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간간히 떨어지는 빗줄기 누차 얘기했던 것처럼 처마가 짧은지라 난간에 바짝 붙어서 비를 피해야만 담배라고 멀쩡히 태울 수 있다 그럭저럭 다 태웠다고 생각하고 방심한 순간 작은 물방울 하나 툭 떨어져서 황망하기 그지 없는데 반쯤 타버린 담배녀석 무슨 배짱인지 계속 타내려가기만 하고 나는 두고볼 작정으로 몇모금 더 태워 날리기만 했다 이 종이라고 얇은 게 전부인 녀석 기특하게도 아랑곳않고 태워줄 자리까지 야무지게 타주는게 아닌가 문득 어디서 어떻게 날라올지 모르는 세상의 빗방울들에 지레 겁먹고 한참 두려워 여기 그대로 머물러 있는 스스로가 심하게 부끄러웠다 아직 비는 내리지도 않는데 내릴 걱정에 감히 나서지 못하는 내가 한번 타버리고말 녀석에게 어이없이 지고 만거다 비가 내리고 비린한 향내 가득한 마당 바라보며 날리는 연기속에서 흩어지는 가로등빛 요란한 그 아래서 참 별 생각을 다한다 1줄요약: 비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