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차안에서 생각을 모두 정리함

일단 방탄은 서양 평론가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많이 갖고 있음.

방시혁 덕에 현학적인 언어로 서양애들에게 익숙한 데미안으로 구조를 짜서 그것을 앨범과 뮤비 등에 모두 일체화를 시킨 부분이 상당히 주효했던 거 같다.

현대 예술(특히 미술)은 해석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방탄은 평론가 혹은 서양팬들에게 해석을 할만한 풍부한 이야기를 던져준 거나 마찬가지임. 당연히 모두가 아는 고전문학이 베이스라면 너무나 할말이 많지

케이팝을 잘 모르더라도 본인이 주도적으로 할말이 있는 건 즐거운 일이거든. 그런식으로 방탄은 마치 반지의 제왕 시리즈 같은 유명 판타지 소설의 팬덤을 만든 거임. 사람들은 순수하게 음악을 듣는다기 보다 보고 이야기로 이해를 하고 자기들이 해석을 보태면서 열광하는 거임. 유튜브가 가장 적절한 방식임은 두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내가 처음부터 기획력이 ㅆㅅㅌ치라고 했던 거고.

그런면에서 YG는 완전히 정반대의 접근법을 갖고 있음. 케팝스타를 보면 그건 떡고가 양군과 공유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음악은 음학이 아니라는 거임.

즉 YG에게 있어 음악은 특히 대중가요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타고난 재능과 부단히 노력하는 아티스트가 자기만의 소울을 갖고 자신의 감정과 작은 메시지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임. 라이브는 판에 박은 군무가 아닌 매번 즉흥적으로 변주되는 유기적인 것이어야 하고 그것이 능숙하려면 기본 실력은 물론이고 자기만의 소울이 있어야함. 그래서 YG의 군무는 꽉 짜지 않고 늘 여유를 둬서 가수들이 자신의 소울과 그루브, 흥을 펼쳐낼 여지를 줌.

앨범도 방탄은 한 10권짜리 이야기 시리즈의 구조 안에 매 앨범을 한 권의 책처럼 착착 내는 것에 비해

YG는 가수들 개개인의 현실과 현재의 삶에서 나오는 곡들을 하나하나 모아 하나의 앨범으로 묶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 틀을 찾기는 어려움. 그렇기 때문에 노래 하나하나가
그 자리에서 쓴 시에 가깝고 그것들을 모아 낸 것은 시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삶을 깍아서 만든 조각조각이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가는 거고.

가수보다는 드라마 배우가 훨씬 더 팬덤이 크고 각광을 받는 걸 봐서도 알 수 있듯, 스토리텔링 이라는 것는 팬덤을 모을 수 있는 굉장히 유효한 수단임은 틀림없고 방탄은 고학력자 방시혁 덕에 케팝에 무지한 서양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에 접목, 자신의 음악을 주목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봄.

그러나 방탄이 성공했다고 해서 YG가 똑같은 방식을 쓸 거라 절대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뿌리부터 다른 접근법 때문임.

음악은 머리로 이해해서 듣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는 신념. 가슴으로 듣는 게 음악의 본질이라는 것

언어가 없었을 때 인간은 그림으로 이야기를 했고 소리(음악)로써 감정을 전달했다. YG는 그 본질을 지키려는 거고 빅히트는 그림과 이야기의 방식으로 음악을 해석하게 만드는 융합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봄. YG도 물론 뮤비를 통해 음악을 표현하는 방법을 빌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이라는 위계가 확실함.

음악은 가장 인간의 감성과 감정, 어떤 현시성에 직접 맞닿아 있는 것이어야 하며, 먼저 거대한 이야기가 매개로 들어가 그것을 틀을 씌워 놓고 거기에 맞춰 곡을 쓴다는 것은 YG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음학(기획 우선의 프로덕션 방식) 인 것임

바로 이 지점에서 YG와 빅히트(+에셈)는 결과 타협할 수 없는 평행선에 놓여있다고 보임. 서로 다른 학설의 학파 같은 거랄까.

방탄의 방식이 서양에서 크게 먹혔다고 해서 YG가 동요할 일이 없는 이유는 말했듯이 여전히 YG의 방식에 공감하고 YG의 들으면서 동시에 가슴으로 공감하고 직관적으로 즐기는 정서적 접근법에 익숙한 대중이 굉장히 많고 절대 없어지지 않는 기본 베이스가 있음. YG 가수들도 팬덤을 키우니 뭐니 하는 일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저 묵묵히 아티스트로서 자기 길을 계속 가면 좋을 거 같음. 팬들도 YG가수들의 그런 음악적인 부분을 사랑하고 지지해주길 ..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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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지는 회사가 사전 기획을 안할 뿐 아티스트 개개는 컨셉을 잡고 작업을 하기도 함. 지디 솔로는 확실히 그런게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