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아무것도 숨기고 감추고 싶지 않다. 떠나고 싶지 않으니까 이제는 그녀의 곁에서.

그렇다고 그 어떤 진실도 명확해지지 않은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말해줄 수도 없다. 그녀가 자라온 곳 이곳의 일이니까.

그래서 아무말도 할 수 없을 뿐이다. 거짓없이 숨김없이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으니까.

그렇게 그녀를 지켜나가고 그녀를 이끌어 주기로 했으니까. 

잠시 물에 들어갔다온 사이 뭍에 있던 그녀가 어느새 내 앞에 다가와 있다.

두 눈 가득 눈물이 담긴채로 어린 아이처럼 계속 울먹이며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본다. 

잠시 서로를 볼 수 없는 그 시간이 가져다 준 두려움과 안타까움이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감춰지지 않는 그 마음이 또 다시 내게 다가온다. 말과 행동의 다름이 마음이 담긴 진정의 눈빛이 여전히 그렇게.

많이 놀랐던 모양인지 말이 없어진 그녀의 걸음걸이가 불안하다. 물기가 가득한 발을 닦아주고 마른 버선을 신겨준다.

평소의 그녀보다 얌전한 반응에 왠지 더 긴장이 된다. 아직도 진정이 안된건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심스레 그녀를 살핀다.

그녀의 부정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조금 멀어져 있어야했던 그 거리를 좁혀 더욱 가까이 그녀에게 다가선다.

그런데 갑자기 내 이름을 모른다고 말하는 그녀. 이름. 처음 마주하는 이들이 제일 먼저 알게 되는 그 이름조차 그 시작조차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제서야 그 시작부터 다시 찾아가야 하는 우리. 그 순간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그녀의 발길을 멈출 수 있게 할 수 있는 방법. 그렇게라도 그 걸음 그 마음이 조금은 머뭇거려지기를 원하는.

우리가 함께 키우기로 했던 그 아이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마음까지도 그녀가 지켜주기를 바란다.

그녀없이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언제나 있어야 할 곳은 되돌아 가야 할 곳은 그녀 곁이니까.

아무말도 하지 않는 그녀를 붙잡아 본다. 약속해 달라고 이제 나의 우리의 주인이 된 네가 지켜달라고.

그 녀석의 말들은 멈출 수 없는 이끌림뿐이다.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석이라면 지켜낼 거라는 걸 믿기에

그 말이 지닌 힘은 언제나 나도 모르는 날 이끌어 준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도 원할 수 없던 것들도 

그녀석은 내게 보여주었고 지켜냈었다. 그래서 그 녀석에게로 향하는 단 한 마디도 두려워진다.

이 말을 이 약속들을 붙잡는다면 되돌아갈 수 없을테니까. 내가 가려는 그 길에서 멈춰서게 될테니까.

하지만 그가 보여준 그 세상을 담았던 그 마음은 멈추지 않고 커져만 간다. 모든 것을 버리고 그 곁으로 가고 싶을만큼.

짤부자가 되어가는 건 좋은데.

그래서 그네짤은 언제 쪄.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