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사 왈...

항고심 심문기일에서 재판부는 의대생 등에게 집행정지 신청 자격이 없다는 정부 쪽 주장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모두에게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국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경우에는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으로, 그런 국가의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문제가 있는 발언이다. 행정소송법 제3조는 3호 민중소송에서 직접 자기의 법률상 이익과 관계없더라도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행정행위에 대해 행정소송을 걸 수 있다고 열어 놓았다.

행정소송법 제3조(행정소송의 종류) 행정소송은 다음의 네가지로 구분한다.

1. 항고소송: 행정청의 처분등이나 부작위에 대하여 제기하는 소송

2. 당사자소송: 행정청의 처분등을 원인으로 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 그 밖에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으로서 그 법률관계의 한쪽 당사자를 피고로 하는 소송

3. 민중소송: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기관이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에 직접 자기의 법률상 이익과 관계없이 그 시정을 구하기 위하여 제기하는 소송

4. 기관소송: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기관상호간에 있어서의 권한의 존부 또는 그 행사에 관한 다툼이 있을 때에 이에 대하여 제기하는 소송. 다만, 헌법재판소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하여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으로 되는 소송은 제외한다.

그런데 행정소송법 제45조는 위와 같은 민중소송에 있어 법률이 정한 경우로 한정해 놓았다.

제45조(소의 제기) 민중소송 및 기관소송은 법률이 정한 경우에 법률에 정한 자에 한하여 제기할 수 있다.

이는 입법부가 사법부의 지나친 행정행위 심사를 제한한 법조문이다.

서울고법 판사의 주장이 잘못된 이유는 입법공청회 또는 국회 표결에서 국회의원이 할 얘기를 판사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ㅇㅇㅇ의원이 국회 표결에 앞서

"모두에게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위법행위에 대해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으로, 그런 국가의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 있습니다. 본 의원은 현행 행정소송법 제45조를 삭제하여 직접 자기의 법률상 이익이 없더라도 국가의 위법행위에 대해 시정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들의 보편적 인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료의원님들의 가결을 부탁드립니다."

어쩌고 저쩌고 얘기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판사가 판결하면서 저런 식으로 나온다?

"본 판사가 생각하기에는 사기죄는 법정형이 징역형으로 되어 있으나 그렇다면 이 사건 사기를 행한 피고인의 범죄가 심히 악질적임에도 사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사형 땅땅땅"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법부는 법을 적용하라고 있는 것이지 판사가 판결하면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건 중학생도 아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