자의 이름 만큼이나 해학적이고 아름다운 이름이지 않은가.


...


이럴때가 아니지.


나는 품속에서 사진 한장을 꺼냈다.








환하게 웃고있는 노무현이, 노랗게 만개한 개나리의 꽃밭에서 춤을 주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결코 합성사진 따위가 아니었다. 


'샤메이마루 아야라고 했던가.'


그런 어려운 이름을 가진 '무언가'가 직접 사진을 찍은 사진이었다. 낡고, 빛바랜 사진이다. 이것이 나의 시작이었을까. 사진이 찍힌 날짜는 2009년 11월 11일. 그가 죽었다고 알려진 이후의 일자였다. 


만개한 꽃밭에서, 꽃들보다도 더 찬란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모습에 나는 매료된 것일까.


"노무현은 태양의 밭에 있다."


나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02.


이름, 김지운(金地隕) 나는 탄생부터 그를 쫓을 운명을 타고난 존재였다. 내가 나의 이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을때, 나는 그 진실된 운명의 연결고리를 이성과 본능으로 이해했고, 곧 나의 반려를 찾아 나설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이어진 운명의 끈은 가늘었지만 분명히 존재해서, 나는 지금 환상향의 땅에 서게 되었다. 환상의 땅. 잊혀진 땅, 버려진 땅. 그래, 전문적인 용어로 환상들이를 하여 내가 이곳에 존재했다.


펼쳐진 무연총은 진한 핏빛으로 물든 피안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마치 지옥의 입구와도 같은 흉험한 풍경을 하고 있었다. 사방 팔방에 시시철철 만개해 있는 꽃들은 마치 인세의 죽음의 숫자만큼이나 피어 있다는듯,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메워져 있었다.


아아,


나는 알 수 있었다.


꽃들이 이렇게 많이 피어 잇다면, 분명 '태양의 밭'이라고 칭해지는 무한한 꽃의 화원또한 근처에 있겠지. 유일한 단서는 사진. 그 사진을 찍은 곳은 태양의 밭이다. 꽃이 많은곳. 진한 향기가 감도는 곳. 나는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방향 따위는 중요하지 ㅇ낳았다. 말했든, 나는 운명의 끈을 따라서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


'인간?'


모리치카 린노스케는 반쯤 박살이 난 청소기의 용도를 고민해 보던 도중, 피안화르 무참히도 짓밟으며 나아가는 한 사내를 발견하게 되었다. 


'외래인인가.'


종종 이런일이 있었다. 모종의 이유로 무연총에 외부 세계의 물건이 쌓이듯, 외부 세계의 인간이 환상향으로 흘러 들어오는 현상이. 전문적인 용어로는 환상들이라 했다.


'저곳으로 가면 태양의 밭이 나올텐대.'


카자미 유카. 수백년을 살아온 반요인 그 조차도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릴 정도로 비정하고 잔혹한 압제자가 통치하는 고문의 왕국이 바로 태양의 밭이었다. 


린노스케는 고민했다. 저기 보이는 저 외래인에게 경고를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그를 살린다면 바깥 세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잡아두기엔 먹이를 놓친 유카의 분노가 두려웠다. 유카쯤 되는 대요괴라면 이 환상향 에디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도는 대충 감으로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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