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 SK 선발의 순서는 김태훈이었지만 그 대신 최진호가 나오더군요. 작년에 언젠가 한 번
인하대와의 연습경기 후기를 올려드렸던 적이 있는데 다른 투수들에게는 혹평에 가까운 이야기를
적어놨지만 최진호에게는 호평일색으로 썼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시즌에는 부상 때문에 리그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었지만 올 시즌은 선발로 로테이션을 돌고 있습니다. SK팬들에게조차 무명이지만
147km을 찍는 좋은 피지컬의 투수임을 눈으로 보았기에 오늘 강화 오길 잘 했단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6이닝 7피안타 4사사구 4탈삼진 3실점이었습니다. 최고 구속은 144km.
깔끔한 피칭이라기엔 부족함이 있는 내용이었고 구속도 기대보단 낮게 나왔습니다만 신인 야수들의
아쉬운 타구 판단과 수비 미스가 안타로 기록된 것도 있고 선행주자를 잡지 않고 무조건 타자주자를
처리하는 등의 아쉬운 수비 장면도 있던 걸 생각해본다면 단순히 숫자들로만 최진호의 피칭 내용을
재단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네요. 굳이 단점을 꼽자면 역시 변화구 제구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장기인 강한 볼을 던질 때는 매우 정확하게 들어가는 게 눈에 보이고 타자들을 압도하는 점이 있는데
변화구 구사시에는 제구가 흔들리거나 너무 몰려서 얻어 맞더군요. 이런 특성을 보면 차라리 불펜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일단은 건강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는 게 만족스럽습니다.
또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구속도 원래 자신의 능력치 만큼 더 끌어올리면 분명 더 무서운 피칭을
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아무튼 오늘 SK의 선발투수 최진호는 충분히 기대 만큼 잘 던져줬습니다

한편 이에 맞상대 투수로 나온 경찰청의 선발투수는 이대은이더군요. 사실 경찰청 선발 로테를 보며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보니 얼마나 잘 던지려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대은은 5이닝을 노히트로 틀어막았고 최고구속은 152km을 찍더군요. 실망스럽게도 SK 타자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이대은의 강속구에 헛스윙만 연신 휘둘렀고 설상가상 때려낸 안타성 타구도 모조리
2루수 양원혁의 서커스 수비에 걸리며 속수무책으로 봉쇄당하고 말았습니다. 적어도 5회까진 그랬죠

이런 이대은의 노히트를 깬 건 9번타자 최수빈이었습니다. 작년 신인 지명의 유격수이지만 작년에는
퓨처스리그 출전이 하나도 없었고 바로 오늘 처음 퓨처스리그에 출전한 선수였는데 첫 타석 삼진 때도
집요하게 괴롭히다 죽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 기어이 이대은의 직구를 밀어치며 노히트를 깬 것입니다
이 선수가 참 매력적이었던 건 유격수 수비에서도 어려운 바운드의 타구를 정말 잘 맞추더군요. 사실
박성한, 김두환 같은 올해 신인 유격수들 구경이나 생각만하고 갔는데 한 방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최수빈이 포문을 열면서 단숨에 무사 2-3루의 기회가 이어졌는데 그 타이밍에서 바로
대타 윤정우가 나오더군요. 트레이드로 온 이후에도 무릎 재활을 하다가 잔류조에 합류해서 훈련 후
첫 출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투수 앞 땅볼을 기록하고 말았고 이후 타석도 범타 기록.
결국 1사 2-3루의 찬스에서 3번 최승준에게 결국 기회가 돌아갔는데 이대은의 152km짜리 강속구를
밀어치며 팀의 첫 득점을 이끌어내더군요. 최승준 자신도 0할대 타율에서 탈출하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