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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렌미카) 히스여왕에게 에렌을.txt 단편모바일에서 작성

ㅇㄹ(117.111) 2015.05.04 01:39:31
조회 2732 추천 18 댓글 3







"에렌, 보고싶어."



다시 한번, 똑같은 말을 마지막으로 악몽에서 깨었다. 에렌이 왕궁으로 떠난지 7일이 지났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히스토리아가 여왕으로 즉위하고, 많은 공을 세운 에렌을 위해 여왕 히스가 직접 상을 내린다고 나의 하나뿐인 가족을 불러들였다. 그 동안 나는 먹이만을 기다리는 새끼 새처럼 에렌만을 걱정하고 떠올리면서 에렌의 품에 파고들어 채취를 맡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에렌... 빨리 돌아와.."



역시 저번처럼, 눈 앞에 없는 에렌을 생각하니 쓸쓸한 눈물이 떨어졌다. 에렌...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거야? 보고싶어 에렌... 이번에 에렌이 돌아오면 꼭 말할 것도 있는데.. 자꾸 묘한 기분이 들어..
아무래도 내가 직접 가봐야 하는 걸까..



보이지않는 어둠속에 홀로 있다는 감정이 나를 더욱 두렵게 만든다. 적막한 숙소의 방안이 나의 목을 조금씩 죄여오는 것 같다. 에렌에게 버려진 것 같다는 생각에, 흐느끼던 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단지.. 에렌 네가 와서 나를 달래줬으면 좋겠어..






"미카사, 지금 수도로 가자고..?"



히스토리아의 즉위로 인해, 병단에서도 한동안 휴일 기간을 줬다. 많은 사람들이 빼어난 외모의 여왕을 보기위해 대다수가 수도로 몰려갔을 뿐더러, 병사들에게도 여왕의 즉위식을 축하할 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기간을 노려 나는 에렌을 만나기위해 아르민의 팔목을 부여잡고 재촉했다.




"응. 에렌을 만나야겠어."


"에렌은 히스토리아 여왕을 따라서 왕궁에 있잖아. 얼마 있으면 올텐데 꼭 가봐야할 필요가 있을까?"


"무언가 느낌이 이상해. 에렌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매번 이런 느낌을 받았을 때는.. 에렌의 주위에 파리가 꼬였었으니까."


"파리라니.. 여자를 말하는 거지? 에이, 미카사도 참.. 에렌이 어디 거들떠나 보겠어? 아무렴 미카사 너조차도 여자로 안보는걸."


"그거야 그렇다쳐도... 일단 가보자. 아르민, 짐을 챙겨."



...불안하다. 조금씩 떨리는 손을 반대편 손으로 부여잡고 나는 아르민과 함께 배에 올랐다. 이번만큼은 정말 단순한 착각이였기를 바라면서.



여왕의 궁에 도달했을 때, 나와 아르민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화려하고 큰 궁주변으로 개미떼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왜인지 정작 손을 흔들며 사람들을 반겨야하는 여왕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사람들만이 들떠 함성을 지르는 것을 보니 불안감이 조금씩 맞아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르민, 궁 뒷편으로 가보자."





어리둥정하고 있는 아르민의 팔목을 세게 움켜잡고, 궁을 향해 내달렸다. 시간을 더 이상 주체할 수 없다. 날이 저물면서 내뱉고 있는 은은한 석양을 받으며, 타들어가는 마음으로 궁의 뒷편에 도착했다. 



뒷편은 역시나 사람이 별로 없었다. 게으른 헌병단 몇 명이 문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빼면 들어가는 것에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헌병단에게 다가가자, 내가 누군지 알아본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미카사 애커맨!"



헌병단은 나를 여기서 보게된 것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의 활약은 익히 다들 알고있다나.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할 시간이 없다. 나는 떠들석한 헌병단에게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을 말했다. 그러자,     
나무문을 열어주며 에렌은 히스토리아 여왕의 거처 주변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속삭이곤 우리를 들여 보냈다.


"...생각외로 쉽게 들어왔네. 헌병단이 미카사를 알고있어서 다행이지만.."


아르민은 들은 것보다 더욱 허술한 헌병단의 상태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신경 쓸 것이 아니야. 들어왔으면 됐어. 이제 에렌을 찾기만 하면 돼.



우리를 스쳐지나가는 내부인들은 힐끔 눈길을 주곤 자신의 목적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지나가는 작은 소녀 한명에게 여왕의 거처를 묻자, 손까락으로 가리키고는 횡하니 제갈길을 갔다. 냉랭한 반응에 아르민은 기분이 일그러졌지만 게의치 않고 웅장한 복도를 향해 걸었다. 


한참을 걷자,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여왕의 거처주변으로 다가갈수록 병사나 시종의 모습은 점차 줄어, 급기야 단 한명조차 보이지 않는 복도가 되었다.



"이 복도부터는 조용한 것이, 역시 조금 이상한걸."



나의 말에, 아르민은 침을 꿀꺽 소리가나게 삼켰다. 소리는 조용한 복도를 울리며 멀리 퍼져나갔다.


순간, 복도 한편에서 무언가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쉬워하는 한숨같으면서도 기쁜듯이 탄성을 지르는... 에렌인가..? 아니야. 높은 톤의 여자목소리 같은데...

 

문득, 지금까지 느껴왔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머릿속에서 한 덩어리로 뭉쳐지는 것을 느꼈다. 나의 불찰이다. 히스토리아가 어떤 인물였는지, 어떤 내면을 숨겨왔는지 간과하고 있었다. 설마했지만 정말.. 에렌을..



나는 소리의 근원지로 미친듯이 내달렸다.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어.. 교성이 문틈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다른 방과는 확연히 다르게 꾸며진 방문의 손잡이를 손에 쥐고, 조심스럽게 밀었다.







에렌시점 --------------------------------------------------------



"공을 기리는 시상식을 하겠다고..?"


 무겁게 쌓인 피로감에 흔들리는 마차에 몸을 기대자, 크리스타, 아니 이젠 본가문의 이름을 밝히고 여왕의 자리에 올라서게될 히스토리아는 나에게 당황스런 말을 건냈다. 


"응, 나의 즉위식과 함께 할거야."

"..이해가 안돼. 난 전혀 도움이 된 것이 없어. 오히려 나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고!"


요 며칠 전에 일어났던 절망적인 일을 들먹이며 히스토리아의 말에 반박했다. 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건지..



나의 말에 히스토리아는 차분하고 나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에렌, 시상식에는 네가 갖고있는 거인의 힘을 온전히 우리 자국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도 포함이 되어있어. 더 이상 사람들이 너를 보며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


히스토리아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둘째 치고, 사실상 동료조차 구하지 못하는 나의 공을 기린다는 것이 모순이라 생각했다. 아냐.. 히스토리아 말대로 적어도 시상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무능한 나에게는 다행이니까..



"...알았어.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히스토리아의 말에 결국 순응했다. 복잡한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자, 어둑해지고 있는 바깥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갑게 서린 밤의 공기가 나의 팔을 스쳐 저릿하게 닭살이 돋았다. 흘끗하고 마주앉아있는 히스토리아를 보니 옅은 미소를 띄우고는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답고 우아했지만 평소짓던 미소와는 달라보였다. 무언가,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 듯한, 팔에 돋은 닭살을 더욱 부추기는 이질적인 미소였다


흔들리는 마차가 멈춘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어질해지는 피로감을 부여잡고 히스토리아와 함께 웅장하게 평쳐진 궁으로 향했다. 주위로 시선을 돌리자, 들어가는 길 양쪽으로 늘어서 경례를 하고 있는 수많은 헌병단은 가히 차기 여왕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내방은 어디야?"



끝없는 복도를 히스토리아와 걷고있자, 문득 나에게 주어진 방이 어딘지 궁금해졌다. 괜히 화려한 것만 아니면 좋을텐데. 말이 없는 히스토리아에게 재촉하는 눈빛을 보냈다. 조용히 걷던 히스토리아는  걸음을 멈추고 한 곳을 응시했다. 도착한 건가 싶어 같은 곳을 바라보자 다른 방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커다란 문이 있었다. 순간 이 곳이 내가 묵을 곳인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새로운 여왕인 히스토리아만을 위한 방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서 작은 감탄을 흘리는 것에 그쳤다.


"여기야."

"...여기는 너의 방이잖아?"

"맞아."


나의 말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는, 자신의 몇 배는 될듯한 문을 조그만 손으로 밀었다. 잘 발라진 기름 덕분에 문은 조용하고 부드럽게 히스토리아의 손에 이끌렸다. 방 내부는 더욱 놀라웠다. 혼자 사용할 것이지만 쓸데없이 큼지막하고 비싸보이는 가구들은 여왕의 거처라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대단해보이지만.. 




"히스토리아, 이제 농담 그만하고 어서 방을 알려줘. 피곤해 죽겠는..."


순간 쾅하니 닫힌 문소리에 나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놀란 나머지 그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히스토리아가 문에 기대어 작은 자물쇠를 걸며 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작고 요염한 입술로 나에게 주문을 걸듯 말을 내뱉었다.


"드디어, 에렌 네가 내 것이 된거야."


앙증맞은 입에서 나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뭘 잘못 먹은 것일까. 그보다 자물쇠를 채운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단지 히스토리아가 이어가는 말들이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는 유일한 수단이 될 뿐이었다.


"이제 궁전을 나갈 수 없어. 완벽하게 차단된거야. 에렌, 이 날만을 위해 전부터 계속 기다려왔어. 어떠한 수모도 참고 여왕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에렌을 마음껏 사랑하기 위해.. "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예정대로 즉위식과 함께 시상을 하고 나는 병단으로 복귀하면 되는 것 아니던가. 뜬금없이 이젠 나갈 수 없다니, 분명 히스토리아는 이번 작전에서 과한 피로와 고통으로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틀림없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 나에게 히스토리아는 느릿하게, 농염한 표정으로 걸어왔다. 그리곤 새하얀 손을 들어 나의 볼을 어루만지며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해, 에렌."




순간, 마음 깊은곳 어딘가로 부터 알 수 없는 기분이 휩싸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성적인 생각을 타파할 만큼 히스토리아의 속삭임은 달콤했고 매혹적이였으며, 매말라 있던 감정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그.. 그런거 따위.."



가늘게 떨리는 눈에서 마음을 읽었는지, 히스토리아는 나의 혼란한 마음을 보듬기라도 하려는듯 어느 때 보다도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입술로 나의 입을 맞춰왔다. 자그마한 혀로 애를 태우듯 놀리는 행위에, 가슴에서만 울렁이던 것이 조금씩,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뿌리쳐야 된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히스토리아에게서 흘러나오는 은밀한 채취는 그나마 발버둥치던 이성의 파편을 태워버렸다.

       
거인에게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조금 더, 더욱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원초적인 분노가 느껴진다. 앞에있는 작고 여린, 아름답고 치명적인 이 소녀를 지배해야 한다는 본능적 감정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흐릿해졌다. 단지, 침대위에서 우리 둘은 엉키고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듯 성을내며 허리를 놀리고, 먹이를 잡아먹듯 서로의 입술을 탐닉했다. 


흐릿한 시야에서 얼핏 바라본 히스토리아의 표정은 행복한 웃음을 띄우고 있었지만, 그러한 표정과 모순이 되듯 반쯤감은 눈에서 방울진 눈물이 떨어져 배게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으음..."






얼마가 흘렀는지 모르겠다. 환하게 비추는 태양으로 인해 나는 졸린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깨었고, 어젯 밤 강렬했던 일들이 말해주듯 온몸이 뻐근하게 아파왔다. 



"아..."



조각조각 끊어진 어제의 기억이 떠오른다. 결국 히스토리아가 정신을 잃을 때 까지 계속 되었던건 기억이 나지만...






 미칠듯이 후회스럽다. 도대체 왜 그런 상황이 된거지?.. 이건 누구도 탓할 수 없을 것 같다. 유혹하듯 다가온 히스토리아, 이성이라고는 저멀리 날려버린 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누구의 잘잘못인가를 따지고 있을 때, 순간 침대 옆에서 뒤척이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분명 아무도 없었던 것 같은데.. 히스토리아겠지. 작은 체구에다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어서 있는지도 몰랐다. 그보다, 지금 히스토리아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는데..
어제의 일이 나 때문이라며 헌병단을 불러 감옥에 넣으면..? 아니, 온갖 고문을 시켜서 고통스럽게 죽일지도.. 여왕을 탐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분명 나는 죽을 것이다.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는 나에게, 어제의 느낌과 같은 부드러운 손길로 나의 얼굴을 쓰다듬는 것이 느껴졌다. 


언제 일어난 것인지 히스토리아는 반쯤 몸을 일으켜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후후-소리를 내며 웃고 있었고, 쓰다듬는 손을 내리고 나에게 몸을 기대왔다.


"...히스토리아."


"부르는 이유는 어제 야수처럼 달려들었던 것을 사과하기 위해 부르는거야? 아니면 사랑한다고 속삭여 주려고? 후후"


"..히스토리아, 넌 분명 이상해 졌어."


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히스토리아는 내 품에 파뭍은 얼굴을 기분 좋다는듯 더욱 비벼왔다.


"알고 있지않아? 크리스타의 이름으로 살아가던 때는 히스토리아로 이름을 밝혔을 때와 달라. 이게 원래의 나이고."


 

"...그래서 이제 내가 뭘하면 될까."


"일개 병사가 여왕을 건드렸으니.. 알려진다면 파장은 굉장하겠지?"


"..."


"괜찮아. 사실 내가 원해서 이렇게 된거니까 에렌을 해코지 할 생각은 없어. 단지 나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을 그리면 된달까나. 어제 말했잖아. 에렌은 여기 온 이상 나의 것이 되었다고."



말을 마친 히스토리아는 이불로 가려져있던 새하얀 나체를 드러냈다. 봉긋하니 솟은 가슴이 시야에 들어오자, 나의 미래에 존망이 걸린 시점에서도 작은 거인은 눈치없이 반응해 왔다.


"응큼하네 에렌. 이런게 좋은 거야?"


급하게 눈을 가려버린 나에게 히스토리아는 두팔과 다리로 조금씩 나에게 기어왔다. 마치, 천천히 나를 지배하기라도 하겠다는듯. 



"..원하면 무엇이든 해줄게. 에렌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또 다시 귓가에 속삭이는 달콤한 말에, 위험을 감지한 이성보다 유혹의 덫에 걸린 본능이 먼저 반응해 왔다. 혼란스럽다. 히스토리아는 나를 정말.. 사랑하는 걸까. 




그 후로 나는 히스토리아와 해가 창문에서 사라질 때 까지 방안 곳곳을 해집었다. 커다란 탁자위부터 해서 화려한 소파, 아래서 보일듯 말듯한 창문까지. 그렇게 온갖 힘을 쏟아서 히스토리아의 유혹에 몸을 맡기었다. 하지만, 커다란 문이 열리면서 모습을 드러낸 인영에 의해 끈적했던 이성은 등줄기를 타고 머리로 돌아와 차갑게 식어버렸다.





미카사 시점---------------------------------------

열린 문으로 보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역거운 풍경이었다. 에렌..? 왜 그러고 있는 거야? 짐승의 모습을 흉내내듯한 에렌과 히스토리아.. 그 둘이 커진 눈으로 나를 응시한다. 순간, 힘이풀려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흑...흑흑.."



떨리는 손으로 입을 막고는, 흘러나오는 소리를 비집어 막았다. 나는.. 왜 눈물이 나는 거지? 도저히 슬픈 상황이 아닌데. 눈물이 멈추지 않아.


"미..미카사.."


재빨리 침대의 하얀 이불로 뻥져있는 히스토리아의 나체를 감싸고는 에렌도 남은 이불로 몸을 가렸다. 이 와중에 히스토리아를 먼저 감싸는 모습이.. 나의 가슴을 아리게 만들어 흐느끼는 소리를 조금 더, 가중시켰다. 그냥.. 목놓아 울고 싶어.



큰 배신감이 몰려온다. 물밀듯 밀려오는 슬픔과 함께, 조금씩 분노라는 감정이 검게 꽃핀다. 왜인지 모르지만 대상은 에렌이 아닌, 에렌의 뒤에 가려져있는 히스토리아. 저 짐승이 에렌을 이렇게 만든 거다. 나의 에렌을..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가족을.. 


"흐흑...너때문에.."

겉잡을 수 없이 몰려오는 분노에, 당장이라도 히스토리아의 목을 조르고 싶어 이슬같은 눈물을 흘리며 한 걸음씩 다가갔다. 나의 의도를 파악한 것인지 에렌이 나의 양팔을 붙잡았다. 왜 막는 거야.. 에렌? 에렌도 저런 짐승은 싫은거잖아.. 짐승을 도축하고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에렌.



"미카사..! 그만 둬!!"


왜 히스토리아를 감싸는 거야? 설마.. 에렌도 히스토리아를..? 조금씩 커지던 분노가 에렌의 말에 반응한듯, 커다란 증오가 되었다. 순간, 9살 때 죽음의 위기에서 느꼈던 감정과 같은 상태가 되었다. 
차분하게.. 그리고 증오서린 눈빛으로, 옆에 탁자에 과일과 같이 놓여있던 과도를 쥐고 바닥이 부서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히스토리아를 향해 돌진했다. 



히스토리아를 감싸고 있던 새하얀 이불이 점점 붉은 색으로 물든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찔린 히스토리아와 에렌, 그리고 뒤에서 주저앉아 보고있던 아르민은 놀란듯 커진 눈과 입을 하곤 히스토리아의 심장부근을 응시했다.

 

성공이야.. 에렌을 더러운 짐승에게서 되찾아왔어. 이제 나와 함께 돌아가자 에렌.



"이게... 무슨 짓이야...!"


에렌이 화가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더니 나의 뺨을 후려쳤다. 격한 감정이 실린듯 강한 힘에 의해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왜 때리는 거야..? 이건 에렌을 되찾기 위한 정당 행위인데...


"에렌.. 이건 너를 위한 거야.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 에렌."


"미친소리.. 여왕을 죽였으니 이제 우린 사지가 찢길거야."


에렌은 절망에 빠진듯 자리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내가 지켜줄게..에렌. 괜찮아.



나는 힘없이 주저앉아있는 에렌의 팔을 붙잡고 방을 나왔다. 정신이 반쯤 나간듯, 입을벌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르민을 뒤로하고 궁을 빠져 나왔다. 어둑한 밤에 은은히 내비치는 달빛을 받으며 잘 알고 있던 곳으로 걸음을 향했다. 넋이 나간듯한 에렌에게 작게, 그리고 수줍게 속삭였다. 





차라리 잘 된거야. 아무도 없는 숲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행복하게 살자.





사랑해. 나만의 에렌.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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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253 나님 시작합니당 ❤ [1] ♥궁그미냥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137 0
1440250 프록 << 이새끼 성형했냐 오지헌(121.163) 05.01 106 0
1440248 현대기술력이면 땅울림 막냐?? [4] ㅇㅇ(218.155) 05.01 25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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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245 진격의거인 <- 걍 물로켓 만화 ㅇㅇ [5] ㅇㅇ(106.101) 05.01 229 3
1440244 땅울림이 정당한 이유 [1] 동인천망둥숭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30 137 1
1440243 에렌이 히스토리아한테 손등 키스해서 미래를 알게되는 이유가 뭐임? [4] 진갤러(118.235) 04.30 186 0
1440242 진격거 약간 에반게리온이란 비슷하네 [6] 아스카영원히사랑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30 178 0
1440241 극장판 그냥 tva 짜집기냐? [3] 아스카영원히사랑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30 148 0
1440240 왜 글 안써지노 아스카영원히사랑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30 51 0
1440239 한참 진격의 거인인 많이 봤을떄 ㅇㅇ(45.67) 04.30 150 2
1440238 한지를 나의 배우자로 [1] 진갤러(223.39) 04.30 100 0
1440237 (4기 중반부) 이때 왜 그거 안한거임? [3] 미월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30 21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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