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디시에서 본 일이다.

늙은 소덕 하나가 탱갤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 성짜리 태연 S카드가 화면에 떠 있는 갤투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카드가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국내 단콘을 기다리는 소덕과 같이 준수르의 입을 쳐다본다. 준수르는 소덕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카드 스탯을 체크해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갤투를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자꾸 뒤를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현질러를 찾아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폰을 꺼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S급 카드오이까?' 하고 묻는다.

현질러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카드를 몇장짜리 프팩에서 뽑았어?" 소덕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포샵질을 했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잉여력을 발휘합니까? 합성하면 티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소덕은 손을 내밀었다. 현질러는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카드가 1600 리듬 포인트로 화하지나 않았나 확인해 보는 것이다. 뭉툭한 손가락이 액정 위를 터치할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달콤소프트 건물 벽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폰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다이아를 많이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폰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같은 조에 들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뽑은 것이 아닙니다. 포샵질한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S급 카드를 줍니까? 강화(强化) 한 번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소시 A급 카드가 나오는 일도 백에 한 장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장 한 장 얻은 카드에서 소시 C카드를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C카드 서른 다섯 장을 B카드 한장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팔십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태연' 한 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카드를 얻느라고 한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카드를 만들었단 말이오? 그 카드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카드 한 장이 갖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