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7년 전 2012년 겨울. 휘황찬란했던 대학교 1학년을 끝나고 초겨울 쯤 이었음.

그때 당시 좋아하던 동기가 있었음. 긴 생머리에 호수같이 이쁜 눈을 구린 무테안경으로 가리고 다니는 친구였다. 당연히 과에서 인기도 좋았음.

난 첫사랑이어서 너무 많이 좋아하고 그만큼 많이 서툴렀음. 걔가 먼저 연락오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연락하지 못했었음. 그걸 1년동안 그랬지.

연말엔 고백해야겠단 마음이 들었다. 군대가기전엔 고백해서 내 고통을 끝내고 싶었음. 사귀고 싶단 마음보단 내 아픔을 이젠 그만하고 싶었음.

그래서 맛있는 밥집 괜찮은 꽃집을 미리 알아보고 이소라 티켓을 두장 구매함. 걔가 이소라 콘서트 가고 싶다고 했거든.

일주일 정도는 연습도 했음. 걔가 무슨 말을 하면 이렇게 대답하고 어색한 기류가 돌때 말 할 얘기 주제 몇가지도 외워두고 미리 알아본 곳들 가보면서

사고 안터지게끔 나름 군대훈련같이 어눌하지만 내 나름 준비였어.

근데 결국 못만났어. 그전날 걔가 동아리 선배 자취방에 같이 들어가는걸 봤거든.

그래서 그냥 안만나기로 했어. 약속이 갑자기 생겼다고 핑계대고 그냥 안만났어. 그렇게 말하니까 내 마음도 이상하게 나아지더라고.

근데 이소라 티켓은 너무 아깝더라. 두장이나 샀는데 택배 상하차 하루에 12시간 하루에 4만원이었던 시절이었는데 그걸 5일이나 했으니 얼마나 아까웠겠어.

그래서 혼자 갔어. 이상하게 연말인데도 혼자온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라. 의외로 나이든 분들도 많았고 나같이 찐따같은 사람도 엄청 많았어.

그때 내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그랬는지 혼자 있는게 더 좋다는 느낌까지 받았어.

공연은 그냥 이소라가 나와서 멘트하고 노래부르고 이거 반복인데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밖에 안함.

근데 두번째 곡으로 이제그만이 나오더라. 사실 두번째인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그냥 초반부터 이제그만을 부르는데 무발기 사정마냥 그냥 눈물이 쭈욱 흘러내리더라.

대부분의 그런 공연들은 노랫소리 말고는 다른 소리가 없어서 끅끅거리는 내 눈물소리 들킬까 손수건에 얼굴 박고 울었어.

한시간쯤 울었나.. 그러고 나니까 공연장이 보이더라고. 그리고 관객들도 눈에 들어오는데 다들 나처럼 질질짜고 있더라고 ㅋㅋㅋ

처음으로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느꼈어. 난 어딜가도 눈치 많이 보고 사람들이 날 지켜본다는 느낌으로 살았었는데 거기선 그냥 내가 공기처럼 느껴졌어.

그 이후로 사람들 눈치 안보게 되더라고.

아 그리고 그 생머리 여자애 지금도 생머리임. 좀 이따 걔네 집 이사 도와주러 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