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만은 비담이 간 뒤 자신의 손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그저 공주로만 대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비담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며 편하게 해주는 모습에 설레다 흠칫 놀란다..

-\'내가...설마 비담을..?\'

언제부터였을까..유신랑에게서도 느낄 수 없었던 이 두근거림을 비담에게서 느끼게 된 것이..

-\'허나 나 혼자만의 마음이라면..? 게다가 단순히 국선의 제자라는 것 외에 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데 부마 후보에 올릴 수도 없고...\'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든건지 따라오려는 시녀들과 시위부들을 거부한 덕만은 황실 서고로 급히 걸음을 옮기고..이 모습을 지켜보는 소화는 계속 불안해한다.

덕만은 서고안에서 진흥제를 거쳐 진지제 기록물을 살피다 미실이 아들 형종을 버리고 그 버린 아들을 국선이 거뒀다는 기록에서 시선이 멈춘다.

-\'형종..? 국선의 유일한 제자가 비담뿐인데 그럼 혹시 비담이 새주가 버린 아들..? 비담은 이 사실을 알까? 안다면 왜 내곁에 있는거지? 딱히 부귀영화에 관심을 두진 않던데..확인해봐야겠다. \'

다시 공주궁으로 돌아온 덕만은 비담을 불러 무언가 떠볼 것처럼 그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공주님?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비담."

-"예 말씀하십시오."

-"궁에 들어와 계속 내곁에 있는 이유가 있느냐?"

-"예..?"

-"아니..갑자기 궁금해서...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게 있으니까 한 사람의 곁을 지키지 않느냐? 알천랑도 그저 충심 하나만으로 내 사람이 됐다기보단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내곁을 지키고, 유신랑도 가야세력을 위해, 가문을 위해 내 사람이 되었다. 물론 새주의 세력들도 마찬가지고..

-"공주님께선 저를 알아봐주시고 유일하게 저를 좋게 봐주신 분입니다. 늘 저의 행동에 스승님께선 나무라기만 하시는데 고맙다, 잘했다 이런 말은 공주님이 처음입니다."

-"단지...그것 뿐인것이냐? 혹 갖고싶은 게 있다던가 소원이 있다던가 그런건 없느냐?"

-(덕만에 대한 연심을 숨기며)"아직...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럼 다른 궁금한게 있는데 답해줄 수 있어?"

-"무엇이옵니까?"

-"혹시 나에게 숨기는게 있느냐? 있다면 다 말하거라."

덕만의 고운 갈색눈동자에 꼭 알아낼 것이라는 단호함이
보여 비담은 시선을 피하며 몸을 덜덜 떨면서 머뭇거린다.

-"내 사람은 숨기는 것이 하나도 없어야한다. 계속 내 사람으로 머물고 싶으면 지금 털어놓거라."

-"공..공주님.. 알게된지 보름이 안..안됐는데..실은..제가
새주가 버린 형종이라는 아들..이랍니다..."

-"!!!"

-"진지제께서 황후가 되게 해준단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필요없어진 절 새주가 버렸답니다.. 스승님께선 그런 저를 거두어주셨지만..새주의 잔인한 부분을 닮은 저에게 선을 그으며 제 행동에 그저 호통만 치셨지요...헌데 공주님께 이 얘길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정적인 새주의 아들이란 걸 아시면 또 버림받게 될까봐요.."

-"그랬구나...그래서 그리 속으로만 끙끙 앓았던 것이냐?
버림받았다는 그 기분 나도 안다. 그동안 힘들었을텐데
이리 말해주어 고맙다."

-"공주님.."

-"아..그리고 아까 말한 갖고싶은것이나 소원..잘 생각해보거라.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다 들어주겠다."

-"예..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급히 공주궁에서 나선 비담은 덕만의 마지막 말을 곱씹으며 무명지도의 산채로 향한다.

-\'공주님..제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공주님 당신 뿐이고, 소원이 있다면 당신이 나와 같은 마음과 평생 나의 반려자가 되는 것입니다. 허나 당신은 왕이 될것이니 들어줄 수 없겠지요.. 당신을 보면 볼수록 계속 욕심이 나는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