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아직은 낯선 이름 송성문(21·넥센), 그러나 기억해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왠지 모르게 좋은 예감이 들었다. 혹시 경기에 선발로 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라인업 하위타선에는 자신의 이름이 없었다.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민성이 “오늘 1번 타자더라”고 말해준 것. 퓨처스리그(2군)를 통틀어 이전까지 톱타자로 나서본 경험이 없었던지라 생각도 못하고 있던 터였다. 지난 27일 송성문의 아침 풍경은 이렇듯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 찼었다.

“수비 끝나고 바로 타석에 서려니 떨리더라고요. 첫 타석은 사실 조금 급했어요.” 난생 처음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송성문은 경기 후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금세 적응했다. 이날 송성문은 두 번째 타석에서 바로 3루타를 때려내더니, 세 번째 타석에서도 2루타를 기록했다. 두 개의 장타 모두 타점과 연결됐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무려 5할에 육박하는 타율(0.492)을 기록했던 주인공다운 모습이었다.

사실 지난 시즌은 송성문에게 반성의 시간이었다. 2015년 신인시절 바로 1군 무대를 밟았던 송성문이다. 7경기에서 타율 0.250(12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아예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송성문은 “잘 치려는 욕심이 많다 보니 나쁜 공에도 손이 나갔다. 당시에는 하체를 활용하지 못하고 팔로만 스윙을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순간 결과에 신경 쓰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날린다는 생각으로 타격자세를 간결하게 다듬으려 노력했는데, 타이밍도 점점 맞아가고 타구 질도 좋아지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넥센 내야진은 그야말로 틈이 없다. 2루엔 서건창이, 3루엔 김민성이 버티고 있다. 아직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송성문이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다. 송성문은 “어떤 상황이든 불러주시면 내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