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체조 요정 손연재(18 ‧ 세종고)와 혜민 스님이 트위터(SNS)에서 나누고 있는 대화가 화제다. 

혜민 스님은 생애 첫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손연재가 긴장과 불안을 느낀다고 고백하자 “마음껏 자신의 무대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며 “태극마크를 단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우니 무거운 짐은 모두 내려놓으라”고 조언한다. 

손연재는 평소 자신의 트위터에 혜민 스님의 말씀을 꾸준히 옮겨 놓는다. 올림픽 막바지 훈련이 한창이던 7월엔 친구들과 트위터 대화를 삼갔지만 혜민 스님과의 대화 만큼은 유지했다. 이런 손연재에게 혜민 스님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남들과 자꾸 비교하는 버릇 때문에 내가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져도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껴주고 사랑하겠습니다.” 

스님의 말씀은 효과가 있었다. 트위터에 올라 온 스님의 말씀을 조용히 입으로 따라 읽다보면 흔들리는 마 

음이 어느새 차분해졌다. 

둘 사이의 대화에서 프로포즈는 스님이 먼저 했다. 손연재가 자신의 글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스님은 자신의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응원 글을 써서 영국에서 훈련중인 손연재에게 전했다. 

책을 받아 든 손연재는 스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 온 올림픽 무댑니다.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고 싶은데 실수가 나올까 자꾸 걱정돼요.” 
스님의 응대가 바로 이루어졌다. 
“나도 수천 명이 모인 청중 앞에서 강연을 하면 떨릴 때가 있어요. ‘잘 해야지’하고 온통 의식이 나한테 집중되면 십중팔구 긴장이 돼요. 대신 나를 잠시 잊고, 청중들의 얼굴을 보며 그들과 함께 한다고 생각하면 편안해져요. 물론 손선수가 처한 상황은 다를 수 있어요. 그래도 잘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조금은 벗어났으면 해요. ‘모두 나를 보기 위해 온 관중이다’생각하면서 그들과 함께 무대를 즐겼으면 해요. 참, 떨릴 땐 혼자 있지 말아요. 친구와 함께 대화를 나누면 훨씬 편해질 거예요.” 

손연재는 자신의 부담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놓고 또 물었다. 
“올림픽 무대에 대한 부담은 떨치기 쉽지 않아요. 메달을 기대하는 분들도 많고요. 후배들을 위해 제가 잘해주는 것도 중요하고…” 

혜민 스님은 간결하게 답해 준다. 
“(메달을 따는 것과 상관없이) 태극마크를 단 순간, 무대에 오른 순간 이미 자랑스러워요. 충분히 자신의 무대를 즐길 자격이 있어요. 자신이 한 노력을 믿고 맡기세요. 배가 앞으로 가려면 파도가 치기 마련입니다. 그 물결이 무섭다고 배가 멈춰버리면 안 되죠.” 

손연재는 9일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개인종합 예선 첫날 경기에 나선다. 
미국 햄프셔대 교수이기도 한 혜민 스님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돼 지난 5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손연재에게 혜민 스님의 조언이 큰 힘을 발휘할 지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