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에서는 유비에게 형주를 주고싶어서 안달하는 븅신 호구로만 나오지만

이 아재도 알고보면 난세를 나름 재밌게 살다간 사람이다

1. 유표는 키가 큰 미남이었고 어려서부터 지식이 뛰어나 '강하팔준'의 한사람으로 꼽혔다. 유씨인거 보면 알겠지만 황족이다.

2. 차근차근 승진코스를 밟아나가던 유표는 형주자사로 부임받게 된다. 근데 근무지 재수가 옴붙었다. 이 당시 형주는 완전 개판이었다.

형주 각지의 호족들이 저마다 군사를 이끌고 한자리 해먹겠다고 설치고 있었고

설상가상 근처에 있던 원술도 손견을 보내 형주를 먹으려고 찝쩍거리는 상황이었다.

3. 유표는 중앙조정의 임명을 받긴 했지만 군사도 권력도 암것도 없는 홀홀단신 알거지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ㅅㅂ 못해먹겠네 하고 돌아갔겠지만 이 아재는 달랐다.

유표는 놀라운 정치력과 말빨을 발휘해서 괴월, 괴량, 채모 등의 형주의 유력 호족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고

이들을 이용해서 형주를 순식간에 평정한다.

4. 평정방법도 지능적이었다.

일부러 좋은 말로 꼬셔서 반란군 우두머리들 수십명을 초대한뒤 그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게다가 형주를 찝적거리던 원술의 꼬봉 손견도 전쟁터에서 나대다가 화살을 맞고 뒤져버렸다.

이로써 형주는 완전히 유표의 것이 되었다.

하지만 평정과정에서 호족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이점은 두고두고 유표의 발목을 잡게 된다.

5. 유표가 평정한뒤로 형주는 가끔 손책이나 손권이 찝적대는 것만 빼면 전쟁이 없고 아주 평온했다.

반면 헬게이트가 열린 중원에서는 '서주' 같은 일이 계속 벌어졌기에

많은 인재들과 백성들이 평화로운 형주로 몰려들었다.

그 유명한 제갈량도 이런 이유로 형주에서 살게 된다.

유표의 힘은 갈수록 커져갔고 10만 병사를 거느린 대세력으로 부상하게 된다.

6. 권력이 생기자 야심도 생겼는지 유표는 황제의 가마를 타고 황제처럼 천지에 제사를 올리는등 황제놀이를 하기 시작한다.

이 얘기를 들은 헌제는 유표도 역적새끼라고 ㅂㄷㅂㄷ 했지만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7. 하지만 황제놀이만 했을뿐 막상 천하를 제패하겠다는 야심까지는 없던 모양인지

유표는 형주에 틀어박혀서 다른놈들이 싸우는걸 구경만 했다.

중원에서는 조조와 원소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고 둘중 이기는 놈이 형주까지 먹으러 내려오는건 뻔한 미래였지만

유표는 계속 소극적인 자세로만 일관했다.

8. 이 당시 형주에는 빤스런한 유비가 얹혀살고 있었다.

유비는 움직이지 않는 유표가 너무 답답했는지 조조의 뒤를 치자고 직접 조르기까지 했다.

이 당시 유표에게는 유비/관우/장비/조운 같은 사기캐들이 있었고 10만 대군을 보유했으니 군대를 일으킨다면 조조는 그대로 후장을 따이는 거였다.

하지만 유표는 끝까지 군대를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조조는 원씨 일가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하북을 평정한다.

유표는 그제서야 유비의 말을 듣지 않은것을 후회했다.

9. 이렇게만 보면 유표가 우유부단한 멍청이로 보이겠지만 움직이지 못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유표는 말빨은 쩔었지만 군사적 재능은 ㅄ이었다. 그래서 전쟁을 하면 남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형주를 평정하는 과정에서 호족들, 특히 채모의 군사적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근데 채모는 조조의 절친이었다. 당연히 조조를 치자는 얘기가 나올때마다 극구반대했다.

다른 형주 호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그들 입장에서는 굳이 목숨 걸고 조조와 맞서싸울 이유가 없었다.

가문 대대로 살아온 형주에서 잘먹고 잘살고 있는데 괜히 나댔다가 멸문지화를 당하느니 얌전히 있다가 승자에게 항복하는게 훨씬 나았다.

이들의 불만을 찍어누르고 군사적 행동에 나설만한 깡다구와 야심이 유표에게는 없었다.

그리고 설령 군사를 일으키고 일이 잘 풀린다 하더라도 그 공은 유비 or 채모가 챙길게 뻔했고

잘못하다가는 유표의 입지가 위험해질수도 있었다.

10. 결국 유표는 시름시름 앓다가 늙어죽었고

그뒤를 이은 유종은 형주 호족들의 대세를 따라 조조에게 형주를 통째로 들어다바친다.

그리고 조조가 적벽에서 빤스런한뒤 형주는 유비와 손권이 맛있게 나눠먹었다.

잘만하면 천하의 대세를 움직이고 한발 더 나아가서 천통까지도 노려볼만한 위치에 있던 인물이었는데

난세에 가장 중요한 재능인 군재가 없었다는게 치명타였다.

그래도 유표는 죽기전까지는 형주에서 떵떵거리며 평안하게 살다갔으니 난세의 승리자 중 한명이라고 봐야할거 같다.

삼탈워에서 유표의 특성이 학구적/우유부단함/종잡을수없음 이던데 나름 잘맞는 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