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닥거리던 잼 콘서트에서 덕선이는 사진찍어드린다는 말에 됐다고 했지만

정환이는 그 순간 자존심이고 부끄러움이고 없이, 말끝나기 무섭게 감사합니다 하고 카메라를 넘겼지

둘이 온 콘서트에서 둘만의 사진을 남기고 싶었던 마음, 거칠게 없이 직진하던 정환이 마음이 잘 느껴졌는데...

언젠가 그 사진이 회수될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긴긴 답보상태 중에 지갑 속에서 그 사진이 나타났을때

그 사진 한장이 너무 많은걸 보여주고 있는것 같았다

어떤 사람 눈에는 이제 정환이 마음이 식은게 아니냐, 정환이가 거의 포기한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회차상 짧게 보면 2주, 길게보면 3주간 정환이는 나아가지도 돌아가지도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보기에 답답한 사람도 있었을거고.

하지만 저 사진은 정환이가 스스로를 반 포기 상태로 끊임없이 몰아가며 오랜 시간을 지냈지만

사진을 찍었을 때나, 사진을 인화해서 지갑에 넣었을 때나 지금이나 마음은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항상 보고 싶은 얼굴이라 언제 어디서나 갖고 다니는 지갑에 사진을 넣는다는 것. 연인들 사이에 흔히 하는 행동이지.

저 사진을 찍고 인화해서 지갑에 넣고 얼마나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겠냐

이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있는데 최근 덕선이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정환이에게는

그렇게 미리 넣어두었던 지갑사진은 덕선이를 좋아하는 마음, 가까이에 두고도 그리운 마음, 답답한 마음에 유일한 숨구멍이었을 것 같아서 마음아프다

보면서 웃어도 되고, 울어도 되는, 마음 놓고 편하게 자기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건 지갑속 사진 앞에서 뿐이었겠지

근데 잔인한건... 그렇게 남겨둔 유일한 숨구멍이 자기 친구가 고백하는 데에 방해가 되어버렸다는 것.

안간힘을 써서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할 때 위로가 되어주었던 사진이 결국 자신의 마음을 다 들통나게 해버렸다는 거

이것도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일 수 있겠다... 

정환이 덕선이 쌍방으로 행복해지는거 보자고 붙들고 있지만... 돌아가도 너무 돌아가니까 맴찢할 맴도 없어 근데 또 맴찢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