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엄따

눈 겨우 뜬 꼬물이었슴

사진은 펀거

몇일 전부터 고양이 한마리가 회사 옥상으로 들락거림

사장님이 불교 믿으셔서 그런지

오는 손님 내쫒거나 해꼬지 하지 마라고 하셨슴

나도 냥이 좋아해서 반가웠슴. 옥상에 새끼라도 낳았는가? 사원들이랑 이야기만 주고 받았지 진짜 그런진 몰랐지..

직원들이랑 밥먹으려고 점심때 내려오는데 

회사차 아래 꼬물이 한마리가 울고있는거임..눈도 이제 겨우 뜨는둥 마는둥

어미가 몸풀고 마침 새끼들을 주워 나르는 날이었던가봄.. 옮기다가 잠깐 놔뒀는데 사람소리 들리니 도망을 간듯

밥먹으러 가려면 차는 빼야되고.. 그렇다고 그녀석을 땡볕에 놔둘수도 없고 해서 일단 박스 작은거 하나 구해서 안에 넣어둠

밥먹으러 갔다온 사이 어미가 물어가길 바라며..

밥먹으러 갔다왔는데 그녀석 아직 있슴;;;

막내여직원이 어느새 고양이 캔먹이를 사왔는데.. 성묘용이라 먹을리도 없고

물이라도 떠줘야되나 싶어 물을 떠주긴 했는데...정말 너무 어려서 뭔가 먹이거나 할 상황도 아니었어

우유를 줘도 되네 마네 직원들끼리 옥신각신 하기만 했을뿐 진짜 할 수 있는거 아무것도 없더라

웅성대고 있으니 이사님 상무님 부터 시작해서 거래처 사장님들까지 와서 보고가심..

근데 진짜 너무너무 갓난애라...

사장님이 일단 손대지 말고 박스에 넣은 채로 주차장 구석탱이 볕 안드는 곳에 두라하심

혹시 어미가 버린건가 싶어서...일단 캔먹이 따서 박스 옆에다 뒀슴. 어미가 먹이 냄새라도 맡고 와서 지 새끼 찾아갈까 싶어서..

근데 다른 냥이들이 와서 먹이만 쳐묵하고 새끼고양이 해꼬지 할 수 도 있다고 해서 싹다 치움

어미냥이 사람들 안보는 곳에서 다 지켜보고 있을테니 주차장 근처, 특히 박스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막내여직원은 걱정이 되서 이미 업무 포기 ㄷㄷ

나도 엄청 걱정이었던게..아까 박스에 담을때도 그랬고..물 우유 줘보겠다고 깝칠때 꼬물이를 좀 만졌거든...사람 손탄거 알면 버린다고 하더라고

외근 나갔다가 오후 5시 반 넘어서 회사 복귀 했는데

도저히 너무 궁금해서 박스 안 쳐다 볼 수가 없더라...혹시나 하는 맘에 빼꼼히 봤지.. 아까 나가면서 살짝 봤을땐

애가 박스 구석에 웅크리고 숨만 겨우 헐떡이고 있었거든

근데 ... 어미가 데려갔더라 ㅎㅎ

진짜 너무 기분좋아서 사장님께 바로 전화 보고드림 ㅋㅋ

사장님도 아이고 다행이다 연발하시고...아까 냥이 보고 가신 거래처 사장님들한테 연신 전화로 냥이 무사귀환 소식 전달

상무님한테도 따로 전화 까지 하고 ㅋㅋ

막내직원은 '키우고 싶었는데..' 라면서 섭섭해함

너무 어려서 키우긴 힘들었을꺼라고 위로 해줌 ㅋㅋ

오늘 진짜 거래처에서 이래저래 힘든일 많았는데

어미가 꼬물이 데려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퇴근길에 아까 따둔 냥이캔음식... 어미 먹으라고 새끼 담아뒀던 박스에 두고옴

데려가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