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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항암제-1

프뽕현상(211.202) 2014.02.07 22: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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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유명 대학병원의 암환자 전용실. 것 보기에 멀쩡해보이는 소녀는 '폐암 말기' 라는 판정을 받고 침대에 누워 시곗바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즐겁던 시간에도, 죽음을 원했던 시간에도 말없이 흘러가던 시계는, 최근 그 수명을 다하였다.

마치 자신에게 '너의 시간도 곧 끝날것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시계를 그녀는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저것처럼 내 안의 배터리가 다 되면 멈추는 건가? 시계치곤 오래갔네.'


소녀는 이제는 없어진 머리카락이 있는 것처럼 습관적으로 빗을 머리로 가져가다가 자신의 손을 떨군다.

이제는 없어진 백금발의 머리카락은 천창에 붙여진 가족사진에서 항상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희망이 없어진 이제는 저 머리카락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때보려 하지만, 분명히 죽기 전에 가족사진도 보지 못한다면 후회할 꺼라는걸 자신도 알기에, 그럴 수 없었다.


최근에는 열리지 않아 닫힌 줄만 알았던 병실의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들이 들어온다.



"엘사, 몸은 좀 어떠니?"



항상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람들.

이제는 익숙한 질문. 이 질문에 익숙함을 느꼇다는 것에서 자신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항상 그렇죠. 뭐. 그보다 나 차라리 여행이라도 보내주면 안 될까요? 이젠 하고 싶은거 라도 하게."


"그게 무슨 소리니 엘사, 여기서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추스리려 든다.



"시키..는...흐읍...."



결국은 터져버린 울음, 어찌할 바 몰라하는 아빠를 앞에 두고, 자신의 엄마는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엘사는 울음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머릿속으로 이미 수백 번을 연습한 상황이었기에, 울지 않고 버텨낸다.

결국, 자신이 죽어가는 걸 인정하지 않다가, 자신이 떠날 경우에는 모든 마음의 준비를 한번에 해야 했음으로.



"이제 받아들이세요. 나는 얼마 남지 않았어. 내 대학 학자금으로 예금한 돈으로 차라리 여행이라도 갔다 오면 안될까요?"


"너는 어떻게 엄마한테 그런 소리를 할수가있니!"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아빠가 소리친다.

엘사 자신도 알고 있다. 부모가 자식의 죽어감을 바라보는 것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일탠데

자식이 스스로 죽어감을 선언하고 여행을 간다는 건 이제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싶다는 뜻일태니.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던 부모님이 인정할리 없었다.

자신의 마음또한 찢어지도록 아프지만, 의학적으로 자신은 온몸에 암이 전이되어 이제는 암세포들이 없는곳을 확인하기 힘든 말기암환자.

당장 몇일후에 죽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나. 정신이 이상해지고 눈마저 보이지 않기전에, 세상을 눈에 담고싶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나 계속받다가. 입에서는 침이 계속 흘러나오고.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그런....."



자신도 말을 더 이상 잇지못한다. 분명히 수백번을 생각하던 상황인데

분명히 이 상황도 자신의 상상속에서 수십번을 되풀이 했는데

그걸 실제로 말하는것은, 상상과는 엄현히 다른, 진짜 세계였다.



"오랜만에 건강하게 말하는걸 봐서 좋았다. 아까 소리친건 미안하게 생각한다.

 엄마랑 집에가서 의논해볼태니, 더 이상 혈압올리지말고 쉬고있거라. 사랑하는 내 딸아. 2일뒤에 다시보자." 



아빠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저앉아 있던 엄마를 부축하여 밖으로 대리고 나간다.



불쌍한 사람들.

 

왜 나같은걸 낳아서.

왜 나같은걸 사랑해서

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남으로써 저분들이 상처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엘사는 지나친 자기혐오를 하기 시작한 자신의 눈에서 떨어져버리기 시작한 눈물이 배게를 적시는걸 보며

이제 자기혐오를 해봤자, 자신은 이미 자신을 혐오하기에는 너무 약해져버렸다는걸 생각하며 그대로 소리내어 울어버린다.

그렇게 그날도, 저녁시간까지 엘사는 울기만했다.

이렇게나 약해져버린 자신을 혐오한 자신을 혐오하며.

19살의 소녀는, 지쳐서 눈물이 마르기 전까지 자신의 침대를 적셨다.


"엘사, 무슨일이야? 또 왜울어."


"신경꺼 안나."


옆병실의 안나가 심심했는지 자신을 찾아왔다. 


이렇게 어린아이에게까지 죽음이란 공평한 건가, 만약 내가 먼저죽으면 신이라는 놈의 얼굴을 갈겨줘야지


엘사는 백혈병으로 투병하는 어린 소녀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차가운 말투를 반성한다.

그러고는 사과를 하려하지만, 이 어린 소녀는 그런 말에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자신의 침대위로 올라와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한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자신이 학교를 떠난 뒤로 느낄일이 거의 없던 이 분위기에 엘사는 마음이 편해진다.



"안나, 너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지않니?"


안나의 부모님과 안나를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혹시나 안나가 가고싶어한다면, 엘사 자신은 안나와 여행을 같이 가고싶었다.

이기적인 발상이었지만, 어짜피 죽을꺼 하고싶은건 가능성이 낮아도 물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아-니. 나는 여기가 좋아. 엘사언니가 있잖아."


안나는 천진난만하게 엘사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귀여운것


"그럼, 나랑 같이 여행가지 않을래?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거야! 가서는 우리둘이서 놀러다니는거지."


안나의 눈이 반짝이며 엘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 긍정의 표시.


"갈래!"


"그럼 안나의 부모님한테 물어봐줘, 나는 좋은답이 있기를 기대할께."


이기적인놈, 어떻게 안나보고 부모님에게 그런말을 하게 시킬수 있지? 

하지만 만약 안나가 같이가준다면...정말로 내가 죽기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 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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