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궁중 일과를 마치고 쉬는 시간에 안나 공주님이 나를 찾았다. 안나 공주님이 날 찾는다는

말을 듣자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어제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눈사람...당근...엘사 공주님의 붉어진 얼굴...

안나 공주님의 방으로 가자 공주님은 머리를 빗고 있었다. 

"아, 베르타. 나의 동지! 잘왔어요."

공주님은 빗은 머리를 곱게 땋아 묶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자 그럼, 우리 같이 엘사를 괴롭힐 방법을 찾아볼까요?"

놀란 눈으로 내가 쳐다보자 공주님은 빙긋 웃었다.

"뭘 그리 놀라요 베르타? 이유도 모른채 평생을 궁안에서만 갇혀사는 내가,

언니에게 자그마한 복수를 하고싶다는게... 그리 나쁜년으로 보이는가요?"

나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죠 베르타? 이곳에 있는 시종들 중에 어릴때부터 날 가장 안쓰럽게 여겨주고

많이 보살펴준게 당신이에요. 그 구멍을 발견한것이 당신 이라는건 분명히 신이

날 불쌍히 여기시고 내 기도를 들어주신거에요."

그녀의 눈은 더이상 순진하기만하고 티없이 맑던 과거의 눈이 아니였다. 

핏발이 서고 분노가 담긴 눈은 묘하게 색기를 띄고 있기도했다.

안나 공주님이 침대 위 베개 밑에서 단검을 꺼냈다.

"베르타...날 돕지 않겠다면 지금 당신을 해칠수밖에 없어요... 그 구멍은 내가

언니한테 복수 할수 있는 지름길이니까... 알려져서는 안되겠지요... 날 도와주겠어요?"

공주님의 손에 들린 단검을 보지않으려 애쓰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자 안나 공주님은

다시 환한 웃음을 짓고 단검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엘사는 철저히 내 손에 농락당하게 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