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마눌련의 하소연
으으으으으으...
헌동은 요즘 머리가 아프다.
출산을 곧 앞둔 마눌련의 조울증세가 깊어지고 있다.
안그래도 지랄맞은 성격, 호로몬 분비체계에 문제가 생긴게 틀림없다.
헌동은 집에 갈때마다 살얼음을 걷는것 같다.
엘리베이터에 내려서 현관문만 바라봐도
가슴이 쿵쾅 거린다.
회사에서도 틈틈히 문자나 전화를 주고 받지만
와이프는 시시각각으로 변덕을 부린다.
그저께는 순대가 먹고 싶대서 사갔더니
지가 원한 순대의 느낌이 아니라고 생지랄 발광 염병을 아주 개 ㅆ....
출산 경험이 있는 같은 사무실 봊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지만
- 흥! 글쎼요.
냉담하다.
아직도 헌동에 대한 데프콘이 해제가 안됐나보다.
개냔들....
동료 잦들한테 물어보면
- ^-^ 야근을 하세요. 맘 편합니다.
어휴..
삐빅 췍
거실이며 온통 불이 다 꺼져 있다.
? 뭐지
- 여보..? 미경아...
불을켰다.
마눌련이 완전 다운된 분위기로 쇼파에 앉아있다.
머리를 잔뜩 풀어 헤쳤다.
- 옴마야... ! 야, 너 뭐하니
- ...
대꾸가 없다.
- 여보.. 뭐해? 뭔일 있어?
- 흐아아앙 흐엉어어엉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마눌년.
왜 그렇냐고 물어봐도 대답없이 울기만 한다.
낮에 엄마가 다녀 가셨다고 했는데 무슨일이 있었나보다.
난감하다. 엄마한테 전화를 해봐야 되나.
- 왜? 뭔일 있었어? 엄마가 뭐라셔?
고개를 절래절래
그건 아닌가 보다.
- 그러면 뭔데? 울지말구... 말을해봐...
어차피 지 감정이 허락하지 않으면 말을 안할 마눌련이다.
그때 까지 달래줘야 된다.
게임할때 경험치 같은거다.
일정이상 채워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 히잉...흐응... 그게... 힝....
입을 뗀다
- 미영이가....
미영이? 마눌의 몇 없는 친구다.
- 프랑ㅅ... 프랑스로.. 놀러 갔어...
- ... ?
이 임신 우울중이란건 아주 뜬금없는 방향으로 찾아온다.
화장실에 갔다가 자기 모습을 보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남편이 지가 먹을려고 챙겨뒀던 요구르트를 멋모르고 먹어도 우울해진다.
주위 얘기를 들어보니 유독 내 마눌련이 더 심한것 같긴 하다.
헌동한테는 온갖 잡변덕을 부리고 허파아웃하는 염병질을 하지만,
천성은 완전 밝은 여자였다.
그 긍정적이고 팔푼이 처럼 밝은 모습.
택배 사기를 당해도 푸하하 웃고
지나가던 차가 뿌린 물웅덩이 오물을 뒤집어 쓰고도 웃던 마눌.
누구 보다 밝던 이 마눌련은 누구 보다도 더 어두워졌다.
상한가 물량을 받아 놨더니, 오후에 하한가를 맞은 심정.
출산후에도 회복이 안될까 걱정된다.
둥글 둥글 해진몸을 일으켜 어디 갈데가 없으니,
할 수 있는게 많이 없었나 보다.
밥을 차려주러 오셨던 엄마가 다녀가시고 나서는,
하루종일 태교 음악 듣고, 책 보고
또 지루해서 친구들 SNS도 들어가 보고,
그러다가 친구봊의 페북을 봤는데, 미영이란 년이 에펠탑 옆에서 시큼하게 웃고 있더란다.
너무 부러웠단다.
그래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단다.
예전 같으면 별거 아닌거 가지고 개염병한다고 뭐라 했겠지만,
임산부 아닌가.
조심 스럽다.
헌동도조금씩 우울해지는것 같다.
손뼉으로 양 볼을 치며
그래, 나라도 정신차려야지!
- 여보... 아니.. 오빠..
- 응?
- 나, 이제 엄마 되는거지?
- 그렇지...
- 나.. 이제 홍미경이 아니라 누군가의 엄마로 사는거지?
- ...
- 난... 이제 내 인생을 가질수도 없고, 꿈도 찾을수 없는거지?
솔직히, 이 대목에서는 풉, 웃을 뻔했다.
애초에 취집이 꿈이었으면서...
- 그... 그런가?
- 하... 나도 이제 다 저물어 가는 구나...
마눌련의 그 말에, 헌동도 새삼, '나'란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의 아빠, 아버지?
김헌동 말고,
누구의 아버지.
곧 기쁨을 함께하고 슬픔을 나눌,
소중한 나의 가족이 또 하나 생기는구나.
거울 앞에서 볼을 꼬집고 있던 한 남자는
아들이나 딸을 안고서, 다시 거울앞에 서겠지.
그리고는 생각 할거다.
이 아이를 지켜 주겠다고.
이 아이의 우산이 되어 주겠다고.
그리고 이 마눌련,
이 '여자'와 남은 여생을 함께 저물어 가겠지.
헌동 혼자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가끔 개 엿같은 직장 생활을 견디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누구에게 위로 받아야겠다, 하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럴 겨를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상처위에 새살이 돋듯,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가 변해가고 있는것.
그 나태하던 히키청년은, 이제 가장이란 이름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세상 누구 보다.
강한 이름.
가장.
아버지.
마눌년아.. 아니 미경아... 좀만 힘내자.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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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갤럼들아.
댓글 많이 달아주면 큰 힘이 된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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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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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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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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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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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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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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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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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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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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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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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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