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작법 공부를 하다보면 반드시 배우고 넘어가는 문장이 있다.
' 주인공으로 부터 모든 것을 빼앗고 추락시켜라.'
' 그리고 그가 불굴의 의지와 행운으로 다시 날아오르는 것을 즐기게 만들어라.'
블랙팬서는 이러한 영웅 신화를 철저하게 지킨 교과서적인 시나리오 작법을 보여준다.
그것을 안전한 네러티브와 안전한 플롯으로 매우 '안전'하게 쌓아올린다.
다채로운 복선 회수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히 클리셰의 향연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것이 기분 나쁘게 다가오진 않는다. 신선하진 않지만 어색하지도 않다.
'이 장면이 왜필요하지?' ' 아~ 이래서 필요했구나!'
라는 퍼즐들이 맞추기 아주 쉬운 난이도로 끊임없이 관객에게 주어진다.
생각없이 감독이 던져주는 퀘스쳔만 따라가도 영화는 어느새 끝나 있다.
연출의 밀고 당기는 호흡이 그만큼 훌륭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마블 영화중에 가장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빌런이 등장한다.
동기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거칠지만 과감하게, 애정어린 시선으로 다뤄준다.
예를들어 결투장면에서 기존의 무기를 부러뜨려서 자신이 쓰기 좋게 만드는
디테일의 끝판왕격 연출들은 빌런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낸 행위라고 할 수 있겠고
환각 장면에서 흘리는 눈물 한방울은 관객을 몰입시키는 장치로써
훌륭하게 작동한다.
시리즈를 통과하는 이스터에그들은 마블의 장기이자 자랑거리라 기쁜마음으로 즐기게 된다.
거기에 더해 감독 개인의 삶과 이데올로기를 강렬하면서도 거북하지 않게 녹여내었다.
그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채택하는 데
바로 '대비'를 통한 사상의 대립이다.
'대비' 는 블랙펜서를 통과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중 하나이다.
이 장치는 어떻게 쓰이는가?
트찰라의 등장씬에 아프리카 전통음악 리듬의 스코어가 웅장하게 사용된다.
킬몽거의 등장에는 스웩 넘치는 최신 힙합이 흐른다.
트찰라는 수수하고 눈에 띄지않는 은색의 수트를 선택한다.
킬몽거를 강렬하고 화려한 큼직한 골드를 선택했다.
트찰라는 전통, 왕위, 안전, 보수를 상징한다면
킬몽거는 새로움, 진보, 미래, 불안정을 상징한다.
트찰라는 손톱과 방패, 창을 사용한는 반면에
킬몽거는 총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JSOC특수부대 출신답게
모잠비크 드릴로 골룸을 보내버리기 까지한다.
자 총이란 또 무엇이었나?
비브라늄이 발달하고 총탄이 소용없는 와칸다에서는 총을 사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총을 언시빌라이제이션 하다고 대사로 설명하기 까지한다.
그들의 이러한 문화는
폭력이 필요없을 정도 안락하게 숨어 지낸 와칸다의 태평성대를 뜻하기도 하고,
보수와 안전을 지향하고저 하는 인식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반면에 총을 겨눈 왕의 동생은 죽임 당한다. 이어서 그의 아들은 총을 사용하게된다.
총을 숨기는 것을 도왔던 포레스트 휘태커는 결국 그의 아들에 의해 명을 달리한다.
총은 그들의 과격한 진보를 상징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폭력을 수반 할 수 밖에 없던
그들의 비참하고 숨죽여 살아야 했던 처지를 내포하기도 한다. 목적이 수단이 되어버리고
억압과 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손에 쥘 수 밖에 없는 내몰린 생쥐의 할퀴기와 비슷하다.
총에 대한 재밌는점이 또있다. 카지노에서 오코예가 창으로 적을 유린하는동안
트찰라와 이데올로기적 각을 세우는 나키아(개방파)가 적의 총을 뺏어 사용한다!
매우, 매우 영리한 감독이다.
자 그러면 영화를 보며 몰입이 깨지던 순간이 있었나? 하면 분명히 있었다.
트찰라는 대체 왜 끝까지 선왕을 용서 하지 않았는가?
보수와 전통이라는 가치를 왜 그리 쉽게 휴지통에 집어넣어 버리는가?
왜 정반합이 아닌 하나의 가치에 힘을 싣어 주는가?
선왕은 단순히 동생을 죽인 살인자가 되는것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시대와 상황을 끝까지 이해하지 않아 버리는가?
대체 왜 마지막 환각에서마저 아버지를 용서치 않고 볼맨소리를 하는가?
왕이 아니라 왕자 처럼보였던 순간이다. 매우, 매우매우 아쉽다.
과거와 역사를 이해하고 그들의 처지와 시대까지 보듬고 나서야
다음 세대와 다음 세대의 가치관에 다다를 수 있는것이 아니던가말이다.
그 대사 하나만 추가됬어도 트찰라의 영웅으로서의 완성과 왕으로서의 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게 남는다.
다른 부분들이 대부분 좋았어서 그 아쉬움이 더욱 크다..
또 하나. 고양이과의 블랙펜서의 액션, 시빌워의 날카로운 손톱은
어디로 갔을까나. 에너지장을 사용하는 것은 비살상을 통한 복선 회수용으로 밖에
쓰이질 않았다. 네러티브에 함몰되어 버린 액션 장치라 할 수 있겠고
이러한 점은 이야기를 위해 액션을 희생한 것이 된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목적이
이야기가 아니라 액션에 있었다면 목적을 호도당했다는 기만감을 느낄 수 도 있을것이다.
킬몽거역의 마이클B조던은 쿠글러 감독의 절친이자 페르소나라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보다 더 힙하게 연출해준 것일까.
칼을 뽑으며 대사를 읖조릴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만큼 좋은 캐릭터 였다.
도라밀라제 수장인 오코예 또한 훌륭한 액션과 배역을 소화해 내었다. 역시 멋진 캐릭터 였다.
페이즈3에서 콜슨 포지션을 맡을 마틴 프리먼의 캐릭터도
바깥 세상과 와칸다를 이어주는 훌륭한 장치로 깔끔하게 사용했다.
감독의 캐릭터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크리드같은 명작이 괜히 나온것이 아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movie&wr_id=1980799
디피저씨가 쓴 글인듯?
특히 무기에 대한(총) 왈가왈부가 많은데 이 글에서 그게 잘 설명되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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