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니, 어스 라는 영화를 봤어.

대공황기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던 출판사의 편집자,

헤, 밍, 웨이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을 맡고 있지,

그런 그에게 원고 한 편이 도착해 

이곳 저곳 출판사가 퇴짜를 놓았다는,

무심히 그 원고를 읽어보던 그, 

손에서 원고를 놓지 못하지. 

출판사로, 기차로(기차로 출퇴근을 한다네), 그리고 집으로 

가족들을 피해 홀로 옷장에 숨어서 까지

그렇게 읽은 원고의 주인공이 조바심을 참지 못해 출판사로 오고,

당연히 거절당하리라 믿었던 그에게 편집자는 계약을 하자고 하지.

그렇게 두 사람의 '밀월'은 시작되는데

난 이 영화에서

그 사무적인 편집자가 소설가의 글을 펴들자마자, 

빨려들듯 그의 작품에 빠져드는 모습이 

그리고 곧 소설가 그 자체에게 빠져들어가는 모습이 

너무 '익숙'했어.

그런 걸 '미혹'이라고 할까?

그 누군가가 가진 달란트에 사정없이 매료되는,

내가, 우리가 박유천이란 사람에게서 느끼는 바로 그것. 

유천의 결혼 소식을 듣고 복잡했던 감정, 

그럼에도 여전히 여기서 이렇게 '믹나잇'을 꼬박꼬박하고 있는 

이 내 감정에 설명이 필요했을까?

이 영화를 보며 정답지를 받은 듯 반가웠어.

나 역시 박유천을 남자로도 참 좋아했고, 앞으로도 좋아할 거지만

그것 외에도 여전히 이 사람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건 바로 이 편집자의 '미혹'된 그것.

박유천이란 사람이 가진 달란트만이 주는 감동,

그것을 응원하는 마음.

하지만 반성은 했어. 

세상의 시간이라는 스케줄에 유천을 꿰어 맞추었던 것을.

마치 학습지를 잔뜩 사준 학부모가 아이에게 이즈음이면 성적이 나올 때라고 조바심을 내는 모양새가 아니었는지

행복하라 말하고, 정작 외롭고 고독하기를 기원했던 것은 아닌지. 

요즘 세상이 강요하는 '노오력'을 나 역시도 강권했던 것은 아닌지

소집 해제일을 향해 타이머를 맞추었던 마음에서 놓아나니,

해제를 하고 홀가분하게 여행도 다니고, 

진짜 충전을 하고 유천이 돌아올 여력이 생겼을 때 돌아오길 바랄 여유가 나 역시도 생겨.

우리가 빚쟁이는 아니니까 ㅎ

하지만, 

여전히 유천을 이용해 먹으려는 우리 세상을 보며,

어쩌면 지난 여름의 그 일이 그저 일어난 게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봐.

아이들 동화 책에 애벌레가 변태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거든.

작아진  껍질  안에서 용을 쓰다 툭하고 허물을 벗고, 변태를 하고, 결국 나비가 되는

아이들이 참 좋아하지.

그렇듯, 어쩌면 지난 여름의 일들이

이 사회가 유천이란 사람에게는 작아진 허물같은 것이 아닌가 라는, 

그러니 이 찢어진 허물에 넘 연연해 하지 말고,

나비처럼 넓은 세상 훨훨 자유롭게 날길.

지난 여름이 게시는 바로 그런 '더 넓은 세상'으로의 '독려'가 아닐까 라고 

아이고, 이 다말증 ㅠㅠ

주말 유천도 믹팬들도 잘 보내고

그런데 말이지, 

이건 내 기댄데 말이야, 

결혼 선물로 우리에게 유천의 두 번 째 앨범 하나 주면 안될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