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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과의 목욕탕 전투를 겪었던 당사자의 예비군 일기

황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2.19 12:34:03
조회 469 추천 2 댓글 0

다들 오랫만

예전에 해병 2사단 제적봉이 만들어지기전 북성x에서 육군과의 목욕탄 전투씬을 실감나게 표현했던 사람이다

그 이야기가 만화로 만들어져서 sns에 돌아다니더라^^ 이번 이야기는 일기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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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상의 문제로 일부 정보를 모자이크 처리하겠습니다)

1. 출전태세 완료!


벌써 1년이 지난건가...

오랫만에 늦잠을 잔 터라, 마주하는 태양빛에 머리가 띵 해온다.

오늘은 분명 비가 온다고 했는데...

내심 빗속에서의 강인한 훈련을 기대했는데 날씨는 야속하게 화창하기만 하다.

 

. 해병이여.

그대는 반드시 알것이다.

빗물에 젖은 단팥빵과 미지근한 부산우유를.

빗물에 눈물을 감추었던 현역 시절의 아련한 밀리터리 노스텔지어.

아차, 잠시 옛 추억에 빠져 국가방위임무를 소홀히 할 뻔 했다.

서둘러 샤워를 한 후 물기가 덜 마른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본다.

훈련에 대비하여 어제 저녁 급하게 자른 머리가 파르라니 푸른 빛을 낸다.

그래,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인 것 처럼. 붉은 명찰에 모든 걸 걸어보자.

출전을 준비하듯 가지런히 옷걸이에 걸려 방문앞에 전시되어 있는

위장복의 붉은 명찰을 손으로 한번 스윽 눌러잡으며 또 한번 각오를 다진다.

어머니께서 등판을 후려치시며 "얌마 무슨 전쟁터가냐? 동사무소 가면서 혼자 궁상을 떠는구만"하고


긴장한 아들을 보듬어 주신다. , 부모의 이 깊은 마음을 자식으로서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홀로 위장복 앞에 고개 숙여 부모님의 마음에 감사드리다가

고개를 팍 쳐들고 위장복을 팡- 털어 몸에 걸치기 시작한다.

바짓단 속에 숨겨진 쇠링소리는 적군의 비명이오,

단추를 채우는 손놀림 하나하나가 무적도의 그것이며,

눌러쓰는 팔각모 밑의 눈빛은 아마존 독사의 그것이리다.



2. 전장투입

이제 벌써 4년차다. 이런 긴장감이 익숙해질법도 하지만,

풀어져서는 안된다. 방심은 적에겐 기회로, 나에겐 죽음으로 돌아올테니..

이미 풀어질대로 풀어져서 동사무소 입구로 모이는 예비군들을 보니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어쩔 수 있는가.

우리 집과 우리 부모가 있는 이 동네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뿐인듯 하니.

더욱더 힘주어 팔각모를 눌러쓰고 동사무소에서 병기를 지급받는다.

선배님은 12번 예비군이십니다.

앳되어보이는 육군현역병이 칼빈 소총을 들이민다.

. . .


칼같은 동작으로 병기를 받아 왼쪽 겨드랑이에 소총 개머리판을 붙인 내가 놀라웠는지.

한동안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현역육군들과 나이 지긋한 동대장.

가장 빠른 걸음으로 강당의 제일 앞자리를 선점한 나는 다른 일에 신경쓸 겨를없이

탄띠를 체적하기 시작한다.

항상 전쟁은 속도에서 승패가 갈린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탄띠를 내 몸과 하나된 듯

완벽하게 체적하고 그 탄띠에 탄창낭과 수통을 결합하기까지 걸린시간은 3분 남짓.

육군현역들 사이에서는 꿈의 속도 3.

아직까지 육군 체적 시간의 최단기록은 5분으로 알려져있으니


그들이 보기에는 내가 프랑스용병이나, 토고의 킬러 쯤으로 보였을테다.

체적이 끝난후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날 두려워하는 듯 강당의 자리가 뒤부터 꽉 차있다.

내 주변엔 감히 아무도 앉지 못하는 건가.

우정에 약하고 사랑에 눈물흘리는 마음만은 부드러운 팔각모사나이거늘.

그렇게 나는 누구보다 앞에 서서

혼자만의 전쟁을 기다리고 앉아있었다.





3. 전쟁선포와 작전완료

그렇게 칼같이 준비했지만, 동대장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아마도 아침에 마누라한테 깨졌거나, 아들이 담배를 피우다 걸렸겠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눈빛으로 작전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하는 찰나.

내가 그의 의지를 세워주기로 결심하고 질문을 시작했다.

"현재 휘경2동의 요충지는 어디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잠시 당황한 얼굴로 눈빛이 흔들린것도 잠시.


동대장은 확성기를 고쳐매고는 패기서린 눈빛으로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대답한다. "내가 지금부터 얘기하려고 했네"

그의 결단어린 눈빛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도 역시 나의 흔들리는 전의를 다잡아주어서 고맙다는 듯

나의 칼빈 소총을 한번 쓰윽 만지고 다시 강단에 선다.

노량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연설이 이랬을까,

인천상륙을 앞둔 맥아더 장군의 작전 설명이 이랬을까.

그는 전에 보지 못했던 강한 목소리와 결의에 찬 눈빛으로

작전을 설명하고 나서는 졸고있는 다른 예비군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 이제 정말 시작이다.

1시에 시작된 작전계획 설명과 현 안보문제에 대한 간략한 교육이 끝나고

3시쯤 동사무소를 떠나 방공진지가 있는 00000고지로 행군을 시작했다.

100킬로에 육박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행군을 하는 예비군도 있었고,

장염에 시달리면서도 참석한 예비군도 있었기에 낙오자는 끝이 없었고,

함께 참여한 의무병은 구급약통에서 손을 놓을세가 없었다.

결국 최후의 000고지까지 한번에 도착한 사람은 나와 동대장 단둘.

방공진지에 도착하니 나무 기둥에 연신 허리를 부비고 있는

약수터 할머니들이 계신다. 예비군도 한번에 오른 사람이 없는 이 고지에


할머니들이 있었다니...아마도 그 할머니들은 행주대첩이었다면 앞치마에 돌을 지고 날랐을테고,

외국에서 태어났다면 잔다르크가 되었을테지....생각하는 순간.

동대장이 담배를 권했고, 난 아버지 연배의 동대장에게 진한 동료애를 느끼며

기꺼이 그 담배를 입에 가져다 물었다.

해병은 안힘든가봐요. 묻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해병은 힘이 들지 않습니다.대답한다.

마침 저 멀리 산에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그 노을을 마주하며 말을 계속 이었다.

해병은 지옥에서 살아돌아왔기때문입니다.

그때문에 죽어서도 지옥에 갈 수가 없죠.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입니다.

그 말에 감동받은듯 노을에 물들어가는 동대장의 촉촉한 눈가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석양앞에 나의 예비군훈련은 끝나고 있었다.

.영원하라.

넋이여, 영혼이여 해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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