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랜만에 경갤 들어와서 글남긴다.
그냥 편하게 쓰려고 반말로 적는거니까 기분 나빠도 이해해줘.
참고로 나는 08년 5월 군번이었어. 경기도있는 모 기동중대에 있었지.

요즘 의경 복무하는 후배님들이 경갤에 찌르고 싶다 찔러도 될까요 뭐 이런 글을 많이 남기던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뭘하든 결과는 자신이 책임진다는거야.
착하거나 나쁘거나 최선이거나 최악이거나 좋은 방법이라거나 나쁜 방법이라거나
그런건 없어. 부대에서 이쁨받는 에이스나 찌르고나서 개객기 취급받는 놈이나 결국 똑같이 제대하게 되어 있다는거지

고로 찌르고 싶다면
찔러도 될까요 말까요를 묻지 말고 찌르고나서의 후폭풍을 자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하고 결정해. 그건 남에게 물어볼 수 있는게 아니라 자기 자신한테 물어봐야 되는거니까.

난 그렇게 이쁨받는 신병은 아니었어.
말빨도 안되고 축구도 못하고 잘하는 것이라곤 구석에서 책읽는 것뿐이었어
그래서 막내땐 갈굼도 많이 당하고 선임들도 날 좋아해주질 않아서 졸라게 외로웠지
근데 난 그냥 존나 참았어.
딱히 이유는 없는데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원래 내가 참는건 잘했다는거야.

존나 참고 내 할일 열심히 하니까 나중엔 내가 졸라 재미없어도 선임들이 결국엔 인정해주더라고.
제대하고나서도 여럿 연락하고 지내고 있고.
원래 군대라는게 요상해서 안에 있을땐 죽이고 싶어도 밖에 나오면 소주 한잔에 다 씻겨나가고 그런 법이거든.

이렇게 써놓으니까 참는게 진리라고 들릴 수도있겠는데 꼭 그렇진 않아.
찔러도 안찔러도 어차피 자기만 편하게 살면 그만이야. 시간은 계속 가니까.

다만 찌르려면 다각도로 생각해보길 바래. 찌르기 전엔 그 찔러야할 대상의 자리가 너무 커서 그 후폭풍은 별거 아니게 느껴질테지만 저지르고난 후의 뒷감당이란건 후배님들 상상보다 더 크게 다가올거야. 여기서만 찌르고 전출되면 거기서부터 열심히 해야지 이런건 없어. 찌르면 그순간 관내에서 소문 다 퍼지니까. 그때부터 철새 신세 되는거야. 후폭풍 생각 안하고 생각없이 찔렀다가 이도저도 못하고 병신된 애들 한두번 본게 아니라서 그래.


뭐, 그래도 찔러야겠다면 할 수 없고. 어차피 나처럼 안찌르고 계속 버텨도 딴놈들이 찌르면 그 불이익 똑같이 받아야 되거든. 나는 안찌르고 있는데 막상 옆에 있는 놈이 찔러서 부대 특박 정지먹고 그러면 그거 기분 더럽거든. 이래도 좆이고 저래도 좆이면 저질러버려서 편한데로 가는 것도 나쁘진 않지. 어차피 후배님들 인생은 후배님들이 책임지는거 아니겠어? 남한테 물어볼 필요도 없어. 어떤 선택을 하든 언젠간 제대하게 되어있지. 하지만 찌를거면 그 후의 일도 잘생각해보길 바래. 찌른다고해서 거기서 군생활 끝나는거 아냐. 그후에도 오랫동안 살아야하니까, 신중하게 생각하길 바래.

쓰고나니까 졸라 이상한 글이 됐는데 아무튼 내생각은 이렇다는거야. 모두 건강하게 군생활하고 무사히 제대하길 빌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