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한다.

그대의 몸은 내 아래에, 내 명운은 그대의 검에

성배의 의지에 따라 이 뜻, 이 이치를 따른다면 응하라,
맹세를 이곳에

나는 영원히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영원히 모든 악을 누르는 자.

그러나 너는 그 눈을 혼돈으로 흐리고 받들지어다.

너는 광란의 우리에 사로잡힌 자, 나는 그 사슬을 끌어당기는 자.

그대는 삼대 언령을 두르는 일곱 하늘,
억지의 고리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이것은 절규.

지극히 불합리한 비극에 대한 절규다.

"제길...!!! 어째서! 어째서!!!!"

바닥에는 흥건한 피.
하지만 그건 결코 사람의 피는 아니다. 있는대로 널브러져있는 목이 비틀린 닭들의 시체가 그것을 증명한다.

"양..알베르트..."

손에는 가득 쥐어진 핏물이 손톱밑으로 까지 스며든다.
꽉 쥐어진 주먹에 손톱이 살갗을 파고든다. 고통이 경고를 알리지만 주먹은 더욱 힘이 들어갈뿐, 분노와 자책감으로 부들부들 떨릴뿐이다.

"다니엘...!! 르우엔...!! 아가사....!!"


가슴을 찢어내는 듯한 이름을 읊어대며, 피를 잔뜩 머금어 축축해진 나뭇바닥을 연신 내려친다.


"헨리...헨리...헨리...!!!"

잔뜩 충혈된 눈에서는 핏물과 같은 눈물이 멈출줄 모르고 흐른다. 그 눈에 담긴것은 분노, 후회,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혐오.

그렇다면 케이샤 젬르푸스 라는 여자의 결말은 여기서 끝이다.  자신이 살아남는다면 그걸로 끝이다.

그 악마같은 녀석 \'헨리\'의 속셈대로 될 뿐이다. 마술사의 비원? 근원에 도달한다? 그 따위것이 그 살인마의 소원일리없다. 성유물도 없는 내가 그 악마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버서커가 최선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소환할수 없다면...

"죽는 수 밖에 없어..."

아직도 느껴진다. 헨리가 내 몸에 박아넣은 그 저주가, 마치 죽는것도 용납하지 못한다는 듯이 맥동하는것이 질리도록 느껴진다.

바닥에는 달빛을 받아 붉게 빛나는 나이프. 닭을 잡을때 사용했던 것이다. 이제 와서는 이렇게나 의미없는 일에 목숨을 사용하게한 닭에게 조차 미안할뿐이다.

조용히 칼을 움켜쥔다. 그리고...그리고...

"그럴수 는없네 나의 공주여. 나에게 건 저주는 아직 풀리지 않았지 않은가...?"

"뭐...뭣...!!"

목까지 갖다댄 칼을 막아선것은 은색의 갑옷을 걸친 손. 너무나 갑작스레 일어난일에 사고회로가 쇼트를 일으킨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보자 보이는건 꽤나 화려한 모자를 쓴 기사 차림의 남자. 분명 멋들어진 갑옷에 미남형의 얼굴이었으나 신기하게도 기품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않았다.

"놀라지말게 공주여 나는 공주가 나에게건 저주로 인해. 그대의 영원한 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네...!"

"종...이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에요...?"

"아...그대의 손을 쥐느라 보지못하였군 보게나 이 실로 사랑스러운 저주의 증표를!"

기품이 느껴지지않는 이유를 알것 같기도했다. 마치 삼류 연극 배우에게서나 있을만한 미묘하게 어색한 분위기가 이남자에게는 넘치도록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전부터 나에게 부담이 되도록 보내고 있는 저 기름진 눈빛까지도!

밥맛이 뚝 떨어질만큼 느끼하고 과장된 말투와 제스쳐를 취하며 기사는 칼을 쥐고있던 나의 손을 놓아주었다. 대체 이게 무슨...

"있..있어...!"

있었다. 시야를 내리자마자 보여진 나의 손 등 위에는 기사가 말한 저주의 증표가 그 붉은빛을 형형히 빛내며 자리잡아 있었다. 피에 물들어 붉어진 손이라도 그것은 핏빛과는 또다른 존재감으로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해냈어...다들...고마워...나...꼭...꼭..."

희망이 생겼다. 3획의 령주.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영령인 존재 서번트에게 내릴수있는 절대적인 명령권, 성배가 인정하는 마스터로서의 상징...!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작스런 상황에 잠시 멎었던 눈물이 다시 터져나왔다.




어우 나중에 이어서 써야지 타코야끼좀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