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니 누군가한텐 되게 황당하게 들릴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개인적으로 스타워즈는 전형적이기에 성공했고, 또 그랬기에 사랑받아온 시리즈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이 시리즈는 마치 옛 왕조의 기록이나 어느 민족의 오래된 전설 같은 특성을 띄고 있다고 많이 느끼거든.


신화는 그 안에서 우리 인간과 닮아있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뒤섞이고, 우리의 역사와 비슷한 역사를 따라가며, 우리의 문화와 비슷한 문화들을 담아내잖아? 이걸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발자취를 돌아보게 되고, 때론 이야기에서 활약하는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지. 그것이 역사적인 관점에서 느끼는 만족일지(우리 역사에서 패전한 전쟁의 이야기를 들을때면 ‘저 때 누가 짠하고 나타나서 상황을 반전시켰다면 어땠을까?’하고 상상하는 경우 많잖아), 아니면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느끼는 만족일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만큼 스타워즈는 신화가 가진 목적과 성질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어. 게다가 이 시리즈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특성을 하나로 정리해, 오늘날에는 나아가 이 장르의 새로운 바이블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지.

역사, 그리고 그와 함께 필연적으로 탄생되는 신화는 마치 시냇물처럼 계속 흘러가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야. 인류의 역사는 곧 변화의 역사였으니까 이런 성질을 띄고 있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겠지?

그 만큼 변화는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지만(헐리우드의 슈퍼루키였던 조지 루카스가, 당시엔 싸구려 취급을 받던 장르인 스페이스 오페라를 선택한 것도 1970년대엔 아주 새로운 시도였지), 그렇다고 그것들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동시에 일어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작은 변화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그것들이 점점 고개를 들어가면서 점점 내일을 만들어가는거지.

즉 ‘신화’ 스타워즈의 변화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조급함 없이 진행되어야 그림이 맞는 것 같아.


그런데 디즈니는 이런걸 인지하고 앞으로 한 발 편하게 내딛은게 아니라, 조급함에 시달린 나머지, 지금까지 지나온 옛 발자취를 내일과 단절시키고,  내일을 위해 판을 아예 새롭게 갈아버린 느낌이야. 앞으로 자신들이 써나가기 불편할까봐 말이야.

물론 디즈니도 로그 원이나 한 솔로 무비 등을 통해 스타워즈 세계관의 여러 부분을 챙기고 있지. 그런 점은 괜찮은 것 같고, 로그원만 보면 꽤 효과적이었다고봐.

하지만 왜 정사인 시퀄 시리즈에서는, 어째서 이전 시리즈의 주역들에게 그래야만 했지? 왜 퍼스트 오더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해 클래식 시리즈 주역들의 개고생을 헛수고로 만들어버린거지? 나는 이런 점에서 디즈니가 너무 거칠지 않았나 생각해.
얘네는 너무 조급해.

왜 옛 고대 국가들도 다른 나라를 정복하고 나면 그 나라의 역사를 불태우거나 하는 짓들을 많이 했잖아? 이 시퀄 시리즈에서 루크와 한 솔로가 그렇게 퇴장해버렸을때 나는 그런 걸 많이 느꼈어.

그리고 또 하나!
여성 캐릭터를 많이 쓰는 거? 아주 좋아! 흑인 캐릭터? 그게 뭐 어때서? 문제될거 없어!
하지만 어째서 캐릭터들에게 개성을 부여하고, 또 그들이 작품 속에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되며, 해당 캐릭터가 가진 의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왜 전혀 보이지 않는거지?
난 이 점에서 정말 실망했어. 왜 핀과 로즈가 그렇게 처음 마주쳐야 했던거야? 왜 그들이 카지노에서 그런 뻘짓을 해야 했냐고? 참...디즈니는 이런 거는 참 잘한다고 생각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