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재밌다고 느끼든 맛있다고 느끼든 몇번씩 가서 확인해봐야하는 타입이라...

결론적으로 존나 재밌었다

다크나이트 뺨치는 플롯에 ㅈ간지 액션까지 가미한 명작

진짜 재밌어서 혹시 감독판이나 커멘테리 나오면 살 생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을 길게 나열하고자 한다

1. 캣우먼 키스신이 너무 의미 없고 작위적임

키스신 자체가 작위적이고 뜬금없다는게 아님

캣우먼이 배트맨을 불러서 PD 옥상에서 재회하는 장면은 배트맨의 선악에 대한 구별점,

즉 '불쌍=선', '돈=악' 인 1차원적 정의관에서 벗어나게 되는 중요한 장면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 이후의 플롯이 어떻게 되느냐

① 캣우먼이 범인찾게 도와달라고 함

② 배트맨이 돈이 그렇게 중하냐고 꼽 줌

③ 캣우먼이 너한테 말한게 잘못이지 하고 뒤돌아가는데

④ 배트맨이 잡았다가 캣우먼의 과거를 알게됨

⑤ 캣우먼 다시 배트맨에게 부탁하며 입술박치기 박음

⑥ 배트맨이 부모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⑦ 캣우먼이 혼자 범인 잡아와서 개패고 있음

????????????

결국 범인을 잡아오는 과정에서 배트맨이 한건 없고

그 전에 캣우먼이 키스 박고 배트맨이 부모에 대해 괴로워한 장면 밖에 없음

그럼에도 사건은 해결되었고, 결국 캣우먼이 굳이 배트맨에게 먼저 연락하면서

범인을 잡아달라고 한 해당 플롯의 동기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됨

이런 중요한 장면을 넣는 동기 자체가 좀 훼손된 느낌이다 보니까

나중에 이 장면이 잘 생각 안나는것도 어쩔수 없음

2. 번역이 좀 아쉬움

보통 영어의 관용어는 'you & me' 인데 'me & you' 를 쓴것도 그렇고

리들러의 퀴즈와 라임은 뭐 팬들도 어쩔수 없다고 인정하기도 했고

번역가마저 알긴하는데 그렇다고 일일이 캡션에 각주를 달수도 없고

어쩔수 없다고 얘기하긴 했다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리들러 vs 배트맨의 대화다

이건 나도 3회차나 되어서 깨달은 건데

리들러는 배트맨=브루스 웨인인걸 알고 있던게 아니다

리들러가 배트맨을 면회장에 초대하자마자 '브루스 웨인... 브루~~스, 웨~~~인' 하면

누구나 배트맨이 브루스 웨인인걸 안다고 생각하지

실제로 극중에서도 그걸 의도하기도 했고

그렇게 브루스 웨인에 대한 얘기만 한 5분 하다가

리들러가 'He's the only one we missed.' 하는데

이거는 리들러와 배트맨이 합심해서 모두 죽이는데 성공했지만

브루스 웨인만 죽이는데 실패했다는, 즉 리들러가 배트맨의 정체는 여전히 모르는

상황을 한번에 설명해주는 굉장히 중요한 한 문장이다

근데 극장에선 번역을 뭐라고 했는지 정확히 기억 못하는데

'그 친구뿐이었지.' '그 친구만 남았지' 이런식으로 번역을 해놔서

결국 리들러가 배트맨의 정체는 모르고 있다는 플롯이 번역본에선 알기 어렵다

좀 텍스트가 길긴해도 '우리가 걔만 못 죽였지' 이런식으로만 썼어도

훨씬 이해를 돕는 문장이 됐을것 같다

뭐 번역가야 몇백 문장을 번역해야하고 중간에 문맥 놓치기 쉽지만

중요장면이라도 뭔가 검수가 있었어야하는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하여간 K-영화번역계 맘에 드는게 진짜 없다

근데 위에 나열한 두가지 단점이 진짜 크긴 한데,

벤에플렉 시절부터 불이 지펴진 현실적이면서도 파워풀한 액션이라던가

신박한 카메라워크와 음향효과로 전혀 새로운 카체이싱 장면이라던가

리들러의 조커 뺨치는 싸이코패스 연기라던가

배트맨 영화 중에서는 진짜 매우 훌륭한 영화였다

아직 안본 히린이들 있으면 꼭 보길 바란다

욕하더라도 보고, 자기 말로 분석할줄 알고 욕해야지

디씨 다음 영화 기대한다 C- 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