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흑당 붐의 원흉이라던데 사람들이 어떤 맛에 열광하는가 궁금해서 마셔봤어.

우후죽순 흑당 베리에이션 음료 및 과자들이 생겨나던데 더 더워지면 빙수도 나오려나?

흑당붐의 근본은 무엇인가 먹어봐야 파악이 되겠지.

이젠 파란 틀딱으로 사람들이 몰려서 그런가 줄이 길진 않더라.

기다리는데 8분 받는데 5분 정도? 그래도 이 더운 날 바깥에서 줄 서려니 싫긴 했어.

여기가 포토존인가여? 마시는 밀크티를 파는건지 사진 찍을 밀크티를 파는건지 ㅎㅎ

음... 이 가게는 인싸에게 중요한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듯.

그놈의 겉-멋만 빼껴 온 인더스트리얼 보단 훨씬 낫다.

(글을 검색해보면 다 여기서 찍던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찍고 싶을 만한 장소가 여기밖에 없기도 하고 사실 앉아서 먹는게 아니라면 여유 공간이 여기밖에 없어.)

간판 메뉴는 보바 and 펄 밀크티 with 크림인데

난 버블티의 그 찐득한 전분을 씹는걸 좋아하질 않아.

버블을 뺀 그냥 밀크티가 있다면 그걸 시켰을텐데 메뉴에 없어서 안 씹고 그냥 넘길 수 있는 펄만 든걸 주문했어.

크림이 들어서 그런가 흔들어 먹기를 권장하는데 다들 먹기 전에 찍더라고.

(아이스) 플랫 화이트나 오레그랏세처럼 인싸들은 이런걸 좋아하나봐.

흑당을 전면에 내세운 밀크티길래 과연 어떤 느낌일까 설마 그냥 달달한 밀크티가 끝은 아니겠지 하고 마셔봤는데

우유와 크림이 섞여서 적당히 유지방 풍미가 느껴지고 차는 그냥 베이스의 역할에 충실했어.

단 맛이 질리지 않을 정도로 쌉쌉한 맛이 깔려만 있고 존재감은 미미해.

문제의 흑당은... 음 이걸 흑당이라고 해야하나. 그냥 카라멜 맛인걸. 아니다 쬐끔 메이플 시럽같은 풍미가 있는데 이건가;;

흑당이나 카라멜이나 설탕인데 뭘 그렇게 따지냐고 하면

설탕의 고유의 풍미를 가지고 있느냐와 카라멜라이즈가 얼마나 되었느냐 차이 아닐까?

흑당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건 오키나와 흑당인데 얘넨 그냥 원심분리도 안해놔서 온갖 향미가 다 나.

이게 잡미인지설탕의 풍미인지 좀 헷갈릴지경.

그 외에도 정제 정도에 따라 나라에 따라 다양한 비정제당이 있는데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건 머스코바도랑 데메라라가 있어.

말이 길어졌는데 말하고 싶은건 사탕수수즙에는 단 맛 말고도 다양한 풍미가 있다는 점이야.

저 위에 올린 럼들은 폐당밀이 아닌 사탕수수 원액을 그대로 발효-증류한 것들인데 정제가 덜 된 설탕을 먹을 때

나는 향들과 비슷한 늬양스가 스쳐지나가거든.

그런데 아쉽게도 저 밀크티엔 공통 분모라 할 만한 요소가 전혀 없네.

뭐 그런 향들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그런 요소들을 일부로 배제하고

카라멜 소스에 리치하면서도 매끄러운 바디 적당한 단 맛과 쌉쌀함의 조화...

분명 상업적으로 잘 만들었고 맛있긴한데 생각해보면

엥? 이거 카라멜 마끼아또의 밀크티 버전 아니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