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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포갤 문학] 키우미의 집

거북손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5.29 10:00:02
조회 1856 추천 20 댓글 17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OLe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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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한 공기



어디선가 툭 떨어지는 물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희미한 의식 너머로,



어두컴컴한 지하실 저편에 녹슨 철창이 나의 눈에 다가왔다.




왜 철창이 있는걸까?



순간 다시한번 툭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순간 일어서려던 나는 앞으로 나자빠질 수밖에 없었다.




거친 쇳소리와 함께 나의 발목에 단단하게 묶인 족쇄가 눈에 들어왔다.



팔뚝에 바닥에 고인 물이 흥건하게 젖었고




이어 나는 나의 옷이 반쯤 젖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도대체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내가 기억하는 거라곤 포켓몬리그에서 끝내 성호를 꺾고 챔피언의 타이틀을 손에 쥔 그 순간 뿐이었다.




그 순간을 마지막으로 어느순간 의식이 툭 하고 끊겼다.




그리고 나는 이런 곳에 와있는 것이다.




무언가 더 생각하기도 전에 저 멀리서 끼익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어두컴컴한 지하실 너머로 천천히 계단 내려오는 소리가 또각 또각 울려퍼졌다.





문이 닫히는 쇳소리와 함께 그 틈을 따라 들어오던 한줄기 빛이 사라졌고,



이내 어둠 너머로 희미한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나의 눈에 다가왔다.




또각이는 소리가 멈추었을 즈음,



낡은 램프에 불이 들어오고



이내 그 램프를 쥔 주인이 누구인지 나는 확인할 수가 있었다.




"당신은.."



"오 이거.. 참 오랜만이군요."



그를 바라보는 나의 눈빛이 당혹감에 흔들렸다.




그는 다름아닌 키우미집의 할아범이었던 것이다.



"아참, 챔피언에 등극하신것을 축하드립니다."



"여긴 어디에요? 뭐하는 장소입니까?"



내가 그에게 닥치는대로 질문하자, 그가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하였다.




"하하, 안심하세요 휘웅씨. 여긴 당신이 매우 자주오던 익숙한 장소이니까요."



내가 그의 묘연한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가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여긴, 키우미집입니다."



"뭐?"




나는 당황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두운 지옥과도 같은 이 적막한 감옥의 모습은 아름답고 평화롭게 꾸며진 키우미집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세계였다.




나의 당황한 모습이 재미있다는듯이 노인은 껄껄 웃었다.



"이런, 내부는 처음 와보시는 겁니까?"




"도대체 이게 무슨 장난입니까??"




내가 소리치자,



순간 그의 표정이 진지하게 굳었다.



나 또한 무언가 달라진 묘연한 공기에 조용히 침을 삼켰다.




"이건, 장난이 아닙니다. 저는 엄연한 국책사업으로 당신을 이곳에 데려온 것이라고요."



"뭐?"




노인은 웃으며 계속 이야기했다.




"이해가 안되시나 보군요. 당신은 챔피언입니다. 그리고 호연은 당신과도 같은 우월한 트레이너를 더더욱 많이 원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순간 노인의 미소짓는 입술이 공포스러울 정도로 올라갔다.




"휘웅씨, 여긴 키우미집입니다. 뭔지 모르시겠어요?"




순간 나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것은 그 노인의 소름돋는 미소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어렴풋이 그가 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간파할 수 있었다.




"설마... 당신 지금.."




"그래요. 당신은 이곳에서 우월한 유전자를 계속하여 퍼트릴 것입니다!"




나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에게 달려들었다.




나의 두 발에 묶인 족쇄가 다시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크흐흐흐."



노인은 그런 나의 모습이 우습다는듯이 웃어보였다.




"지금 장난해? 이런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게 인간이 할짓이야?"




"네???"



순간 노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였다.




노인이 나를 내려다봤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신도 지금까지 그래오지 않았습니까? 수많은 포켓몬을 잡아다가 키우미집에 쳐넣고는 우성 유전자를 뽑아냈잖아요."




나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노인은 그러한 나와 정반대로 계속하여 말하였다.




"이제와서 무슨 궤변을 늘어놓으려는 것입니까? 무슨 변명이라도 남아있습니까? 이제서야 도덕과 비도덕의 절묘한 경계를 나누고 싶어진 것입니까?"




"하지만..."




"하지만? 뭐요? 당신은 주인으로써 포켓몬들을 비참한 지하실에 가두어놓았고 이젠 국가가 당신을 가두어놓은 겁니다. 당신은 국가에 귀속된 트레이너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의 주인은 국가입니다. 더 이야기할 시간도 없어요. 이 이상은 시간낭비입니다. 됐어요. 발정제 한방 놔줄테니까 잘 해주세요. 저는 이만 갑니다."





"잠깐만!!! 이봐!!!!! 야!!!!!!"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낡은 지하실에 가스가 차올랐다.



노인은 다시 또각이는 소리와 함께 저멀리 계단을 올라간 후였다.




"콜록! 콜록!"




어둠을 희뿌옇게 만드는 가스 속에서,



순간 옆을 가로막고있던 벽이 스르륵 사라졌다.




그리고 그 너머로 희미하게 벽에 막혀있던 옆방이 눈에 다가왔다.




순간 저 멀리서 노인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에 걸맞는 우성 유전자를 준비해봤습니다."




그 소리와 함께 문은 쾅 하고 닫히었다.




가스 속에서 콜록이기를 수차례,



점점 눈앞을 가로막고있던 가스가 사라지자,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던 형체가 눈에 또렷히 들어왔다.




그것은 다름아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의 오랜 친구였던 봄이였다.





"이럴수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공포에 질려 바닥에 웅크리고있는 그 모습은,




그 백옥같은 피부를 나에게 보여주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봄이였다.




"너 도대체 무슨 일이..."



"휘웅.."




봄이의 목에 붉은 실이 마치 목걸이처럼 걸려있었다.




그 붉게 감도는 빛깔이 묘연하게 탐스러워 보였다.




순간 나는 나의 발을 감싸고있던 족쇄가 풀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말하려던 봄이를 무시한 채,




그곳으로 달려들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약효가 충분히 떨어져 정신을 차릴 즈음




나는 어두컴컴한 지하실 바닥에 발가벗고 누워 그렇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숨을 헉헉 들이쉬며,




그때 저 멀리서 다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줄기 빛 너머로 또각이는 발소리,




다시한번 그 노인이 낡은 램프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휘유, 한바탕 끝냈구만."




"너 이자식..."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것 아닌가?"




나는 이를갈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마치 사나운 맹수처럼 철창으로 달려들어 그를 향해 소리쳤다.




"이런 개자식! 죽여버릴 녀석!"




나의 반응에 노인이 껄껄 웃었다.


그 모습은 마치 철창에 가두어놓은 원숭이를 바라보는듯 하였다.



"이런,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구만. 네놈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한 거였는데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노인의 미소가 기분나쁘게 일렁이었다.




"우월한 유전자라 구하기 힘들었거든. 알다시피 6V란 것들은 희귀하니까 말이야."




순간, 그 어느때보다 뒤틀린 공기가 나의 폐를 타고 들어왔다.




공포를 넘어선 기괴한 예감




"뒤를 보게."




노인이 말하였다.




노인의 말에 순응하듯 나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둠에 쌓인 지하실




어디선가 뚝 떨어지는 물소리




지저분하고 습기가 가득한 그 지하실 바닥 너머로




그 어느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바닥에 들러붙어있는



분홍빛 형체




"우읍.."




나는 순간 바닥에 주저앉았다




"우웨엑!"




구토가 나왔다



모든 것을 토해내듯




의식을 토해내듯




인간이라는 존엄심을 토해내듯




나는 그렇게 충혈된 눈으로 모든 것을 토해냈다.





나의 뒤에 널부러진 흐물흐물한 생명체





그 무엇인지조차 알 수가 없는 그것이 나의 눈앞에 있었던 것이다.





"메타-몽"

 

 

 

 

메타몽의 몸통에 빨간 붉은 실이 걸려있었다




나는 이미 실성했을 것이다.




나는 이미 모든 의식을 던져놨을 것이다.




나에겐 그 어느것도 이젠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그저 마지막으로 노인의 나지막한 목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고개체가 탄생하겠군. 고맙네 챔피언."




어둠 너머로 다시한번 가스가 차올랐다



 

 

 

 

 

 

-키우미의 집 fin

 

 

 

오랜만에 읽어보다가 리부트함

 

 



출처: 포켓몬스터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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