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호주의




어제 1막 1장이 참 좋더라고. 그래서 기대가 자꾸 커졌나봐.


우선 꽃, 꽃의 어떤 부분은 항상 아껴줄 수 있어.. ㅋㅋ 개인적으로 애드립 자체를 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여태 꽃 애드립이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거슬린 적은 없었어. 근데 어제는 과하다고 느꼈고 특히 몇몇 부분은 곱씹을수록 극과 올리버라는 맥락에서 불필요했다고 생각되네.

1막2장에서 슬리퍼 높게 차는 거 언제부터 했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2주 전에 봤을 땐 안 했으니 최근이겠지? 며칠 전 불판에서 슬리퍼 벽 넘어갔다는 거 봤는데 그때도 이해가 잘 안 갔어 그게 실수로 넘어갈 정도인가 하고. 그 정도 높이는 넘기는 거까진 계산 아니더라도 \'높게\' 찰 거라고 마음 먹어야 올릴 수 있는 높이 아니야? 차라리 남자를 향해 세게 차서 방 쪽으로 들어갔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뻥 차올리는 건 그냥 관객들 웃으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열쇠 객석으로 떨어졌을 때 멀티랑 애드립 치다가 웃음 터져서 필립이 짐 가지러 방에 들어가는데도 얼굴에 계속 웃음기 있길래 현입 됐는데 그 와중에 슬리퍼 찰 생각은 하네 싶어서 이때부터 모든 애드립이 거슬렸던 것 같긴 해.

그 외에도 2막3장 실비아가 필립이 게이만 아니었어도 하는 부분에 계속 어떻게 해서 넘어오냐고 세 번 물어봐서 깡실뱌 당황시키는 거.. 올리버가 아니고 그냥 꽃이 깡한테 장난치는 느낌이었고 깡실뱌 생각나는 게 없는지 잘 못 받아치던데 ㅋㅋ 그러고는 꽃이 호흡도 빠른 편이라 깡도 객석도 준비가 안 됐는데 엄청 빨리 "고마워 실비아" 대사 치고 나오더라. 나 그 대사 진짜 좋아하는데 어젠 아무 느낌 없이 지나갔어. 아 그래 어제 애드립들은 애드립 때문에 흐름이 뚝뚝 끊기는 게 문제였던 것 같다.

무엄하도다 랑 2막5장 먹금 그런 건 나도 웃었는데 이런 것도 나는 회전러니까 웃긴 거 아니야? 사실 꽃 뿐만이 아니고 애드립 잘 치는 배우들한테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인데, 애드립도 적절한 건 좋지만 막공까지 항상 객석에 자첫 관객도 있다고 생각했음 좋겠어. 영화는 100퍼 똑같아도 사람들이 보고 또 보고 매번 느끼는 바가 다르잖아. 공연은 심지어 순간의 예술이라 대본대로 하더라도 100퍼 같지 않을 건데 굳이 극 몰입까지 해치는 애드립들은 좀 지양했으면 하는 게 내 개인적인 바램이야.


여기까지 쓰고나니까 섭필립은 언급할 힘도 없는데.. 한마디만 하자면 2막5장보다 1막1장 필립이 더 올리버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 심지어 58이고 첫만남인데.




불호후기도 애정이 있어야 쓴다고들 하잖아? 사실 어제는 불호후기도 안 쓰려고 그랬어. 물론 좋았던 부분도 많았는데 딱 끝나고 나올 때 기분이 너무 너무 안 좋았어. 프 보면서 이런 적이 없었는데. 다른 것보다도 삼연 꽃올 좋게 봐왔는데 이런 식으로 꽃올 자막이라 너무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