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5일차 됐다 벌써
말 하는거, 글 쓰는거 다 정상으로 돌아왔고
단어 기억 안나던거, 발음 좀 어눌했던것도 괜찮아졌다

다만 쓰러질때 좌뇌에 손상이 좀 있어서 계산이나 암산 같은 수학적 머리가 안좋아졌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실제로 글쓸때 숫자 한번씩 헷갈리거나 계산 좀 느려진 것 같긴 함. 그래도 어차피 이과로 대학온거 아녀서 다행임.
...문과라서 살았습니다...


신체적으로 문제되는 부분도 없고, 뇌 기능도 괜찮은데 문제는 사실 뇌혈관이 아직도 군데군데 막혀있어서 위험하단 거임.

사실 지금 있는 병실이 Stroke Unit 이라고 간호사분들이 항시 두 분씩 교대하면서 계속 모니터링하고, 아무래도 거의 중환자실에 가까움. 그리고 이 쪽으로 입원해야 하는 환자도 수요가 계속 있고 해서 72시간 집중치료 후에 모두 일반병실로 옮긴다고 함.

근데 나는 뇌졸중/뇌경색 환자 중에 가장 어리로 멀쩡해보이는데도 거의 120시간 정도 입원 중이고 아직 병실 옮길 계획도 없음ㅋㅋ 의사선생님 말론 언제 급격히 나빠질지도 모르고 결정적으로 입원 5일찬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뇌혈관이 막힌 이유를 못찼았다.

학교에 진단서 떼가야해서 봤더니 병명이 \'상세불명의 뇌경색\' 임. 의사선생님들도 아침마다 나 때문에 몇시간 회의할때도 있다고 하더라ㅋㅋ 그래도 지금은 마음도 좀 편해지고 병실도 적응해서 잘 지내고 있는데 3일 정도 전엔 정말 무서웠음..

뇌혈관이 다시 막혀서 쓰러지면 바로 수술 시작하는 동의서를 쓴 날인데... 의사선생님이 뇌혈관이 많이 심각한 상태라고 어머니한테 mri사진 보면서 말씀해주시는데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ㅠㅠ

다만 다음날 신경외과 교수님이 오셔서 말씀하시길 "뇌혈관을 설명하자면 두개의 큰 고속도로가 있는데, 그 중 좌뇌의 고속도로가 거의 막힌 상태다. 그런데 비유하자면 국도가 하나 뚫려서 뇌의 기능을 비교적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회복속도나 경과도 뇌경색 환자 중엔 Best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라고 해주셨다. 그때부터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ㅋㅋ

하루종일 병실에만 누워있느라 다큐멘터리 한 7편 보고, 영화도 세편 봤다.. (다큐는 이국종 교수 관련 다큐 진짜 꿀잼이고 개멋있으시다 꼭 보셈, 그리고 영화는 킬빌 1,2랑 그랜 토리노 봄, 둘다 개 띵작이니까 챙겨봐라) 근데 사실 맨날 하루가 똑같이 가니까 시간은 겁나 빨리감. 아침 점심 저녁밥 기다리는 재미도 쏠쓸하다. 간호사님들하고도 다 친해짐ㅋㅋ 나이 많으시고 엄격한 분 빼고..

근데 딱 하나 개짜증났던 일이 있는데... 현충일 전날 유전 검사 비롯해서 피 검사하려고 손등에 3군데, 팔에 3군데 돌려가면서 피를 내 생에 처음 본 양으로 뽑았음. 피 뽑은데에 다 멍들고.. 근데 어제 의사선생님이 다음날이 현충일이어서 검사가 안됐다는겨... 내 피는 당연히 다 폐기되고ㅋㅋㅋㅋㅋ 그래서 오늘 새벽부터 다시 뽑고 있다. 이게 무엇보다도 제일 빡침ㅋㅋㅋㅋ

병원 생활에 관해선,

1. 간호사

내가 20대고 하니까 간호사분들이 거의 젊으신데 아무래도 대부분 환자가 노인이다보니 나랑 말이 잘 통해서 잘 놀고 있음.

2. 밥

뭐 고혈압 콜레스테롤 이런거 원인이 아니라서 암거나 다 먹으라곤 하는데, 엄마가 간식같은거 그래도 절대 안주려고 하셔서 매 끼니가 기다려지긴 함. 다만 병원빕아 맛은 좀 없어서 맨날 남김.. 개 배고픔.

3. 면회

하루 한시간만 면회가 돼서 (보호자 1명 제외) 사람들이 거의 면회는 못왔었는데 간호사들이랑 친해져서 조금씩 봐주심. 이 병실에 아무래도 좀 엄격해서 입구에서 인터폰 눌러야 들어올수 있는 구조임.

4. 여자친구

내가 같은 과 동기 cc인데 다니고 있는 대학병원이라 수업 끝나고 매일 오고 있음. 많이 걱정스럽고 힘들텐데 잘될거라고 하고 항상 웃어주고 너무 고마움. 여친 어머님도 잘될거라고 길게 연락주시고... 간호사 분들도 여자친구가 너무 예쁘고 착하다고 잘해주라고 하심ㅋㅋ 꼭 건강해져야겠단 의지가 불탄다.

5. 학교

일단 남은 학기는 교수님들이 잘 처리해주신다고 걱정 말라고 하셔서 좀 아쉽지만 어쨌든 잘 마무리 될것 같고, 다음 학기는 아마 휴학하고 고향집으로 내려가서 쉴것 같음. 아무래도 서울에서 계속 자취하면 건강한 음식도 잘 못챙겨먹으니까..

더 쓸말이 있었던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나네. 혹시 뇌경색에 대해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보고 딴거 궁금한것도 있으면 물어보셈. 응원해준 친구들이랑 군대안간다고 욕했던 친구들, 삼고빔 하던 새끼들까지 다 고맙다^.^

사진은 오모니랑 찍은거 올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