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싸구려 시계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습니다마는, 일반인 기준으로 적당한 가격(affordable)은 아마도 30만원 미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표현을 싸구려라 했습니다마는, 저 가격대의 시계들 중 가격에 맞춰서 최대한의 품질을 뽑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제품들이 있지요.

이런 시계는 양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구입 가능한 적당한 가격(affordable)이지만 싸구려(cheap) 시계는 아닙니다.

이런 기준을 생각해 본다면 시갤을 찾아오는 많은 분들 중 처음으로 기계식 시계를 사려고 하시는 분들이 선택할만한 레인지는 생각보다는 넓지 않습니다.

수 많은 유튜브 시계채널에서 언급하는 30만원 미만, 그러니까 관세 생각하면 200달러 미만의 시계 중 고려할만한 기계식 시계를 꼽아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오리엔트 레이/레이2 - 흑판/청판 존재 - 약 170달러

2. SKX 시리즈 - SKX007/009 - 흑판/청판 브슬버전과 우레탄 버전이 있고 브슬이 약 190달러

3. 오리엔트 밤비노 시리즈 - 4세대까지 나와있고 약 120~150달러

4. 수 많은 세이코5 시리즈 - 베이비스모/베이비몬스터 등 수많은 다이버 룩 시계들과 드레스용 시계들

5. 인빅타 8296 - 수 많은 섭마 오마쥬 중에 제일 싸면서 제일 선택하기가 망설여지는..

이 중에, 세이코 5 시리즈는 seiko5 finder 페이지에서 모델/사이즈/최저가 등을 쉽게 검색 가능하오니 이 점 참고해 주시고,

밤비노는 제가 드레스 와치에는 관심이 없어서 설명할 거리가 없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 인빅타 8296

장점

- 케이스 사이즈 40mm 황금 사이즈

- 러그 사이즈 20mm 황금 사이즈

- 튼튼함과 메인터넌스 용이성을 다 갖춘 해킹/매뉴얼 와인드 가능한 NH36 무브

- 믿을 수 있는지는 별개이지만 스크류 다운 용두와 20기압 방수

- 솔리드 링크 브레이슬릿(엔드링크는 할로우)

- 무난한 디자인(롤렉스 서브마리너 그 자체)

- 80달러에 배송비 포함이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

- 온갖 줄을 다 받아주는 스트랩 몬스터

단점

-시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보면 비웃는 인빅타라는 브랜드

-케이스 왼쪽면에 새겨진 인빅타라는 주홍글씨

-진짜 구린 야광

-무지하게 빡빡한 베젤 액션

-호불호가 갈리는 초침의 카운터 밸런스.

일단 단점중 제일 큰 것이 인빅타라는 브랜드가 되겠습니다.. 아마 이게 세이코로 나오기만 했어도 시장가격이 최소 50딸라는 올랐을 거에요.

한 달 정도 써 본 결과, 제품 자체는 만족스럽습니다. 만듦새도 그 가격대로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잘 짜여져 있고, 솔리드링크 브슬도 솔직히 저가형 세이코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왼쪽면의 INVICTA라는 주홍글씨도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착용자가 신경쓰지만 않으면 OK"인 부분을 제외하고, 가장 큰 단점이 야광이 약한 점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약합니다.

배젤액션도 엄청 빡빡하고,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이건 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야광을 제외한 단점은 사실 가격을 생각하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기계식 시계가 어떤지 경험하기 위한 선택으로는 저는 절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 가격에 해킹/매뉴얼 와인딩이 되는 솔리드링크 브레이슬릿이 딸려있는 기계식 시계라니.. 사실 기적이라고 봐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게다가 케이스 사이즈 40mm 러그사이즈 20mm는 단언컨대 정말 완벽한 사이즈입니다. 와이셔츠에도 잘 어울리는 사이즈고, 가장 줄 선택지가 넓은 20mm러그 사이즈는 다양한 줄질 옵션을 제공해 줍니다.

2. SKX007

장점

-세이코5가 아니다

-신뢰성이 검증된 7s26 무브먼트

-세이코 다이버라는 계보를 잇는 정통성

-서브마리너 오마쥬 다이버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디자인

-초 슈퍼 강력한 야광

-다양한 모드질 옵션을 제공하는 활성화된 애프터마켓

-단순히 20bar가 아닌, diver's 200m 방수의 신뢰성

-당 가격대에서 가장 부드러운 베젤 액션

단점

- 가격대를 고려하더라도 브슬이 구리다..베이비 몬스터 브슬도 솔리드인데..

- 동일 사이즈보다 더 크고 더 뚱뚱해 보이는 케이스(42mm/22mm)

- 해킹/매뉴얼 와인딩이 되지 않는 무브먼트

- 케이스 형태와 두께 덕분에 줄을 살짝 가림

- 많이 평면적인 다이얼 디자인

전설적인 SKX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무브먼트라 생각합니다.

 긴시간 검증된 7s26이지만, 역시 핵킹과 매뉴얼 와인딩이 안 되는 것에서 편의성이 확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아마 앞으로 4R 무브를 달고 나올 가능성이 있을것 같기도 한데(현행 세이코5 들에도 4R을 슬금슬금 집어넣는 추세를 보았을 때), 그러면 아마 단점이 없는 시계가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순혈 다이버의 정체성을 이 가격에 담아낸 세이코는 정말 대단한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80년대에 구입한 제품을 한 번도 오버홀 하지 않고 아직도 굴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튼튼한 시계입니다.

3. 오리엔트 레이/레이2

**레이와 레이2의 차이점

- 레이2는 해킹/매뉴얼 와인딩 가능

- 레이는 날짜 변경을 1.5시 방향의 별도 버튼으로 실행

레이2 기준으로 쓰겠습니다

장점

- 200달러 미만의 다이버 시계 중, 제일 제대로된 선버스트 청판의 선택지

- 핵킹/매뉴얼 와인딩 가능한 인하우스 무브먼트

- 41.5mm 케이스 사이즈와 22mm 러그 넓이의 무난한 스펙

- 두께/러그 디자인등이 좀 더 올라운드에 가까움

- SKX보다는 약하나 충분히 좋은 야광

- SKX에 비해 좀 더 입체적인 다이얼

- 솔리드 링크 브슬(할로우 엔드피스)

단점

-SKX보다 약한 야광

-SKX만큼 검증되지는 않은 무브먼트

-케이스와 밸런스를 생각했을때 조금 넓은 감이 있는 22mm 러그 넓이

언제나 SKX와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는 레이2입니다.

SKX보다는 좀 더 서브마리너에 가까운 디자인인데, 이 말은 카피캣이라는 의미도 되지만 동시에 좀 더 올라운더로서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도 됩니다.

SKX보다 살짝 작은 케이스 사이즈와 좀 더 날씬한 러그 디자인으로 인해 줄도 이것저것 다 잘 받습니다. 그래도 역시 나토가 최고긴 합니다.

다이얼 또한 평면적인 SKX에 비해 양각 인덱스 및 로고로 인해 훨씬 입체적입니다. 이건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라 보지만... 

베젤액션도 SKX에 비해 많이 빡빡합니다. 인빅타 정도는 아닙니다만...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다이버의 외양에 파일럿의 인덱스를 갖춘 마코2라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결론

1. 100달러 미만 선택지는 단 하나, 인빅타. 하지만 전혀 다이버 답지 않은 야광과 케이스 왼편의 주홍글씨가 아마 당신을 괴롭힐 것.

2. 진짜 다이버를 원한다면 SKX, 다이버로서의 정체성보다 올라운더로서의 범용성을 원한다면 레이2/마코2.

길게 쓴거에 비해 결론이 별 게 없네요. 

개인적으로는 만약 200달러 미만으로 단 하나 구입한다면 그건 레이2가 될 것 같습니다만.. 시갤 선생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