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ㅎㄱㄱ)낭독 어린왕자 후기(스포, 개취, 자세하고 길어)

ㅇㅇ(1.220) 2018.09.15 17:00:02
조회 1241 추천 44 댓글 15

낭독 뮤지컬 어린왕자를 보았는데


참 좋았어.


워낙에 원작을 좋아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해.


그래서 좋았던 포인트 약간 아쉬웠던 포인트도 같이 말해 보려고.


길 거야


감안해 줘.




1. 낭독 형식에 가장 걸맞는 뮤지컬
낭독뮤지컬은 다 봤는데, 어린왕자는 낭독이라는 형식에 가장 잘 맞는 형식이라고 생각했어.


이유는 아마 어린왕자 원작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나 같은 원작팬은 어린왕자를 보기 전에 도대체 저 유명한 원작을 어떻게 풀어낼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야.


만약에 어린왕자가 일반 뮤지컬처럼 나왔다면 어쩌면 나한테는 불호였을지도 몰라. 원작에는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는데, 대사만이 유명한 게 아니라 조곤조곤 말해 주는 그 텍스트 자체가 좋은 건데 하고 말이야.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어린왕자를 원작의 감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잘 가지고 왔고, 그게 낭독이라는 형식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난 이 책을 읽어 주는 것 같은, 실제 생텍쥐베리가 글을 쓰면서 어린왕자를 말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좋았어.


어린왕자를 보면서 느꼈던 점이 대사로 처리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였는데,  이건 낭독이라는 특성 때문인 것 같아. 마치 어린왕자 속 사람들이 살아나와 얘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어.




2. 원작의 텍스트를 영리하게 배치시킨 점


원작에는 정말 유명한 텍스트가 많아.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있기 때문이야.'


'나는 내 장미에게 책임이 있어.'


'그런데 너는 울려고 하는 구나 / 괜찮아. 나에게는 네 머리카락을 닮은 밀 밭이 있으니까.'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오후 3시부터 행복할거야.'


원작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감동이 눈 앞에서 구체화 됐을 때의 이질감 혹은 너무 유명한 텍스트를 내가 상상한 목소리가 아닌 다른 실체화된 사람의 목소리가 읽었을 때의 거부감이 없었어.


그건 상황에 걸맞게 잘 배치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3. 등장 인물의 활용
사실 어린왕자를 안 읽어본 사람, 혹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어린왕자와 여우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그래서 난 어린왕자에서 가장 임팩트가 컸던 여우를 어떻게 등장시킬까가 궁금했어.


배우가 여우 옷을 입고 연기를 해도, 그렇다고 여우가 실체화가 없이 그냥 사람으로 등장해도 이상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목과 몸이 분리되는 여우 인형이라니.


이건 이 여우를 연기하는 배우가 잘하기도 했지만, 연출을 잘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어.


현지 배우가 여우가 되어 나왔을 때 느껴지는 이질감이 없었거든.


여우 인형을 들고 나와서 얘기를 하는데도, 마치 진짜 여우가 얘기를 하는 것 같은 시선처리와 인형 활용 때문에


정말 여우가 자신을 길들이려는 어린왕자를 만난 것 같은 그런 환희가 느껴졌어.


특히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게 좋아. 네가 4시에 온다고 하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질거야."라고 들떠서 말할 때 정말 발끝까지 행복함이 느껴졌어.


그리고 또 하나 장미.


장미가 피어날 때 현지 배우가 장미의 대 부분에 앉아서 있다가 장미를 들고 일어나는 게 마치 정말로 장미가 웅크리고 있다가 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4. 소품활용
낭독이라는 형식 때문에 움직임이 많지 않고 크게 무대를 이동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어린왕자가 만나는 그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표현할까 했는데,


소품활용이 너무 좋더라.


신하 하나도 없는 왕과 술 마시는 자신이 부끄러워 술을 마시는 아저씨와 가로등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는 가로등지기, 끊임없이 별을 사기만 하는 부동산 업자들을 간단한 소품을 활용해

서 보여주는데, 포인트를 잘 잡아낸 것 같아서 좋았어.


특히 생텍쥐베리의 비행기를 어떻게 표현할까 했는데, 작은 모형 비행기를 들고 다니다가 모래에다가 박는 그 연출이


어린왕자가 새를 타고 날아다니다가 지구에 도착하는 장면과 오버랩되게 만들어서 좋았어.




5. 배우들의 연기
사실 처음 봤을 때 어린왕자가 어리지 않아서ㅠㅠ 조금 실망했고 현지 배우가 생텍쥐베리역을 할 때 목소리를 너무 굵게 내려고 하는 게 별로였거든.


그런데 현지 배우 중반으로 가면서 꽃으로 변화하면서부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 시작하는데, 목소리가 확확 바뀌는 게 너무 좋더라. 특히 뱀 연기. 에코를 넣어서인지 목소리 역시 신비하면서도 어딘가 서늘한 게 정말 뱀 같았어.


장미와 여우의 느낌이 정말 다른 것도 좋았고.


어린왕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해맑은 느낌을 잘 낸 거 같아. 원작의 어린왕자 캐릭터 자체가 정말 '어린'소년의 느낌이라면


낭독뮤의 어린왕자는 세상을 다 알았지만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어린왕자라는 게 조금 다른 것 같아.




6. 넘버
어린왕자가 여러 사람을 만날 때의 넘버와 여우가 부르는 넘버가 정말 좋았고, 마지막에 야간비행(미안, 넘버 이름은 이거밖에 기억 안 난다.) 넘버가 정말 좋았어.


특히 끝나갈 무렵에 첼로를 두드리는 그 부분이 참 좋은데,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아.



7.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이야기
사실 이건 낭독뮤지컬 어린왕자의 특성이 아니라 원작 어린왕자의 특성이기도 해.


원작 어린왕자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맺는 관계의 중요성, 앞을 바라보지 못한 어리석은 자들에 대한 일침이 있거든.


하지만 낭독뮤지컬로 인해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원작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


원작을 좋아해서 번역별로 읽어보고 틈만 나면 읽어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많을 거야. 어린왕자가 유명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이걸 읽어봤을 거라고 생각

하지 않아.


그래서 원작을 영리하게 잘 가지고 온 낭독뮤지컬 어린왕자로 인해 책의 하이라이트를 읽어 주면서 보여주고 미처 보지 못했던 장면이나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는 건

참 좋다고 생각해.






일단 다 썼다.


이번주가 끝이라는 게 참 아쉽네.


안 봤으면 한 번은 보자.


원작팬이라면 원작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고 원작을 잘 모른다고 해도 어린왕자가 어떤 내용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야.




개인적인 감상이야.


긴 거 읽느라 고생했어.^^




출처: 연극, 뮤지컬 갤러리 [원본 보기]

추천 비추천

44

고정닉 2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3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246728 일반 [A갤] [ㅇㅎ] 청순 스미레 그라비아 [424] ㅇ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187139 309
246727 엔터 [브갤] 용감한 형제가 5년전부터 하던일 [484] 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152816 1153
246726 엔터 [히갤] 브리라슨이 호감이고 크리스햄스워스는 개새끼인 이유 [357] ㅇㅇ(121.173) 21.04.13 113551 873
246724 일반 [연갤] [ㅇㅎ] 간지럼에 가장 약한 그라비아 아이돌 [185] ㅇㅇ(118.130) 21.04.13 154733 210
246723 일반 [파갤] 한국여자들이 근육을 싫어하는것에 대한 기저 [902] ㅇㅇ(210.217) 21.04.13 159814 786
246722 시사 [야갤] 오세훈 업적 2. jpg [808] ㅇㅇㅇ(220.71) 21.04.13 178008 3671
246721 게임 [중갤] 몇몇 게임회사 이름의 유래 [220] 글레이시아뷰지똥꼬야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132276 360
246720 일반 [주갤] 마신거 [93] 정인오락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81292 61
246719 시사 [야갤] 깜짝... 갈데까지 가버린 서울시 시민단체 근황 .jpg [786] 블핑지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153433 2369
246718 엔터 [야갤] 김딱딱 논란 어이없는 점 (feat. 페미민국) [772] ㅇㅇ(203.229) 21.04.13 154146 2952
246717 일반 [겨갤] [ㅇㅎ] ㄹㅇ 역대급 [144] dd(118.235) 21.04.13 148639 184
246716 일반 [자갤] M235i산 게이다..1개월탄 후기 써봄(3줄요약 있음) [166] 깡촌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73075 174
246715 일반 [중갤] 3살 체스 신동... 인생 최대 난관....jpg [4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130066 863
246714 일반 [중갤] 17금) 의외로 겜잘알인 누나... jpg [330] 케넨천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190278 589
246713 일반 [여갤] (전) 세러데이.. 초희.. ㄹ황.. [84] ㅇㅇ(223.62) 21.04.13 99899 155
246712 시사 [주갤] 해운대 9.5억 뛴 신고가에 부산이 화들짝…매수자는 중국인 [208] ㅇㅇ(119.204) 21.04.13 79406 654
246711 스포츠 [해갤] 해버지 현역시절 슈팅스페셜.gif [233] 곰보왕박지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71846 295
246710 일반 [일갤] [ㅇㅎ] 타츠야 마키호 그라비아 발매 [37] ㅇㅇ(223.38) 21.04.13 79444 75
246709 시사 [야갤] 진중권...레전드 ㄹㅇ...JPG [984] 아츄아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126974 1598
246707 FUN [중갤] 여초 사이트에서 말하는 포지션별 롤하는 남자.jpg [56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137249 612
246706 일반 [중갤] 여왕벌 소신발언 레전드.jpg [31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130425 1277
246705 일반 [야갤] 야붕이 pc방 사장님이랑 싸웠다 .jpg [1492] 블핑지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188761 3075
246704 시사 [싱갤] 안싱글벙글 핵융합 기술 [370] 건전여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70665 543
246703 일반 [싱갤] 싱글벙글 휠체어 전도.gif [153] ㅇㅇ(39.7) 21.04.13 73623 359
246702 일반 [싱갤] 싱글벙글 한남 고등학교 [128] 에이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92838 390
246701 일반 [싱갤] 싱글벙글 리얼돌카페 [179] ㅇㅇ(59.20) 21.04.13 102500 282
246700 FUN [싱갤] 싱글벙글 람보르기니.gif [182] ㅇㅇ(39.7) 21.04.13 83010 261
246699 일반 [코갤] 슈카월드 라이브... 2030세대의 분노.jpg [398] ㅇㅇ(223.62) 21.04.13 80841 709
246698 일반 [야갤] 삭재업)여경 기동대 폭로 신작.blind [1243] ㅇㅇ(175.125) 21.04.13 115411 2252
246697 일반 [싱갤] 꼴릿꼴릿 가능촌 [109] 으규으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126229 693
246696 일반 [야갤] 경희대.. 에타근황ㄹㅇ....jpg [443] ㅇㅇ(58.140) 21.04.13 128829 2153
246695 시사 [야갤] 30000vs1...잡히면 따먹힌다...추격전...JPG [960] ㅇㅇ(220.116) 21.04.13 167994 999
246694 일반 [주갤] 행동하는 주붕이 정의구현 하고 왔다 [91] 버번위스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46752 462
246693 일반 [새갤] 하태경 페북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47] ㅇㅇ(121.171) 21.04.13 53410 448
246692 일반 [토갤] 플레이스토어 110만원 해킹당한거 후기.jpg [155] K보스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65783 285
246691 스포츠 [해갤] 진짜 개미친새끼...gif [115] KB(112.148) 21.04.13 71878 218
246690 일반 [야갤] 운빨..만렙..1조..잭팟..동남아..누나..JPG [848] 튤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121095 1129
246688 일반 [야갤] 공무원갤 논란....jpg [337] ㅇㅇ(210.178) 21.04.13 71572 272
246686 일반 [L갤] 네이트판 캡쳐 [98] ㅇㅇ(118.32) 21.04.13 59148 222
246685 일반 [육갤] 군대와 이 세계의 공통점 [137] ㅇㅇ(223.62) 21.04.13 74747 643
246684 일반 [식갤] 무화과 나무 잎으로 차 만들었습니다. [104] 식둥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39482 191
246683 일반 [기갤] 유노윤호랑 서예지 방송에서도 티냈었네ㅋㅋ [115] ㅇㅇ(211.36) 21.04.13 75446 139
246681 일반 [과빵] 시작하는 빵린이를 위하여(1. 무엇을 사야하나) [50] ㅇㅇ(223.38) 21.04.13 41478 86
246680 일반 [카연] (스압) 단편 비주류 사람 [272] 잇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45225 467
246679 일반 [야갤] 깜짝.. 윾승사자.. 또 떳다....JPG [341] 사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123308 1506
246678 일반 [한화] [ㅇㅎ]큰 가슴 [72] 거유(175.223) 21.04.13 97573 262
246677 스포츠 [한화] 코구부장 안경현 저격.jpg [52] oksus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13 39258 102
246676 일반 [야갤] 조련누나..자해 후.. 김정현 태도 변화...gif [149] ㅇㅇ(39.123) 21.04.13 75683 297
246675 FUN [유갤] 저번 주말...차박 성지들 근황...jpg [133] ㅇㅇ(1.230) 21.04.13 130084 174
246674 일반 [야갤] 여성만 혜택주는 서울시에 항의전화 함 [508] ㅇㅇ(211.33) 21.04.13 53350 1236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