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생각을 그만둔지 오래입니다

우주를 바라보던 내 눈은 코앞의 글자도 구분하지 못하고
정의를 가리키던 내 손은 추악한 탐욕의 도구로 변했고
꿈을 던지던 내 어깨는 나자신만큼이나 좁아져버렸고
희망을 부르던 내 입은 감추다못해 스스로를 닫아버렸고
기쁨의 춤을 추던 내 다리는 언제나 떨고 있습니다

과연 나는 무엇을 하고싶었던걸까요

내가 가야할 길을 모른채로
죽은듯이 살아야하는 것이 너무 괴롭고 무섭습니다

시대의 물살은 나를 집어삼켰습니다
누군가는 스스로 물살을 가로지르고
누군가는 물살속에서 뗏목하나를 발견하고
누군가는 파도에 휩쓸려 저아래로 가라앉고
누군가는 암초에 부딪혀 정신을 잃습니다

나에게는 무엇이 있나요
내 주변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이 물살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만
손에 잡히는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나의 몸, 수평선, 하늘
나는 물살을 가로지를 힘이 없습니다
내 주변에는 뗏목은 커녕 널빤지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파도에 휩쓸려 물귀신이 될 수도 없습니다
내 주변에는 나를 다치게할 암초 역시 없습니다

그저 이 상태로
평생
가만히

무섭습니다

거울속의 나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멋좀 내보겠다고 실컷 단장한 머리는
꾸민지 두달이 지나 엉킨지 오래입니다
푸석해진 내 피부에는 주름이 생겼습니다
찢어진 내 눈은 흐리멍텅하게 허공을 바라봅니다
축쳐진 어깨는 아주 좁아보입니다

왜 이런걸까요

나는 어째서 이 모양 이 꼴일까요
나는 어째서 항상 같은 모습일까요
나는 어째서 이 고민을 매일 매주 매달 매년 하는걸까요
나는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요

언제부턴가 눈물이 나지않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눈물이 나올것같아도 스스로 울음을 참아버립니다
그러고 싶지않지만 내 의지가 절대 아니지만
내 몸은 이미 눈물을 보이지않는 몸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울고싶습니다
나는 꿈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고싶은것도 해야하는것도 해서는안되는것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왜죠 왜 나만

생각해보니 하고 싶은게 딱 한가지 생각났습니다
전 세계를 돌아보고싶습니다
이런 고민을 나만 하는건지
이런 쓰레기가 나만 존재하는건지
이런 나를 사랑해줄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나서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수 없네요
나는 물살속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모르거든요

나는 대체 누구를 믿어야하죠
나는 대체 누구를 따라가야하죠
나는 대체 누구에게 사랑받을수 있는거죠
나는 대체 누구를 위해 사는거죠
나는 대체 누구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