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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밤공 범촤 위주 간단후기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3.62) 2014.12.28 00:21:45
조회 1312 추천 41 댓글 19

공연 진짜 재밌었는데 벌써 휘발됐어.. 이럴 순 없어
그래도 쓴다 생각을 해라 나이놈

디텔성애자 범시가 드디어 시작했어. 같은 씬 같은 노선인데 디테일만 달라... 디테일이 다른데 표현하는 노선이 결국 같은 거에 감탄함.
예를 들어 이 씬,

역대 리촤 중 유일하게 질질 짜면서 재수없는 변태새끼. 눈도 못 마주치고 떨면서 말하곤 도망치듯 비틀비틀 달려 사라지던 범촤가,
오늘 밤엔 처음으로 정면으로 요정넷 쳐다보면서 씹어뱉듯 내뱉곤 휙하고 등을 돌려 거칠게 걸음을 내딛는 거야.
그 순간 난 헐? 했거든. 범촤는 분명하게 네이슨을 (성적인 감정과는 좀 방향이 다르더라도)사랑하는 리차드인데, 앞서 보여줬던 네이슨에 대한 분명한 애정을 한순간 뒤집는 냉정한 표현이라 범촤의 인물 노선에 균열이 가는 느낌이었어.
그런데 그렇게 독하게 두걸음이나 걸어갔나, 더 가질 못하고 멈춰서선 비틀 벽 짚고 고개를 떨구더니 하아.. 하고 숨을 고르는 거야. 잘게 어깨를 떨면서.

그렇게 짧은 순간 온 등으로 공포와 죄책감에 짓눌린 모습을 보여주곤 다시 비틀거리며 뛰는듯한 걸음으로 사라져갔어.
안경을 떨어트려 모든걸 망쳐버린 요정넷에 대한 분노와 원망과 신변을 위협하는 공포에 마음에도 없는 폭언을 내뱉었지만 그게 연인인 네이슨 뿐 아니라 지 마음에도 독하게 박혀서 숨이 막혀버린게지. 그걸 잘 보여줬어.

완전 감탄했다. 동일한 인물 노선을 유지하면서 새롭게 지루하지 않게 다른 디테일을 계속 가져오는 범촤한테.

그리고 라이플에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배반감에 분노한 표정을 유지한 채 그래 네가 이겼지만 난 널 떠날 거라고 부르짖으며 요정넷에게서 멀어져가던 범촤.
계단 다 올라가서 등을 돌릴 때까지도 이를 악다물고 있었는데 문 뒤로 사라지는 순간에 기어코 울어버리더라. 서럽고 상처받은 얼굴로 애처럼 훌쩍이면서 문 뒤로 사라지는데 허... 불쌍해서 따라가서 안고 도닥여주고 싶은 기분 어쩔.

어프레이드 들어갈 때, 요정넷에게 자? 자냐? ..자는 거야... 하고 처음에는 센척했던 억양이 점점 얇게 스러지면서 뱉는데, 마지막 자는 거야 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짐.
자기는 두려움에 잠들 수가 없는데, 분명히 자기보다 훨씬 약하다고 여겼던 네이슨은 잠들어 있다는 사실에 작은 패배감과 정말로 혼자만 공포에 떨고 있다는 상황에 두려움이 한계까지 치닿은 순간이란 걸 보여줬어.

범촤가 요정넷을 사랑하는 리차드라는 건 나씽 끝무렵부터 계약서 도입부까지 이어지며 보여지는데,
리차드의 불성애를 말해주는 넘버인 나씽에서, 마지막 순간 범촤가 쳐다보는 건 네이슨이야. 불길을 사랑스러워 하던 눈빛을 그대로 슬쩍 돌려선 요정넷의 얼굴을 감싸쥐곤 내려다보며 곡을 끝내지.
다음날 요정넷이 무턱대고 찾아왔을 때에도 결코 불청객을 대하는 태도가 아냐. 입으로만 누가 초대했냐 난 아니거든 거기서 나 자는거나 지켜봐라 블라블라 떠들면 뭐하냐... 얼굴에 요정넷의 능청스러운 들이댐이 내심 엄청 좋고 뿌듯해하는 기색이 완연한데. 헤유... 표정케어가 아직 안되는 가련한 하이틴이여...

요정넷이 능청능청하게 들이닥친 거에 대한 반응도 왜? 야! 하는 짜증과 귀찮음이 아니라 왜애, 야아! 하고 반가운데 아닌 척 하고 싶은 허세가 뒤섞여 나오는 귀요운 어투임.
내 눈에도 저 애새끼가 귀여워 보이는데 어르신 요정넷 눈엔 오죽 귀엽고 뻔해 보이겠어?

이렇듯 범촤는 요정넷을 확실히 사랑하는 리차드로 보이는데, 범촤의 이 사랑이라는 애정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나를 알려주는 씬이 쓰릴미야.
지금까지 대부분의 쓰릴미는 관계를 요구하며 달려드는 네이슨에게 리차드가 격한 짜증과 분노, 역겨움 등을 발산하는 넘버였는데, 범촤의 반응은 짜증과, 곤란함으로만 이뤄져있어.
요정넷이 격렬하게 달려들고 빌고 화내고 매달리는 모습에 정말로 진짜로 싫고 짜증이 나서 거부하는데, 거부감보다 더 크게 보여주는게 곤란함임. 나 지금 너 때문에 아주 곤란해 죽겠음 제발 이러지마 시발.. 이거.

왜냐하면 범촤는 요정넷을 사랑은 하는데, 그 분명한 애정을 이루고 있는 감정이 성적인 대상으로서가 아닌 부모에게서 만족할 만큼 얻을 수가 없었던 애정결핍을 충족시켜주는 존재로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인 걸로 생각해.
차가운 아빠 대신 사랑해줘도 그래도 모자란 엄마가 주는 무조건적인 애정의 모자란 나머지를 채워준 것이 네이슨이기에 저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건데, 그게 성적인 감정과는 거리가 있었던 거지.
요정넷과 범촤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깊게 원하지만, 서로를 원하는 방향이 달랐던 거야.

그래서 범촤는 요정넷의 관계 요구에 진심으로 당혹해하고 곤란해서 거의 울먹이는 듯한 어투까지 구사하게 돼.
내가 싫다고 말했다? 라고 소리치는 범촤의 음성은 곤란함에 메어 흔들리고, 자기를 한 번이라도 느껴본 적 있냐는 요정넷의 몰아붙이는 질문에는 있어!! 라고 억울함에 메인 목소리가 곧바로 튀어나가지. 여기선 애가 억울해보이기까지 해.
그래 억울했겠지.. 진짜로 나도 너 좋아하고 니가 원하는 어지간한 건 갖고 노는 태도로 자존심 방어해가며 들어줄 마음이 있고 그렇게 해왔는데, 갑작스럽게 자기도 깨닫지 못한 생리적인 거부감이 드는 행위를 요구해오니까 많이 당혹스럽고 초조하게 당황했겠지.

아무튼 결국 요정넷이 이겨서 범촤로선 굴욕적인 느낌으로 남았을 관계가 행해졌고, 그래서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던 범촤는 자신에겐 작은 패배로 남은 관계로 인해 행복감에 가득 젖은 요정넷을 보곤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 ..좋아? 라고 물어봐. 그러곤 피식 웃어버리고 마는 거야.
자신이 바라던 방향의 교류가 아니었기에 방금 전까지도 진심 싫은 거 꾹꾹 참으며 했음에도, 어쨌든 좋아하는 상대가 이걸로 인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풀리는 거지. 좀 기분도 나아지고. (그리고 맞딜을 마쳐줬으니 이젠 내 차례다? 라는 고조도 되었을테고)

범촤 아빠가 큰애 작은애를 차별한게 먼저일까 범촤가 개싸이코 기질을 부모 앞에 내보인게 먼저일까 궁금해.
담좋게 저지른 짓은 싸이코패스성 극악범죄인데 싸이코패스라기엔 애가 겉으로만 또라이지 속으론 애정결핍으로 썩어 문드러져선 갑자기 멍하게 우리 아빠도 돈을 낼까? 라는 애잔한 질문을 던지질 않나 닥쳐온 죽음 앞에 공포와 후회를 내놓질 않나... 좀 가닥이 안 잡혀.
뭐 분명한 건 범촤는 요정넷을 만나지 못했다면 니체고 수퍼맨이고 나발이고 걍 흔한 잡범 수준을 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 요정넷도 개싸이코까진 안됐을 거고.

개취로 범촤의 리차드는 정말 새로운 해석이고 분명한 노선에다 그걸 보여주는 표현력도 풍부해. 생각나는 거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는 범촤에 맞춰 전혀 밀리거나 어색한 대응 없이 다 받아주고 받아쳐가며 뚜렷하게 중심이 잡힌 존나쎄네이슨을 보여주는 요정도 진짜 묵직한 배우라 범요정 페어의 짱짱한 균형이 감탄스럽다. (자칫 찐득해지거나 개웃겨질 수 있는 무릎베개 아이디어는 당췌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궁금해진다..)

내가 범시의 리차드 캐릭터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서 범촤 얘기만 존니길게 풀어놨는데, 사실 내 본진은 요정이라는게 문제.
근데 요정은 09까지의 요정넷의 베이스를 거의 그대로 지켜서 돌아온 네이슨이라.. 여전히 졸라 잘하고 목소리는 홀리해서 깨알 좋지만 딱히 새로운 평을 쓸 건 없어서 그래. 옛날에 많이 썼어..
어 그냥 생각나는대로 하고 싶은 말 천천히 썼더니 극 순서는 엉망이라 정신사나운데 읽어줘서 고마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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