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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이웃집 가이드 - 6

벼와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5.01 06:48:56
조회 2693 추천 104 댓글 43

*센티넬버스. 킴치스멜 주의(실제 킴치가 나오진 않으나 뭔가 킴치스러운 정서임)

*계간연재주의... 뻥임ㅎ

 

 

 

 

 

 

 

 

 

 

 

 

 

 

 

 

 

 

 

 

'나 사실 가출했는데, 좀 재워줄 수 있을까?'
1시 32분. 이상의 대사를 말하기 위해 입을 연 엘사는, 입술만 몇 번 뻐끔 거린 다음 도로 다물었다. 그녀는 이 멍청해 보이는 행동을, 한 시쯤 부터, 10분 정도의 간격을 두고 반복하고 있었다.

 

'가출했다고 털어놓는 걸로 모자라서 재워달라는 부탁까지 해야 하다니.'
도덕적 결벽이 있는 엘사가 해내기엔 버거운 임무였다. 너무 몰상식하고 무례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집에 돌아갈 순 없잖아.'
하지만 엘사는 이 미션을 완수해야 했다. 집에 계신 부모님이 무서웠고, 병세는 심각했으며, 기분은 한없이 우울했다. 안나네 집에서 자야만 했다. 만약 안나네 집에서 잘 수 없다면 노숙해야 할 것이다. 엘사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1시 37분. 세상에, 그냥 좀 말해라!'
시간을 확인한 엘사는 안달이 나서 스스로를 채근했다. 임무의 마감 시간이 거의 임박해 있었다. 안나네 부모님이 귀가하기로 예정된 2시가 되기 전에 사정을 말하고, 재워주겠다는 허락을 받아내야 했다. 안나네 부모님이 있는 앞에서 가출했느니 뭐니 고백하게 된다면 왜 가출했느냐, 부모님과 싸웠느냐, 이러면 안 된다 등등의 설교를 들으며 집으로 강제송환 될 게 뻔했다.

 

'침착해.'
한마디. 아니 그냥, '아'나 '흠' 같은 한 음절 짜리 말이라도 발음해 봐. 어쨌든 말을 시작하면 싫어도 끝을 내야 할 테니까.
엘사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다시 한 번 입을 뗐다.

 

"안나."
두 음절이나 뱉어낸 건 엘사 스스로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심드렁하게 고개를 드는 안나와 시선이 맞은 엘사는 약간 긴장됐다. 하지만 확실히, 어두를 떼고 나니 그다음은 수월했다. 그래서 별 어려움 없이 다음 대사를 이어 붙일 수 있었다.

 

"고백할 게 있어."

 

 

 

 

 

 

 

 

 


이웃집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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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안나, 고백할 게 있어."
책을 덮는 엘사의 입에서 이 말이 튀어나왔을 때, 안나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그리 충격적인 말이 아니니까. 그래도 굳이, 충격받은 정도를 비유해서 표현하자면 그냥 뭐─알루미늄 베트로 뒤통수를 후려 맞은 정도?
사실 꽤 충격적이었지만 엘사가 이런 말을 꺼낼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안나는 별 어려움 없이, 의연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놀라서 양쪽 눈썹이 정수리까지 치솟을 뻔 했지만, 아무튼 간에 괜찮았다. 괜찮아야 했다.

 

엘사가 고백할만한 분위기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일념을 갖고 만고의 노력을 기울인 안나였지만, 그게 허투루 돌아왔다는 황망함에 빠져 있을 여유는 없었다.

 

'뭐라고 하던 거절해야 해.'
안나는 오로지 '엘사의 고백을 거절해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하면서, 눈을 우악스러울 만큼 땡그랗게 뜨고 네댓 번 깜빡인 다음, 입꼬리를 잔뜩 끌어올렸다. 얼굴에 경련이 날 것 같았지만 참았다. 낯빛에 '무슨 고백을 할지 이미 알고 있다'는 기색은 완전히 지워내고, '대체 무슨 말을 꺼낼지 전혀 모르겠다'는 척 연기해야 했다.

 

'이게 아닌데.'
안나가 보이는 태도는 엘사를 약간 당황하게 만들었다. 사실 엘사는, 안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백'이라는 단어를 썼다. 남모르는 이야깃거리 같은 것에 까무러치는 안나가 "왜? 무슨 고백?" 하며 관심을 보일 것이라 생각했고 그럼 좀 더 매끄럽게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소극적으로 피드백하는 안나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진 엘사는 문득 겁이 났다.

 

'가출했다고 말했는데,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내가 비행을 저질렀단 사실을 알고 핵폐기물처럼 취급하면 어떡하냔 말이야.
안나에게 나쁜 인상을 줘선 안 됐다. 그럼 안나로부터 '재워주겠다'는 허락을 받아내는 게 어려워질 것이다. 가출했다고 말하면, 안나가 뭐라고 하려나? 엘사는 안나의 성격을 토대로, 안나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를 그려보았다.

 

'안나는 입이 좀 험하고, 뭔가 양아치 같아 보이는 애들이랑 다니긴 하지만─생각보다는 의젓해. 부모님 속 썩이는 것도 싫어하고...'
모르겠어. 하지만 안나는 꽤 입체적인 성격이라서, 명확하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엘사는 '안나가 충격받지 않도록 잘 둘러서 고백하자'고 계획했다가, 아예 방향을 바꿨다.

 

"그 전에 일단...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날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해."
그냥, 안나가 자신을 싫어할 수 없게끔─우정을 구걸해야겠다고 말이다. 비참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견뎌야했다.

 

'뜸을 들이네?'
한편 안나는, 뻔히 정해진 결말을 두고 시간을 끄는 엘사가 약간 갑갑했다. 그래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니.'
소수자스러운 자신감 없는 태도가 안타까웠으니까.
또, 횡설수설하는 엘사와 전남친 한스에게 고백하며 허둥거렸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저 기분 잘 알지. 엘사에게서 동질감을 느낀 안나는 엘사가 무사히 고백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기로 했다. 어차피 거절할 고백에 그 정도 호의는 아깝지 않았다. 안나는 팔짱을 끼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내가 무슨 고백을 하든 나한테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야."
"응."
안나가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뱉은 짤막한 대답은, 엘사를 안달 나게 했다. 엘사는 안나의 속내를 읽을 수 없음에 불안해졌고, 그래서 거의 울먹거렸다. 그런 엘사를 관찰하던 안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가─경악했다. 엘사가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상에, 엘사가 귀여워 보인다니.'
안나는 평정을 유지하려 애쓰면서, 패인을 분석했다. 고백하려고 버벅대는 엘사가 귀여워 보이는 건─아마 엘사가 너무 예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엘사는 귀엽다기보단 예쁘다. 얼굴 조형이. 몸의 모양새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객관적으로 말해 그녀는 미인이다. 성 소수자가 아닌 여자도 약간 설레게 할만큼이나.

 

'와오, 엘사가 예쁘긴 하지만 그 정돈 아니지?'
안나는 엘사를 재는─심지어 긍정적인 방향으로─자신에게 제동을 걸었다.
미친, 정신 차려. 진정하라고 안나 벨벳! 엘사는 여자야. 사귈 수 없어. 연애를 고려해볼 만한 대상이 결코, 아니라고.

 

"안나. 난..."
안나의 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턱이 없는 엘사가 안나의 이름을 부르며, 안나 가까이 상체를 들이 밀었다.

 

'...어쨌든 이쁘긴 진짜 이쁘다.'
안나는 자신과 엘사 사이에 있는 탁자에게 감사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엘사를 시야에서 치워야 했다. 엘사의 촉촉하게 젖은 파란 눈동자나 끝을 내린 눈썹이 몹시 애틋하고,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촛불까지 켜져 있으니까 분위기가 물씬 사는 게─너무 위험했다.
무드와 예쁜 것에 약한 안나는 그것들을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은은한 불빛과 조화된 엘사의 미모를 정면으로 마주한 채 '널 오랫동안 사랑해왔어.' 하는 유의 고백을 듣게 된다면, 저도 모르게 '나도…' 라고 말하며 성 소수자들의 알기 싫은 취향에 동화되어버릴 것 만 같았다. 그래서는 안 됐다.

 

유감스럽게도 안나를 혼란하게 하는 엘사의 매력은 좀 더 복합적이어서 고개를 돌리는 것 이상의 조치가 필요했다. 엘사 아렌델의, 허스키한 목소리! 그 멋진 음성이 자신의 이름을 읊자, 분별력 없는 심장이 터질 듯 뛰어대는 것이다.

 

'진짜 미쳐버렸나. 나한테 고백하고 있는 건 엘사라고. 여자잖아!'
멋대로 날뛰는 심장을 논리 정연하게 타일러봤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엘사가 고백하고 있어. 엘사가, 고백하고, 있어! 오히려 상황을 되뇔 때마다 안나의 맥박은 더 크게 짖었다. 두근두근. 고막을 찢을 기세로 말이다.

 

"앞으로도 우리 우정이 변치 않길, 간절히 바라."
엘사는 우정의 불변을 바랐고

 

'그럼 그냥 고백하지 마!'
안나는 엘사가 닥쳐주길 바랐다.

 

"나 사실"
크게 한숨을 쉰 엘사는 입을 열면서, 무거워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본론이 나오기 직전이라는 신호였다.

 

'안 돼, 안 돼, 안 돼 제발─'
안나는 귀를 막고 싶었다. 그럴 수는 없어서, 눈이라도 질끈 감고 뺨 맞기 직전의 사람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제발 엘사, 말하지 마. 안나는 속으로 빌면서─뒤늦게 깨달았다. 고백을 거절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출했어."
"......가ㅊ, 뭐?"
안나의 얼빠진 표정을 본 엘사는 왠지 안심됐다. 이건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엘사는 객관적으로 봐서 별로 흠잡을 구석이 없는 모범생이다. 엘사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입학때 부터 자신과 붙어 다닌 안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고, 엘사는 생각했다. 내가 이런 '탈선'을 하다니. 안나도 놀랄 수밖에 없을 거야, 암. 엘사는 자타가 부여해준 '모범생 이미지'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한 번 더 고백했다.

 

"가출했다고. 집 나왔어."
그래도 안나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가출'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아마 '가출했다'는 고백이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걸 거야. 엘사는 그렇게 짐작하면서 작게 웃었다. 넋을 잃은 듯한 안나의 얼굴이 재밌게 느껴졌다.

 

"그럼, 뭐야. 단지... 가출해서 우리 집에 찾아온 거야?"
이게 무슨 소리래. 정말 예상치도 못한 고백에 어리둥절해진 안나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응, 속여서 미안해."

 

미친.

눈앞에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엘사가 지금 당장 사라진다면, 안나는 엉덩이로 점프하면서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그 정도로 창피했다. 너무 너무 쪽팔렸다. 엘사가 '사랑'을 고백할 거라는 예상은 완전한 헛다리였다! 안나 혼자서 뭣도 모른 채 난리를 쳤던 것이다.
안나는 토네이도 포테이토 마냥 몸을 비비 꼬면서 창피한 감정을 연소시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열이 오른 볼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면서, 크흠크흠 목청만 가다듬었다.

 

"혹시 화 난 거 아니지?"
"화가 나? 누가... 내가?"
"응, 너. 얼굴이 술 먹은 사람처럼 빨간데."
"정말? 더, 더워서 그런가 봐. 내가 화날 게 뭐 있나."
"공부 가르쳐주겠다고 한 게 거짓말이었으니까."
"오, 그건... 괜찮아."
"그래?"
"그래."
"...그럼 혹시 나한테 실망했어? 내가 가출 같은 짓을 해서? 안색이 너무 나빠 보여."
"아냐, 나 진짜 화 안 났어."
그냥 쪽팔린 거지.

 

"물론... 언니가 가출했다는 게 좀 뜻밖이긴 해. 그런데, 실망했고 뭐 그런게 아니라 난 그냥..."
"─너무 미안해가지고."
가출이라니. 확실히, 공부와 법규와 윤리에 민감한 모범생 엘사가 저지르기엔 수위 높은 탈선이긴 했다. 중의적인 의미로 '뜻밖의 고백'을 들은 안나는 쪽팔린 감정이 희석되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모름지기 '친구랑 함께 공부하기'에는, 공부라는 목적을 빙자해 노닥거리면서 유대를 두텁게 하는 것에 그 의의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고백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헛다리를 짚으면서, 함께 있는 내내 쌀쌀맞게 대했으니... 비록 엘사가 자신을 좋아하긴 하지만 일단 두 사람은 친구였다. 고민거리가 있다면 나눌 수 있는, 그런 관계여야 했다. 안나는 엘사의 시선, 말, 엘사가 공유하고자 했던 감정 등등을 차단해 온 것이 죄스러웠다.

 

"미안하다고? 니가 왜 미안해?"
"언니 계속 무시한 거 땜애..."
안나는 솔직하게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시를 했다고? 나를?"
억울함, 야속함, 의아함. 엘사의 얼굴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포착한 안나는 심장이 따끔거리는 듯한 감각에 몸을 약간 움츠렸다. 너무 솔직했나?

 

"음, 확실히 네가 나 좀 무시하는 것 같긴 했는데."
"...그...치?"
"왜 그런 건데? 내가 싫어? 너한테 뭔가... 싫게 했던가?"
"아니, 아니. 아니야! 싫은 건 아니고. 근데, 좋다는 뜻도 아니야. 아니지, 언니라는 사람은 좋아. 사람은 참 정말 너무 좋은데..."
사과가 너무 과격했다고 판단한 안나는 어버버 거리면서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엘사가 보내는 시선의 온도는 계속해서 낮아져 갔다.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엘사는 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감정을 병렬적으로 드러내며 법썩 떠는 안나를 잊은 채, 생각부터 정리하는 중이었다.

 

미안하다. 사실 무시했었다. 그런데 언니가 싫진 않다, 그런데 좋지도 않고, 아니 좋다…
이랬다. 저랬다. 블러블러블러.

 

안나가 털어놓는 말들은 서로 연속되지 못하고 뚝, 뚝 끊어져서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정보는 얻을 수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엔 가출에 관련된 헤프닝 이 외에 어떤, 좀 더 원천적인 문제가 있다고. 엘사는 그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나에게서 '허락'을 얻으려면 두 사람 사이에 불편한 감정 같은 것은 없어야 했다.

 

"사실 언니가 좀 불편해서..."
"내가 불편했다고? 그건 왜지?"
엘사는, 안나가 계속해서 나열하는 고백이 영 불쾌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지속시켰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실마리를 수집해야 했다.

 

"나랑 다르니까. 언니의 어떤... 중요한 무언가가. 예를 들면 취, 취... 취향 같은 거 말야."
"무슨 취향."
"그...... 세상에, 나 말해도 되는 거야?"

 

끄덕끄덕.

 

"언니의─사, 사람 사귀는... 취향 같은 거."
"...오."
엘사는 자신의 추리가 들어맞았음에 작게 감탄했다. 예상대로, 두 사람 사이의 문제는 상당히 원천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두 사람 각각의 '천성'이 빚어낸 문제였던 것이다.

 

'확실히, 내 친구들이랑 안나 친구들은 스타일이 좀... 다르지.'
아니, '엄청나게' 다르지.
난 조용하고, 도덕적이고, 감정표현은 간결하고, 공부에 열정적인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안나는 시끄럽고, 무례한 데다, 말투는 험악하고, 감정표현이 많은, 약간 양아치 같은 애들을 좋아하잖아.
두 사람은 선호하는 친구 스타일이 다른 만큼 성격이 달랐다. 뚜렷한 성격 차이는 엘사와 안나가 친하게 지내기 어렵다는 것을 뜻했다. 엘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안나가 좋아할 법한 인간상을 연기해왔었다.
하지만, 안나의 과격한 언동 뒤에 숨은 따듯함과, 배려심을 발견한 엘사는 안나와 잘 지내기 위해 터프한 척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오늘 밤은 내도록 본래의 성격대로 행동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던 걸까?

 

엘사는 엄지와 검지로 턱을 쓸면서, 미간을 찡그렸다. 안나는 그 표정을 보자마자 입술을 깨물었다. '언니가 동성애자라도 괜찮아, 상관 안 해!' 같은 말이 튀어나오려고 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엘사가 날 좋아하는 이상은 엘사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문제가 돼. 이건, 앞으로도 엘사랑 잘 지내려면 꼭 짚고 가야 할거야. 나 혼자서 '친구니까 괜찮다'는 둥 넘겨선 안 된다고. 여기서 물러서면 안 돼. 무조건 괜찮다고 말해서도 안 돼.'
마음 약해지면 안 된다고. 안나는 불안정한 마음을 다지면서, 그렇게 되뇌었다.

 

"충격이라기보다는...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실망이야, 안나. 그런 취향 차이가 우리 관계에 뭔가 문제로 작용한단 말이야? 너 사람 가리고, 그래?"
"언니가 날 친구로 생각하지 않으니까, 문제가 되지. 나 혼자서 친구라고 생각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그래서 '실망'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소용돌이치는 미안한 감정, 억울한 감정들을 짓누르면서─침착하게 대응했다.

 

"내가 널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응."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정말 몰라서 그래?"
"모르겠어. 내가 널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니... 뭘 근거로 그렇게 확신하는 건데."
"그야, 언니의─"
가방 속에서 발견된 '인생계획'을 보고 확신하는 거지.
안나는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하는 짓이... 그래 보였으니까."
그래서 솔직하게 말해야겠다는 결심은 물렀다.

 

'옛날 얘기 하는 건가.'
엘사는 지난 10년 동안, 안나를 밀어냈던 행동들을 떠올렸다. 인사를 무시하거나, 얼굴이 마주치면 고개를 돌리거나 했던 것들...
10년간 꾸준히 벌려놓은 거리를 6개월 만에 좁히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던 걸까.

 

"무슨 말 하는지는 알겠어. 내가 너한테 이상하게 굴었던 적 있지,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다 옛날 일이라고."
"이젠 그런 식으로 널 대하지 않을게."

 

'말도 안 돼, 오늘 까지만 해도 내가 필요하다는 둥 거의 고백에 가까운 말을 해놓구선.'
안나는 엘사의 말이 거짓일거라 치부했다. 그러자마자, 엘사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돌려야 했다. 어렴풋이, 엘사가 진실을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나는 그 생각을 부정하는게 옳은 것 같았다.

 

"옛날의 내 행동이 불쾌했다면... 용서해줬으면 좋겠어. 다 잊어줬으면 좋겠구."
"제발, 안나. 난 널 친구로 생각해, 믿어줘. 앞으로도 그럴 거야."
엘사는 안나의 손을 붙들면서 거의 맹세를 올렸다. 맹세 속에 숨어있는 여러 가지 타산들이 들통 나지 않길 바라면서.

 

"정말이야?”
"정말이야."
"믿어도 되는 거야?"
"그래. 믿어도 돼."
진짜 믿어도 되는 건가. 안나는 엘사가 붙들어 올린 자신의 손과, 엘사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엘사의 속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정말인가? 정말로, 지금 이 접촉에, 성적인 함의 같은 건 없는 거야? 그럼 나랑 결혼하겠다는 건 뭐야. 오늘 낮에 했던 말들은 다 뭐냐구.
안나는, 타인의 표정변화에 둔감한─'그 엘사'가 알아챌 만큼이나 고민했다.

 

"안나. 너 진짜 나 못 믿는구나... 난 오히려 네가 날 친구로 생각하지 않을까 봐 걱정한 적도 있다고."
"뭐?! 세상에, 그건 진짜 말도 안 되는 걱정이야! 난 우리가 친구 이외의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없어."
"그럼 지금 뭐가 문제인 거야. 우린 서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겠어, 우리 왜 이러는 거야?"
"내가 어떻게 알아."

 

대화가 도랑으로 빠지자 긴장이 풀려버린 엘사는 푸흐흐, 하고 웃어버렸다. 친구가 어쩌니저쩌니. 격양된 감정으로 나눈 말들이 하이틴 드라마 속 대사처럼 느껴져서, 우스웠기 때문이다. 엘사가 자지러지자, 잔뜩 이마를 구기고 있던 안나도 표정을 조금씩 풀더니 끝내는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한참을 함께 웃다가, 먼저 진정된 엘사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치면서 상황을 정리했다.

 

"너 혼자 착각한 거야, 알겠어?"
"아 쪽팔려... 진짜야? 진짜 나 혼자 삽질한 거야? 언니 진짜, 나 친구로 생각하는 거 맞는 거지?"
"그렇다니깐."
"알았어, 알았어. 아, 쪽팔린다 진짜."

그렇게 대화를 일단락한 두 사람은 눈이 맞자마자, 또 웃었다.
웃는 와중에 '그럼 인생 계획에 나랑 결혼한다고 써 놓은 건 다 뭐였던 거지?' 하고, 의문이 드는 안나였지만 '그냥 옛날에 쓴 건 가보지 뭐. 지금은 친구로 생각한대잖아.' 하며 의문을 지워냈다.
엘사는 분명히 '친구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도끼병 환자마냥 구는 건─이제 정말 사양하고 싶었다.

 

"그거 알아? 언닌 정말 좋은 사람이야. 항상 언니를 응원할게. 멋진 애인을 만나길 바라."
"고마워. 나도 네가 남친이랑 다시 잘 지냈으면 좋겠다."
"오..."

 

'맞아, 남친 있다고 사기쳤었지.'
안나는 대답하는 대신 넘어가듯이 웃었다. 나중에 이실직고 해야겠다.
엘사는, 안나가 뜬금없이 연애얘기를 꺼내는 이유와 웃는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그냥 안나를 따라서 히죽히죽 거렸다. 분위기는 밝았고, 두 사람 사이의 유대감은 계속해서 팽창했다.

 

"이 얘기도 좀 구린 것 같애. 우리 딴 얘기 하자."
"좋아, 예를 들면?"
"왜 가출했는지 물어봐도 돼?"

물론이지, 안나. 엘사는 안나에게서 '허락'을 받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
'대체 왜 가출했느냐.' 몇 번이나 물어도 엘사는 '부모님과 싸웠다.' 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그러니까 대체 왜, 어쩌다, 어떻게 부모님이랑 싸웠느냐.' 그렇게 질문하면 엘사는 '그냥 내가 잘못한 게 있다.' 라는 식으로 두루뭉술 대답하면서 자세한 사연은 감추는 것이다. 안나는 엘사의 성 정체성까지 알게 된 깊은 친구로서 조금 섭섭한 기분이 들었지만, 대화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캐묻지 않기로 했다. 말하기 싫은 걸 억지로 말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정말, 다시는 엘사와 틀어지고 싶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켜낸 '엘사와의 우정'을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엘사의 재미없는 농담에 과장된 리액션을 보이고, 엘사가 몹시 흥분해서 떠들어대는 기하학 이야기를 오롯하게 알아듣는 척, 연기하면서 새벽을 지새웠다. 친한 친구한테나 얘기할 법한 비밀 몇 가지를 털어놓기도 했다.
엘사가 '잘 곳이 없어서 그러는데, 재워 줄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흔쾌히 수락한 것도 엘사와의 우정이, 도덕적 지표에 따라 행동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겠느냐, 따위의 말로 쫓아낼 수는 없었다.

 

안나는 엘사 또한 '우정'을 소중하게 여기길 바랐다. '우정의 맹세'에 한 치의 거짓도 없기를 바랐다.

 

-끼이익
출처를 알 수 없는 강한 추위 때문에 잠을 깬 안나가, 이불을 끌어당기려고 몸을 뒤척이고 있던 때였다. 안나네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안나는 잠결에 '엄마 아님 아빠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이불을 더듬거리다가, 부모님 두 분 모두 집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안나는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눈동자를 굴렸지만, 볼 수 있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오로지 섬유 같은 것이 서로 마찰하는 소리로 누군가, 무언가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안나는 무서워졌다. 강도나 귀신이면 어떡하지.

 

"안나, 자?"
몸을 웅크리지도 못한 채 떨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안나를 안심시켰다. 엘사구나. 맞아, 우리 집에서 자기로 했었지. 인기척의 주인을 확인하자마자 졸음이 들이닥쳤고, 안나는 눈꺼풀을 닫았다.

 

'─엘사라고?'
그리고 1초 만에 다시 열어젖혔다.

 

'언니, 무슨 일이야?' 라고 말하거나, 몸을 일으키거나.
안나는 둘 중에 한 가지 행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나 보다는 엘사가 좀 더 빨랐다. 엘사는 상체를 숙이고, 자신의 콧등을 안나의 뺨에 지긋이 문질렀다. 그건 안나 기준에서 굉장히 끈적하고 에로스적인 스킨십이였다. 이 급작스런 스킨십은, 엘사가 했던 '우정의 맹세'가 거짓이었음을 의미했지만 안나는 엘사를 거부하지 않았다. 엘사가 측은해졌기 때문이다.

 

'엘사는 아까 전의 대화로 나에 대한 마음을 접기로 한 거야. 결혼하겠다는 계획도, 내가 필요했다는 말들도 다 진실이고, 진심이었지만─오늘 밤 내가 보인 태도를 보고 확인하게 된 거지. 내가 자기한테 넘어갈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나랑 친구로라도 잘 지내고 싶으니까 '친구로 지내겠다'느니 뭐니 하면서 정색한 걸 거고─지금 이 행동은 아마, 나한테 품었던 연정에 대한 작별인사 같은 게 아닐까. 가엾은 엘사... 저 밖 어딘가에, 언닐 진정으로 사랑해줄 사람이 있다면 좋을 텐데.'

 

안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엘사가 제 옆에 누워 손을 잡을 때 까지도 자는 체했다.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보지도 못한 채 접어야 하는 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 아픔을 헤아려보자니, 안나는 도무지 엘사를 내칠 수가 없었다. 그저 엘사가 마음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이 순간만은 조용히 견뎌주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안나가 이해한 '엘사'라는 인물은, 안나 혼자 써 갈긴 삼류 퀴어 소설 속의 주인공에 불과했다. 현실 속의 '진짜 엘사'는, 안나의 망상보다 훨씬 추악한 인물이었다.

 

엘사가 자신의 위로 몸을 겹쳐 왔을 때, 안나는 엘사가 몸을 일으키려다 잠시 넘어진 것으로 생각했고, 엘사가 제 목을 세게 빨았을 때까지도─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부동했다.

 

"어, 언니."
바지 아래쪽으로 엘사의 손이 들어왔을 때, 안나는 그제야 '소설' 속에서 깨어났다. 안나는 엘사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서 그 손을 붙들었다.

엘사의 힘이 이렇게나 세다니.
안나는, 엘사의 손을 전혀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좀 더 세게 저항했다. 하지만 안나를 옥죄는 엘사의 힘엔 어떤 양보도, 배려도 없었다. 엘사는 안나의 양 손목을 거의 부러뜨릴 기세로 잡아 쥐고 안나의 바지를 내렸다.

 

"엘─미친!"
그리고 안나의 맨 허벅지에 콧등과 볼을 비비고, 입을 맞추고, 세게 빨았다. 무척이나 게걸스럽고 흉포하게. 그 행동에서 안나가 느낀 감정은 불쾌함 뿐이었다. 안나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고성을 내지르면서, 발로는 엘사의 등을 세게 내리찍었다. 타격이 있었는지, 엘사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안나는 다시 한 번 더 엘사를 걷어찼다. 너무 어두워서 정확히 어디를 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불, 불."
안나는 조명등 스위치를 두어 번 쯤 연타했다가, 기능할 수 없음을 깨닫고 부엌을 향해 달려갔다. 테이블을 더듬는 손은 금세 라이터와 초를 찾아냈다.

 

"안나, 잠깐만, 불 켜지마 봐. 아직!"
"싫어."
엘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불을 켜지 말아달라 애원했다. 염치 없긴! 안나는 칼같이 거절하고, 초 심지에 불을 붙였다. 촛불이 어둠을 씹어 삼키고, 부엌과 부엌에 서 있는 두 소녀를 환하게 밝혔다.


어둠 속에서 표적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던 안나의 시선은 드러난 엘사의 전신을 향해 달려들며 분노를 전했다. 안나는 생전 처음 겪는 강한 적대감과 경멸감에,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뭐야?"
"..."
안나는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것을 참으면서 엘사에게 물었다. 질문하는 목소리가 몹시 떨렸고, 끝은 갈라졌기 때문에 좀 창피했지만, 그 수치심보다는 질문 속에 함유된 온갖 의문들과 배신감 같은 것이 훨씬 중요했기 때문에 의연했다. 안나는 자신의 감정이 엘사에게 오롯이 전달됐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못들은 체, 대답을 피하는 엘사가 혐오스러웠다.

 

엘사는 마치 지금 상황에 전혀 연관이 없는 3자처럼 굴었다. 집 구석을 쳐다보면서, 눈을 피하는 꼴이란!

 

"뭐한 거냐고."
"욱..."
안나가 다시 한 번 더 물었을 때, 엘사는 꼭 구토감을 느끼는 사람처럼 몸을 숙였다. 안나는 그게 상황을 피하기 위해 급조한 별 같잖은 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싱크대에 고개를 처박은 엘사가 진짜 토사물을 쏟아냈을 때 약간 당황했다.

 

 

 

 

 

 

 

 

 

 

 

 

 

 

 

 

 

 

 

 

──────────────────────────────────

 

*

글에서 존나 힘들게 쓴 느낌이 진동해서 뻘쭘하네

픽속 엘사 성격의 모델(?): 빅뱅이론의 쉘든. 쉘든이 TOP면 엘사는 물 많이 부운 커피 정도...

 

*

통수공지에 대한 사과

 

[1]공지로 통수를 때리게 된 이유

ㄱ. 완성은 여러 번 했는데... 너무 노잼이라 맞춤법 검사기 돌려보다가 현타 옴->처음 부터 다시 쓰는 지랄을 너무 많이했음 은 지금도 잼없는 거 같은데 그냥 올린다

ㄴ. 내가 글쓰고 뭐 연재를 하고 이런 게 첨이라 어느 정도 하면 완성되는 지를 잘 모르는 거 같다. 2, 3일 후에 완성되겠지?^^ 하면서 공지쌌는데... 그건 그냥 2, 3일 후에 완성하고 싶다는 나의 판타지였던 것 같다 현실은... 존나 안써짐

 

[2]사과

ㄱ.그래서 자꾸만 통수공지를 쓰게됐다 미안하다 사과한다

ㄴ.앞으로는 통수공지로 이 픽을 기다리는 이를 우롱하지 않겠다

ㄷ.이렇게 쓰지만 사실 존나 존나 미안함... 독촉글 보는데 존나 쫌 그르트라... 나도 막 써재끼고 싶은데 현실이 너무 바쁘고 힘들다 이해해주면 고맙겠음 근데 이거 누가 기억하고는 있을까? 있다면 정말 착하고 할 짓 없는 엠창인생 놈일 거야 정말 좋은 새기다

 

[3]그 외

ㄱ.앞으로도 엠창 연재 속도일 것이나 연재는 계속될 것임

ㄴ.만약에 연중을 하게 되면 공지를 할 것이고, 완결까지의 플롯을 써 올리겠음=연중이다돼썅련들아 공지 없으면 연중X 걍 존나 또 막혀서 헛짓하고있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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