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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갤문학] 화물 밀던 노인.txt앱에서 작성

Artifici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6.14 02:31:28
조회 27479 추천 292 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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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주 전이다.

내가 갓 게임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AI전에 눌러 살 때다.

슬슬 빠대 아다를 떼러 큐를 돌리던 길에, 첫 판으로 걸린 66번 국도 공격에서 화물을 옮겨야 했다.

화물 위에는 줄창 앉아서 탱커만 파기로 유명한 베타 출신 노인이 있었다.

무난하게 루시우를 픽한 나는 같은 팀의 2맥크리, 한조, 리퍼 등등을 보고 방벽이 있으면 먼 길 든든할 듯 싶어 라인을 픽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노인은 탱부심을 굉장히 잔망스럽게 부리는 것 같았다.

"제가 베타 때는 말이죠, 프로 준비하는 고수 5명이랑 6인큐를 돌리면서도 탱만 팠는데 항상 게임하면서 칭찬카드 못 받은 판이 없습디다. 제 아무리 힐챙년이 깝쳐봤자 힐량은 내가 막은 피해 절반도 못 채우는 년이..."



"좀 조용히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방벽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자꾸 딴지놓을거면 시메트라를 픽할테니 가서 보호막이나 알아보시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뭐라 더 깝쳐보지도 못하고 화물을 잘 옮겨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화물 위에서 방벽을 펼치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만히 전방을 지키고 있는 것 같더니, 돌연 방벽을 내려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나머지 팀원들이 후방교란을 빙자한 뒷골목 오입질에 심취해 저 멀리 나가있는 상황이라 내가 보기에는 그냥 그들과 합류하여 교전을 선두에서 이끄는게 더 나을 거 같은데, 자꾸만 화물에 앉아 잘 보이지도 않는 적을 향해 화염강타나 날리고 있었다.

인제 체크포인트에 도착했으니 그냥 화물은 잠시 미뤄두고 교전지로 함께 가자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우측 상단에 간간이 뜨는 처치 알림에 합류 타이밍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밀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싸움에 합류하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화물을 밀어야 게임을 이기지, 나가서 수십 킬 씩 딴다고 게임을 이기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화물을 아예 버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대로면 적이 화물까지 오는 것도 금방인데.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시간이 없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가려면 당신이나 가슈. 난 궁 찰 때까지는 안 가겠소. 내가 베타 시절에 몇백 시간을 한 줄은 알고 제깟놈이..."

하고 내뱉는다. 자존심이 상한듯한 노인도 노인이고, 어차피 그를 설득하는 새에 합류 타이밍이 이미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하며 화물 곁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궁이 찰 때 까지만 마음대로 밀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e 에임이 흩어져서 늦게찬다니까. 궁도 제대로 만들고 써야지, 각 나올때 쿨이면 쓰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게임을 숫제 포기한 듯 태연스럽게 담배를 피우고 오겠다 하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신기하게도 적의 집중포화를 화물 근접 치유와 내가 드린 힐, 그리고 방벽으로만 막아내며 꿋꿋이 화물을 민 노인은 거의 마지막 교전이 되어서야 방벽을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궁이 다 찼다고 화물을 떠난다. 사실 다 차기는 아까부터 다 차 있던 궁이다.

혼자 화물을 떠맡다 눈 먼 저격에 죽어 킬캠을 보는 사이 다른 팀원들이 교전에서 승리했는지 나도 모르는 새 게임을 이겨놓은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탱을 해 가지고 승률이 높을 턱이 없다. 팀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부심만 되게 부린다. 라인을 할 줄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앞을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승리포즈를 하고 모니터의 정면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앞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였다.

급식 냄새 풍기는 블랙하르트가 아닌 스톤하르트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바로 이어 최고의 플레이를 보았더니 노인의 궁과 망치질, 이어지는 돌진이 일품이다. 적도 아군도 노인의 궁이 참 잘 들어갔다고 야단이다. 궁은 물론이거니와 마무리 돌진까지 이렇게 찰지게 잘 맞추는 라인은 처음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궁 각을 제외하고는 일반 라인보다 별로 잘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레벨이 좀 높다 하는 리퍼의 설명을 들어 보니, 전선을 유지할 캐릭이 많지 않은 상황에선 화물을 버리고 싸우러 나가 방벽만 펴고 있으면 화물을 밀 사람이 없음은 물론이요 방벽 또한 깨지기를 잘 하고 게이지 관리에도 힘이 들며, 궁을 잘 아껴놓지 않으면 결정적인 때 못 쓰고 체력 500의 고깃덩이가 되기 쉽단다. 요렇게 방벽을 쉴 새 없이 돌려가며 사방의 포탄으로부터 힐러를 지켜주는 동시에 진중하고 고집스럽게도 화물을 지켜 특히 궁 연계가 물 흐르듯 되는 라인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틀딱들은 게임 스타일이 묵직하여 혹 탱커를 하면 진득이 붙어서 좀체로 캐릭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요새 급식충은 마지못해 픽한 탱커 캐릭으로 한 번 죽기 시작하면 기분이 팍 상하는지 그 이후로 트겐위한 꼴픽질이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리니지 등에서 친목을 다졌을 때, 신상명세를 걸고 나가 단체 정모를 주선한다. 가발집 정보 교환과 등산 등 이렇게 모이기를 세 번 한 뒤에 비로소 서로 친해진다. 이것을 정 붙인다고 한다. 물론 날짜가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카카오톡을 써서 단톡방을 만든다. 금방 친해진다. 그러나 견고하지가 못하다. 그렇지만 요새는 꽤 보던 사이라도 수틀리면 단톡 나가고 차단하고 잠적하는게 당연한 시대에 굳이 현실에서 만나겠다고 산악회를 조직하며 틀니를 딱딱 댈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게임 상의 규율만 해도 그러다. 옛날에는 메이플에서 자쿰을 가면 이 길드는 몇 시 입장, 저 길드는 몇 시 입장, 길드 별로 엄격히 정해진 시간에 입장권을 획득했고, 자투 먹자팟의 쩔값은 급식충 한 달 용돈의 세 배 이상 비싸다, 자투란 그 당시 스탯 상승량과 간지면에서 따라올 아이템이 없던 모자이다. 눈으로 보아서는 쩔사기인지 사기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템을 믿고 돈을 선으로 주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보스를 돌아 단체보상이 나왔는데 먹고 튀지 않을 이도 없고, 또 쩔러를 믿고 용돈의 세 배씩 값을 줄 순진한 급식충도 없다. 옛날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거래는 거래지만, 보스를 잡고 보상을 정당히 분배하는 그 순간만은 오직 게임 내 암묵적인 규율을 준수하고 신뢰를 쌓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쩔파티를 3개 4개 조직하곤 했다.

이 노인도 그런 심정에서 게임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탱커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훌륭한 탱커가 나 같은 좆뉴비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탱커 장인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전리품상자에 피방비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커뮤니티에 물어물어 그 노인의 배틀태그를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에게 친추를 걸었지만 노인은 받지 아니했다. 게임 초반에 조금 찡찡대었던 일로 차단당한 듯 하였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피방 앉은 자리의 맞은편 급식충을 바라보았다. 푸른 모니터에 날아갈 듯한 손가락 끝으로 2단 점프를 하다가 맥크리 좌클릭에 대가리가 따이는 겐지의 모습이 피어나고 있었다.

말도 되지 않게 미개한 게임이해도와 더불어 이내 보이스로 욕질을 해대는, 한 없이 한심해보이는 모습.

문득 깨달았다.

아, 그 때 그 노인이 지금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구나. 열심히 화물을 밀다가 자꾸 싸우러 나가라고 징징거리는 나의 모습에 눈을 흘기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의 입매 사이로 무심히 "두려워 말게, 내가 그대들의 방패라네..." 라인하르트의 대사가 새어 나왔다.



오늘 옵갤에 들어갔더니 메르시 원챔충인 보댕이가 힐부심을 부리다 온갖 커뮤니티에 박제당해 대차게 까이고 있었다.

이제는 씹덕새끼들 덕에 이미지가 더러워져 좀체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오픈 초기에 메르시를 메느님이라며 빨아주던 생각이 난다.

힐러 정치질 등쌀에 제대로 된 탱커 장인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메르시 잡고 힐부심 부려대는 씨발년들 덕에 탱커해먹기가 유난히 힘든 것이 크다.

자연스레 유저층이 빠져나간 탓에 나는 재앙을 불러온다느니 상상력이야말로 발견의 어머니라느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탱커 선픽 소리도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문득 3주 전 화물 밀던 노인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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