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불호 후기가 많아서 내려놓고 가서 그런지 몰라도 난 호!

큰 줄기는 없지만 잔가지가 뻗어나간 나무라고 생각하면 될듯 해

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게 목적같지도 않고 딱 공연하는 세시간(무대에서의 시간)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요리조리 잘 엮어놨어.
세시간동안 오페라 피트에서 무슨 엄청난 일이 일어나겠어.
무대가 무너지거나 극장에 불이나지 않는 한, 뭐 별거 있겠어
끽해야 무대감독이 곡 빠르게 해라 느리게해라 지시 정도겠지
퍼커션을 제외한 다른 악기들이 말하지. 이게 현실이라고.
맞아 큰 사건 없고 일상적인 삶. 그 속에 일어날 수 있는 작은 헤프닝들.
그게 삶이지 뭐겠어. 누구나 항상 드라마틱한 삶을 사는건 아니잖아?

오케피는 그런 소소한 일상을 잘 엮어놓은 극이야.
화려한 보석은 없어도 작은 구슬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팔찌같은거

부부가 바람 핀 이야기, 시장갔다 꼭 뭔가를 빼놓고 산 이야기, 기르는 토끼가 아파 마음아픈 일 등등
그냥 일상이 흘러가는 거지 뭐

사이사이 지휘자가 이야기를 잘 풀어서 설명해 줘. 늘어질 것 같은 순간을 잘 잡아주지(그래도 지루할 것 같기는 해...)
일부러 웃으라고 만들어놓은 소품이나 대사들도 그냥 소소해.
그냥 딱, 황정민 스러워
넘버도 똑같아 튀는거 없이 무던해
"이것이 오케피~" 진짜 오케피의 일상적인, 무척이나 일상적인 그런 느낌이야

그래서 뭔가 큰 스토리나 화려함을 바라는 횽들에겐 진짜 안맞을 듯



그리고 회전문 관객들에게는 안맞을 수도 있는게, 비중이 배우들에게 다 쪼개져 있으니까
캐슷이 바뀌어도 그 조합만의 쫀쫀함은 극 후반 되기전엔 찾기 힘들지 않을까 싶음......
오래 붙어 있을 틈이 없음........


가장 좋은건 내가 본 공연 중에서 제일 즐거워 보이는 모습을 한 오케단원들ㅋㅋㅋㅋㅋㅋㅋ
지휘자 움직이는거 진짜  귀여움ㅋㅋㅋ 커튼콜때 멀리서도 단원들이 얼굴에 웃음이 피어있는게 보여
자기 연주 아닐때는 뒤어서 막 움직이는게 진짜 즐거워 보임ㅋㅋㅋㅋ

주제가 주제인 만큼 오케를 진짜 생각해 준 공연 같았어


비급까진 아니고 비뿔같은 공연이었어


ㅎㅈㅇㅇ 일단 한번 더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