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국내 모 유명 뮤지컬 작품의 연출팀과 배우들은 지방 공연차 울산에 내려가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다. 밤이 되자 이들은 방을 하나 잡아 늦게까지 술자리를 벌였다. 뮤지컬에 출연하던 남자배우 5명과 여성 스텝 6명이 함께했다.

하지만 술을 마시던 도중 화장실에 가 용변을 보던 여성스텝 ㄱ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욕조 위의 바가지 옆에 수상쩍은 형태의 수건이 놓여져 있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놀랍게도 남자배우 김모씨의 휴대폰이었다. 카메라 부분을 제외하고 수건으로 감싸져 있었으며, 렌즈 부분은 화장실 좌변기를 향하도록 세워져있었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영상이 촬영되고 있었다. ㄱ씨 이외에 또다른 여성스텝이 용변을 보는 장면도 찍혀있었다.

ㄱ씨는 휴대폰에서 문제의 영상을 지운 뒤 바깥으로 나왔다. 김씨는 ㄱ씨가 나오자 화장실에 들어가 휴대폰을 회수하는 듯했다. ㄱ씨는 다른 스텝들과 함께 그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경찰에 넘기게 휴대폰을 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범행을 자백하며 사과했지만, 피해자들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았다. 이들 사이에 일어난 불미스런 일은 곧 경찰 고발로 이어졌다.

김씨는 수사단계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술을 마시다 실수로 욕조 위에 휴대폰을 두고 간 것일 뿐, ‘몰카’를 하려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범행 이후 자신의 휴대폰을 하수구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휴대폰을 버린 이유에 대해 “경찰에 제출할 경우 내가 알고 지내던 다른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노출될 것을 우려했다”는 취지로 변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울산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신민수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1심과 같이 징역 5개월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휴대폰이 욕조 위에 아무렇게나 눕혀져 있지 않았고, 수건으로 감싸진 채 변기 방향을 향해 똑바로 놓여 있었다는 점에서 ‘실수로 뒀다’는 김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휴대폰까지 버려 이 사건 범행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은 김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은 면제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전과가 없어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상정보 등록 및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만으로도 재범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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