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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21일차

다니엘(222.112) 2016.08.08 11:18:02
조회 1096 추천 5 댓글 3

항상 봐주는 갤러들 늦어서 미안해.

심지어 오늘은 사진보다 글이 더 많음 ㅠ_ㅠ 쏘리..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21일차, 테라딜로스에서 엘 부르고 라네로


잠에서 깨어 몸상태를 체크하는데, 배가 영 아프다. 화장실을 가 봐도 소용없고, 계속 날 괴롭혀온 복통이지만 오늘이 가장 심각하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통증이기에, 짐작이 가질 않는다.

보통 걷다보면 증세가 호전되었기에, 별수없이 가방을 메고 나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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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저건 해가 아니라 달이다. 사진으로도 저리 크고 밝게 찍혔으니, 당시 실제로 저 달을 봤던 나는 정말 말그대로 압도당해 버렸다..

정말 예쁘고, 크고, 밝은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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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밝은 달은 이제 지평선 너머로 퇴장하고, 매일 매일 아름다운 스페인의 태양이 뜰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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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대지와 지평선, 일출의 주황빛깔이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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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아침 이었음에도, 하늘이 정말 예쁜 하늘색이었다.


풍경은 정말 좋았는데 내 몸상태는 정말 좋지 못했고, 급기야 걸어가다 주저앉아 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안절부절하는 친구들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 억지로 첫번째 바가 나올때까지 꾸역꾸역 걸었다. 바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아무래도 조금 쉰다고 회복되지 않을 통증 같았다. 일행들에게 먼저 가면 따라갈테니, 걱정하지 말고 먼저 가라고 이야기 하고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친구들이 준 약을 먹은 후 의자에 앉아 쉬었다. 다행히 점점 몸 상태가 나아지는듯 하였다.

얼마간 쉬었을까, 저 쪽에서 익숙한 친구가 걸어온다. 호르닐로스 델 카미노에서 처음 만났던, 비쥬가이 일행중 한명인 마르티나였다.

아무래도 너무 껄렁껄렁한 그 친구들과 어울리는게 힘들었는지, 홀로 떨어져 나와 걷는듯 하였다.

마르티나는 나를 보자마자 특유의 밝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내게 다가왔는데, 걸어오며 처음의 웃는 표정에서 내 안좋은 안색을 보았는지 점점 걱정하는 표정으로 변하며 다가오는게 재미있었다. 이내 완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 내 앞에 도착한 마르티나가 무슨일이 있냐고 물었고, 나는 그냥 배가 조금 아프다고 대답 해주었다.

몇번이나 봤다고, 정말 너무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마르티나가 내게 감동적으로 느껴졌는데 이게 순례자 친구들의 우정인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카모마일차가 배 아플때 좋다는 추천을 곁들어 자신의 어머니가 주었다는 복통약을 준 그녀는 괜찮을때까지 기다려 주겠다며 내 옆에 앉았고, 그것들에 감동해서인지 내 복통은 따뜻한 차와함께 얼마 후, 씻은듯이 사라져버렸다.

친구들은 어디갔냐는 그녀의 질문에 내가 아파서 먼저 출발했고 다음 마을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대답했더니, 아픈 내가 걱정스러우니 함께 걸어야겠다는 마르티나와 함께 다시 길을 나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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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해는 하늘 저 높이 솟아 뜨거운 햇살을 내리쬐고 있었다.

마르티나와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 이야기도 많이 했지만, 그녀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는데 예전부터 마르티나는 순례길을 너무나 걷고 싶었는데 남자친구가 그건 멍청한 짓이라고, 위험하고 바보들이나 하는거다, 절대 보내줄수 없다고 해서 계속 못 오고 있었다고 했다. 근데 지금은 어떻게 온거냐고 물었더니 걔랑 헤어졌으니 올수 이었지. 라고 웃는다.

마르티나의 새 남자친구는 그녀의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주는 좋은 사람이었고, 심지어 귀여웠다. 그는 마르티네에게 '이건 내 친구 이야기인데, 걔 여자친구가 순례길을 걷고 있고, 걔가 여자친구가 보고싶어서 몰래 순례길에 찾아가서 만날거래. 니가 순례길을 걷고있으니 물어보는건데 내 친구 행동이 어떻다고 생각해?' 라고 물어봤고, 마르티나는 '그래서 니 비행기표가 며칠자인데?'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ㅎㅎ

3일후면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다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마르티나가 너무 예뻐보였다. 사랑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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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사진 한컷. 마르티나는 정말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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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지방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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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외로 큰 마을이 우릴 반겨주었고, 우리는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만 했다.

만나기로 했던 일행을 찾아야 했는데, 꽤나 큰 이 마을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걱정하던중에 그냥 저기에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간 곳에 신기하게도 친구들이 있었고 잠시간의 휴식을 취한 후, 다 함께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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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친구들의 컨디션이 다 좋지 않다. 다들 말 없이 묵묵히 걷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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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마르티나와 언어교환을 했는데, 나는 마르티나가 영어를 너무 잘해서 당연히 영어권 사람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폴란드 사람이었고, 영어는 그냥 좋아해서 공부하다보니 이렇게 잘 하는거라고 했다.

나는 한국어로 저는 마르티나 입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잘 지냈어요? 건배! 등등을 가르쳐 주었고, 마르티나 역시 나에게 그에 맞는 폴란드어를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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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나에게 들었던 얘기중에 가장 인상깊었던건, 폴란드에서는 맥주를 따뜻하게 데워 먹는다는거였다.

나중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폴란드에 놀러갔을때 따뜻한 맥주 한잔을 사주겠다고, 마르티나가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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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행 모두가 체력이 부족하고 피곤한 날이었고 우리는 긴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마르티나는 먼저 떠나가고, 우리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서 아픈 발을 주무르다 낮잠을 잤다.


한참을 자고 일어났는데, 오히려 발이 더 아프다 ㅠㅠ

이 다음부터는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사진도 찍지 못하고 그저 억지로 걷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의 목적지인 엘 부르고 라네로에 도착할때쯔음, 몸 상태가 많이 안좋았던 나는 뒤쳐져서 홀로 걷게 되었고 설상가상 마을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무시무시한 소나기가 쏟아져내려 홀딱 젖은채로 일행들이 있던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고맙게도 친구들이 내 침대를 예약해 주었고, 나는 별탈 없이 짐을 풀고 씻을 수 있었다. 잠시간의 휴식을 취한 후, 다함께 장을 보고, 예슬이가 만들어준 볶음밥을 먹고나서, 신부님 일행을 만나 레온까지의 계획을 짰다. 레온은 순례길에서 세번쨰로 만나는 대도시이다. 37키로미터 떨어진곳으로, 원래대로라면 내일까지 가기는 굉장히 힘든 곳이었으나, 서로서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내일 레온에 도착하는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몸상태가 좋지않은 나와 신부님이 레온에서 17km남은 지점에서 모두의 짐을 들고 택시를 타서 미리 예약해 놓은 호텔에 체크인 하는것으로.

택시를 탄다는게 살짝 양심의 가책(?) 처럼 느껴졌으나, 상태가 너무 안좋으니 휴식을 취하는게 좋을거란 생각이 들어서,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팜플로냐까지 함께했다가 북쪽길로 넘어갔던 창희도 레온으로 내려와 합류하기로 했고, 부르고스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즐거었던 만큼 레온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은채 잠을 청했다.




출처: 여행-유럽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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