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

주로 하는 일은 복사. 복합기 잉크 A4 용지 떨어지면 채우기, 직원들 간식 사오기, 우편물 찾아오기

이런 것들 대부분 그냥 잡심부름임.

높으신분들 의전 행사 같은거 있으면 회의장에 생수 물병놓기

첨엔 엑셀이나 리서치, 문서 작성 같은것도 좀 시켜보긴 하지만 공익나부랭이 사무업무역량수준 금방 파악하고 일안줌.

공익이 할만한 일은 별로 없는데 유독 다른 정부기관에 비해 공익이 많았음.

전체 직원 숫자가 천명남짓인데 그중에 공익만 120명 정도. 사무보조원 고용할 예산이 없는건가?

제일 힘든 점은 영어를 못하는데 맨날 어디 외국에서 외국인들 전화오는거 받으면 진짜 머리에 식은땀난다.

그리고 이상한 민원전화 종종 옴. 전세계 나라가 총 몇개국이냐~? 대학생들은 전공수업 과제때문에 전화드렸는데요,

제가 외국에 물건수출하고 대금을 못받았는데요 등등...

[복장]

외교부만의 유니크한 점이라면 복장이 특이함. 특별 자체제작한 외교부 에디션이 있음

공익 특유의 그 용역업체 직원같은 복장이 아니고 정장, 교복 느낌 나는 제복에 넥타이, 넥타이핀까지 줌. 요즘은 정장자켓도 준다더라.

요렇게 생김 예전 의경옷이랑 비슷

높으신 분들이 많다보니 품위유지 규정이 깐깐해서 저렇게 평가지로 복장, 행동거지 하나하나 평가받음

중고딩 학생주임들처럼, 공익담당 공무원이 불시에 점검해서 각 부서 돌아다니면서

공익들 복장상태랑 두발 점검하고 내신점수 깍듯 수첩에 벌점 부여하기도함;;

약간 말안듣는 애들은 정말 싫어하지만 나처럼 그냥 순종적인 애들은 이런거 점수 잘받으면

장관표창 준다. 이거 외교부 공익 최고 메리트임. 일반인이 장관표창 받을 기회 없는데,

이거 하나로 자소서 스토리 항목 하나는 따놓은 당상.. 실제로 제가 자소서 쓸 때 늘 쓸거 없으면 공익근무 썰 + 장관표창으로 마무리함

면접에서도 물어보고, 실제 회사 입사해서 자기소개 했을 때도 직원분들이 인상깊게 봐주고

이걸로 대기업이나 은행 간 공익도 있음. 하지만 120명 중에 정말 극소수만 선정해서 준다는거.. 난 참고로 2년 동안 지각 한번도 안함.

[사내 정치]

여기서도 정치 잘하는게 중요함. 직원들에게 잘보이고 이쁨받으면 일하나 없어서 하루종일 간식먹고 쉬다오는 그런 부서로 발령해줌.

평화체제 인권사회과, 서유럽 서남아태평양과, 녹색환경과학과... 뭐 이런 이름만 들어도 한가해보이고 평화로워보이는 부서.

정말 꿀빠는 부서는 이렇게 파티션도 높아서 서로 얼굴도 안보이고 하루종일 낮잠만 잔다.

난 1년차에 이런 부서 배치되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꿀빨았는데 대통령바뀌면서 3개월만에 부서가 공중분해되고

매일같이 서울-과천 오가며 이삿짐, 서류박스 날랐음;;

잘못보이거나 힘쎄게 생겼으면 여권과 라던가, 하루종일 마스크 끼고 무거운 외교행낭 나르는 운영지원과

(모든 외교 공익들이 두려워하는 유배지) 감. 몇개월 동안 지하실 내려가서 고대 유적지 발굴하듯이 수십년된 서적과 신문들 정리만 하기도 함.

이렇게 꿀부서와 헬부서가 있고 공익들은 꿀부서를 가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와 암투극을 벌인다.

꿀부서는 쉽게 말해서 "외교부 특별채용 금수저 인턴"으로서 편하게 꿀빨다

가끔 못해보는 외교행사 경험같은것도 해보는거고

헬부서는 "외교부 창고 하청업체 물류 용역 노가다 김씨"가 된다고 보면 된다.

스승의날에 공익담당 공무원에게 홍초 선물세트 이런거 갖다주기도.. (지금은 아마 김영란법때문에 꿈도 못꿀듯ㅋㅋㅋ)

[고급스러운 식사]

외교관들이라 그런지 회식도 품위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스테이크 하우스, 씨푸드 뷔페, 딘타이펑 이런데 가고

점심도 매드포갈릭 같은 곳을 많이 감.

내가 했던 업무(?) 중에 이렇게 주변 식당 리스트를 엑셀로 정리하는 것도 있었음ㅎㅎ

고등학교에서 급식, 대학교에서 2000원짜리 학식먹던 나는 진짜 이 2년동안 맛있는 음식이란 음식은 다 먹고 다님.

그것도 공짜로... 그래서 저체중으로 공익왔던 나는 여기서 10키로 찌고나감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소집해제하고나서 난 다시 2000원짜리 대학교식당 제육덮밥을 먹었지...

그외 힘든점은 여름에 에어컨안틀어줘서 더워 힘들었음. 장관실만 딱 에어컨 틀어줌...

마지막으로 한가지 기억나는 썰은 공익복무 초창기에 장관실에 문서 좀 갖다주라고 그래가지고

장관실 가서 문두드렸는데 경호원들이 나와서 치욕받고 쫓겨남;;

알고보니 원래 장관비서실의 비서에게 전달해야 했던거임;

무슨 인턴사원이 회사 사장에게 서류 직접 주는 격이였음ㅋㅋㅋ

(근데 왜 아무도 이런건 안알려주는걸까.. 22살짜리가 솔직히 뭘 안다고 ㅠ)

생일때는 집에 케익배달 옴 명절때 10만원정도 떡값도 주고, 정부 우수기관 포상금도 타서 나눠주기도 하고..

소집해제 선물로 상품권이랑 외장하드도 받고 여러모로 대우는 최고였음

아무래도 살림 풍족한(?) 정부 부처에다가 외국물먹은 품위있는 외교관들이 즐비하다보니,

공익들에게도 동등한 인격체로 잘 대해주고..

별탈 없이 꿀빨면서 소집해제하고나서도 맨날 놀러가서 밥얻어먹음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