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내 눈으로 보고도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어떻게 엘사 공주님이 그런...

아니다, 이럴수록 내가 더 진정해야한다..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니까.우선은

어제 발견한 책장 뒤 구멍을 통해 엘사 여왕님의 방안을 엿보았다.구멍이 그리 크지 않아서

많은게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끝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집중해서 그것만 바라보니

정확하게는 앞뒤로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저게 대체 뭐지..\'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

자세를 고쳐잡는 순간, 안나 공주님의 목소리가들려왔다.

"베르타, 여기서 뭐하는거에요?"  너무 놀란 나는 그저 죄송하다며 고개만

숙였지만 정작 안나 공주님은 나보다는 내가 보고있던 구멍을

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이거... 언니 방... 와우!.. 베르타. 이 구멍 이야기, 아무한테도 안했죠?"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안나 공주님은 씨익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곤 내눈을 보며 말했다.

"잘했어요 베르타... 그리고 미안하지만 내가 공주니까 먼저 봐도 되겠죠?"

내가 무슨 말을 할수 있을까.  자세를 바로잡고 구멍을 통해 한참 엘사 여왕님의 방을 지켜보던

안나 공주님이 얼굴이 묘하게 붉어지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언니...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공모자의 미소를 띄우며 안나 공주님은 나를 돌아봤다.

"자요, 베르타. 우리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똑바로 한번 봐요."

나는 머뭇거리며 자세를 고쳐잡고 구멍으로 눈을 갖다댔다.

맙소사, 앞뒤로 움직이고 있는건 다름아닌 자그마한 눈사람 이였는데

그 눈사람의 코와 하체쪽엔 빨간 당근이 튀어나와 있었고

특히 아래쪽 당근은 물기가 잔뜩 묻어서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