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켠다. 버릇처럼 MSN, 네이트온, 타키를 켠다. 윈앰프를 켜고, 익스플로러를 켜고, 싸이월드 홈페이지를 켜 본다. 윈앰프의 소리와 싸이월드 배경음이 섞여 음악은 소음이 된다. 얼른 배경음을 끈다. 쪽지가 날아온다. 쪽지가 날아오는 소리가 잔잔한 무반주 첼로 조곡에 스타카토처럼 포인트를 찍는다. 오늘 카페에는 또 누가 자기 악기 자랑을 해 놓았나, 내일까지 내야 할 레포트는 또 어떻게 써야 하나, 오늘 스포츠신문 만화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지미 헨드릭스의 우드스탁 공연 동영상을 다운 받아둔다. 고유진의 새 앨범이 듣고싶어져 소리바다를 켠다. 아, 컴퓨터가 느리다 컴퓨터가 느리다는 느낌이 들어 문득 모니터 아래를 보니 대충 30개쯤의 창이 떠 있다. 광고팝업창도 제법 되는것 같다. 뭔가 정리를 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어 뭔가 끄긴 해야겠는데 내가 대체 뭘 하고있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어디서 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일단 내일 내야 하는 레포트를 써야 하기 때문에 학교 카페와 윈앰프를 제외하고는 다른 창을 다 닫았다. 아, 동영상은 받는데 오래 걸리니까 프루나는 켜 둬야지. 아, 소리바다는 누가 다운받고있네, 자기도 음악 듣고싶겠지 놔두자. 아, 영어책 보려면 한컴 사전도 켜 둬야지. 혹시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봐야 하니까 메신저도 켜 둬야지. 카페 게시판을 확인하려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아기 떨어뜨릴뻔하다 울음' 이라는 기사를 본다. 흥미가 생겨 클릭한다. 그저 아기를 놓칠뻔 하고 울고 있는 사진만 달랑 있다. 아, 이영표가 자기가 축구를 못한다고 자책한다고, 개새끼 그렇게 돈 쳐받고 밥벌어먹고 살면 됐지 뭘 더 바래. 보아가 레드카펫에 섰다. 보아는 별 관심없지만 칸이라는데, 라빈이랑 같이 선다는데. 이쁘게 나왔으려나. 아. 레포트. 레포트. 왜 항상 이런식일까. 하루종일 컴퓨터를 붙잡고 있는데 무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것도 하는게 없는데 끌수도 없다. 왜 무엇이든 하고 있어야 할까. 무엇을 해도 기다리는 시간이란것은 용납이 안되는걸까. 티비를 보며 밥을 먹고, 노래를 들으며 공부를 하고, 담배를 피우며 볼일을.. 아, 이건 빼자. 어쨌든 왜 그렇게 되는걸까. 요즘 사람들은 다 왜 그렇게 이것저것 동시에 하려고 하는 걸까. 다 윈도우즈의 멀티태스킹 작업 때문일지도 몰라. 비열한 빌 게이츠, 사람이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다니, 자기만큼의 천재는 더이상 용납할수 없다는 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레포트가 2/3만큼 완성되어 있었다. 제목 : 다중작업 증후군 퇴고 안했음 쓰는데 걸린시간 3분 심심해서 예전에 생각한 소재 하나 줄줄줄 ㅇ ㅏ 이건 너무 한심해서 어떻게 고쳐볼래도 고칠수가 없다 몰라 내 홈피에 올리는거 아니니까 신경안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