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 팀을 보며 인기투표의 신을 모아놓았다며 부러워하던 이수현(SS).

그러나 전소미, 정채연, 김소혜 등을 제외하고 인기투표 상위권 멤버 대부분은 A조에 속해 있었기에 그런 조합을 또 만들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다.

그러나 평소 걸잘알이었던 그녀는 자신이 가진 걸그룹에 대한 지식을 동원해 가장 경쟁력 있는 조합을 꾸리기 시작한다.

우선 그녀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핫이슈'란 곡을 주목한다.

포미닛의 데뷔 곡 '핫이슈'는 걸크러쉬를 요구하는 강렬한 곡이면서 랩 파트가 많은 점이 특징이다. 

곡 이름을 상기하자 불현듯 떠오른 사람이 한명 있었다. 

유수아는 강렬한 퍼포먼스와 능숙한 댄스 실력, 그리고 랩핑 능력으로 첫 등급 평가 때 A반에 들었던 멤버다.

그러나 보컬이 약하다는 단점 하나로 인해 다른 재능이 모두 상위권임에도 두 번째 등급 평가 때 D반으로 추락하고 만다.

이수현은 자신이 선택한 곡인 '핫이슈'의 특징을 봤을 때 유수아가 알짜배기 멤버가 될 것임을 직감하고 첫 번째로 그녀를 영입한다.  

그런데 두번 째 픽은 굉장히 놀랍다.

자신들의 곡 '핫이슈'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뜻밖의 픽인 한혜리의 영입이다.

이때부터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눈치 챘을 것이다.

이수현은 단순히 실력이 있는 사람이나 곡 분위기에 어울리는 사람을 모으는 게 아니라 밸런스 잡힌 조합을 짜는 목적을 지녔다는 것을.

강렬한 걸크러쉬의 향연 속에 쉬어 갈 수 있는 포인트 큐티 타입을 넣겠다는 고도의 전략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첫 만남 때부터 지켜봐두었던 김홍은과 황수연을 차례로 지목한다.

해피페이스 연습생 사단은 첫 등급평가 때 소녀시대의 '아이갓어보이'를 선보였는데, 그때 이수현은 그녀들의 퍼포먼스 능력을 미리 확인해뒀던 것이다.

같은 소속사인 이해인은 하위 지명권을 획득해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가운데 픽을 진행하여 하위권 멤버들을 많이 뽑았다면, 이수현은 좀 다르다.

그녀는 지명 가능한 인원이 꽤 많았음에도 굳이 C반 1명, D반 2명, F반 1명이란 하위권 등급 조합을 꾸렸다.

그녀가 주먹구구식 마구잡이 영입이 아니라 미리 조합을 생각하고 굳이 경쟁하지 않고 쉽게 픽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멤버들을 영입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수현의 조인 핫이슈1조에는 B반조차 없고 C반도 1명 밖에 없는 전반적인 하위권 조다.

이해인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물론 그녀는 그럴만한 능력을 지닌 것은 맞다) 다른 멤버들의 실력을 믿지 못한 채 자신이 모든 것을 짊어지려 했다면, 같은 소속사지만 이수현은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이수현은 A반이라는 타이틀과 곡을 직접 선택한 것과 멤버들을 직접 고른 업적이 있음에도 철저히 서브 역할을 자처한다.

자신보다 각 분야에 더 뛰어난 이들이 있음을 알았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우선 원조 B반을 이끈 경험이 있던 황수연을 리더로 낙점한다.

그리고 곡의 이미지와 가장 잘 맞는 유수아를 센터로 옹립한다.

그녀 자신은 F반 김홍은의 포지션과 동일한 서브 보컬을 맡는다.

그리고 이 선택은 최적의 선택이었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증명된다.

그녀가 걸잘알이며 조합에 일가견이 있음은 다른 팀에 대한 평가에서도 알 수 있다.

그녀는 두번의 인터뷰에 걸쳐 라이벌 팀 센터로 최유정이 서야함을 어필했다.

그녀는 "유정이가 딱 센터에서 안정감을......", "냉정하게 봤을 때 2조가 살려면......" 등으로 설명하며 걸잘알임을 과시한다.

하지만 핫이슈2조는 그녀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조합 밸런스에서 이미 핫이슈1조에게 밀리게 된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대로다.

A조임에도 하찮은 분량과 인지도를 지닌 이수현이 101명 모두를 대표하는 부동의 센터이자 많은 고정 팬덤을 지닌 인기 순위 최상위권 최유정을 무너뜨리는 대이변이 일어난다.

그것도 엄청난 표 차이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다.

만약 이수현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조를 짰다거나 별로 생각 없이 눈에 띄는 이들을 마구잡이로 영입했다면, 김세정 조에 패배한 이해인이나 임나영 조에 패배한 김서경처럼 무난한 패배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걸잘알이었고, 인기와 인지도 모든 면에서 불리한 가운데 어떤 전략으로 맞서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수현 그녀는 재평가가 필요하다.

그녀는 조합을 짜는 능력이 연금술사 수준인 진정한 걸잘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