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서는 우주가 누명쓰니까 짜는 장면, 절규하는 장면도 나오니까 왠지 괘안아 보인다 착각할 수도 있어. 그런데  사실 그런 쎈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은 오히려 연기하기 쉽지. 그냥 막 지랄하면 되니까. 진짜 잘하는 연기는 일상적인 모습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표현하느냐인데 이 배우는 이게 참 안돼. 문제는 그 동안 나왔던 드라마가 대부분 주말연속극/일일연속극류의 정극 스타일에 본인보다 심한 발연기를 피력하는 사람들과함께하다 보니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여기선 염정아, 윤세아, 심지어는 오나라까지 정말 극강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니까 상대적으로너무 비교가 되어서 문제인 거지.
이태란 배우의 연기부족이 여실히 드러나는 11화를 중심으로 왜 내가 이태란의 연기 부족을 탓하는 지 이야기해볼께.


1.일상적 디테일의 부족

11화에서 김주영 선생이 이수임을 박수창 교수에게 데려가는 장면이 있어. 여기서 수임이 운전을 하면서 주영에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죠 이러는 장면이 나와. 딱 그 부분에서 운전중임에도 불구하고 9초 가까운 시간 동안 김주영을 그윽하게 쳐다봐. 게다가 다시 전방으로 눈을 돌리기 직전에도 머리 속으로 ‘하나아 둘 이제 전방으로 시선 돌리고’ 하는 듯한 부자연스러움이 있어. 자동차 장면은 배우가 실제로 운전하는 게 아니라 견인되면서 찍는 거잖아. 그래서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는 이부분에서 수시로 전방 주시하는 운전자의 습관을 재현하기가 힘들어. 본인이 운전하는 게 아니니까. 이 부분은 전방주시를 까먹을 만큼 격한 감정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니야. 그냥 배우 본인이 ‘긍정적 감정을 마구 쏘아줘야지’하는 아주 단세포적인 연기를 한 결과에 불과하지. 반면 염정아의 경우는 차 안에서 다양한 심리를 연기하면서도 지금 도로에서 운전중이라는 걸 드러내는 시선 처리를 언제나 잊지않아. 놀랍도록 디테일하지.


2. 어깨 연기를 모르는 배우

좋은 배우는 어깨로 연기해. 사실 스캐를 통해서 내가 재발견하는 배우는 오나라 배우야. 어깨 연기의 정석을 보여주거든. 연기자에게 어깨는 중요한 표현수단이야. 이를 넓히거나 좁혀서 혹은 움직임의 폭을 조절해서 자기 감정을 드러내. 미안할 때는 위축되고, 당당할 때는 넓어지고, 유혹할 때는 한 쪽만 올라가고 뭐 이런 식으로. 진진희를 살펴보면 이 걸 이용해서 상대 배역과의 관계는 물론 특정 공간에서의 자신의 존재감과 섬세한 감정을 기가 막히게 표현해. 물론 염정아나 윤세아가 이거 잘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베테랑이니까. 근데 같은 베테랑인 이태임은 이게 왜 안되는 건지 몰라. 특히 11화 중 산장에서 박수창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 왠지 이수임이 엉거주춤해 보이고 왠지 하체비만처럼 보이는 건 어깨 연기가 안되기 때문이야. 어깨 연기는 배우가 해당 공간에서 자신을 배치시켜 연출하는 방법인데 이게 안되니까 매우 이상해. 특히 카메라가 넓게 들어가는 부분에선 이 사람 지금 화장실 가고 싶은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들어. 배우는 먼저 자세로 공간과 순간을 지배하고 나서 연기를 펼쳐야하는데 이게 안되니 안타까운 거야.


3. 차려놓은 밥상도 못 먹다니

스캐가 배우들의 연기를 극한으로 써먹는 드라마라는 점은 손 클로즈업의 활용에서 특히 드러나. 좋은 배우는 표정을 안보여주는 상태에서도 몸의 선을 활용하지. 아까 어깨 연기라고 한게 그 한 예야. 심지어는 스캐는 배우들로 하여금 손으로 감정을 표현하도록 연출하는 장면들이 나와. 10화에서 한서진과 김주영이 면담하는 장면이 그 좋은 예인데 연출자는 사이 사이에 손만 보이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끼어넣어서 둘의 심리상태와 갈등을 기가막히게 보여줘. 이건 두 배우의 연기력이 받쳐주기 때문에 가능한 거야. 김주영은 학부모 상대로 정중하게 손을 깍지낀 듯 보이지만 살짝 힘준 엄지 손가락에는 수동적인 짜증이 실려있지. 염정화는 팔꿈치의 움직임을 자제한 채 손만 가지고 다소 드라마틱한 제스쳐를 함으로써 능동적으로 짜증을 내면서 내가 너를 부리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은연중 전달하는 식이지. 12화에서 이수임에게도 이런 손연기 대결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게다가 이 부분은 김주영의 연두에 대한 거짓말이 뽀록나는 중요한 장면이야. 이 부분의 이태란의 연기는 매우 실망스러워. 결심했으니까 깍지끼고, 충격받았으니까 무릎쥐고, 아주 단순하기 짝이 없지. 게다가 지나치게 번잡해. 감독님이 손으로 연기하랬으니 수화를 해야겠구나 하면서 그냥 막 움직여. 같은 장면에서 김주영이 엄지손가락만 살짝 움직여 심적 동요를 최소한으로 표현하거나. 마음을 감출 때 테이블 아래로 손을 감추거나 하는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지.



사실 이런 디테일 부족은 일반적인 드라마에서는 문제가 안될 수도 있지만 다른 배우들이 다 무슨 칼갈고 나온 것 처럼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는 스캐 같은 드라마에선 어설픔이 돋보일 수 밖에 없지. 그래서 참 안타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