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딘은 작은 마을이다. 물론 작다곤 해도 최소 수십명은 살고 있는 곳이지만, 수도에 비하면 허름하기 짝이 없다. 난 이 곳이 마음에 든다. 걸을때마다 눈이 푸석거리며 부서지는 소리도, 친절한 주민들도. 이 곳에 온지 얼마 안됐을때 그저 주점을 세운다는 막연한 계획만을 생각하던 나를 자리잡게 도와주고, 다가온 것도 주민들 덕이다. 하루 일과는 간단하다. 오전 7시에 일어나고 운동을 한뒤, '오늘은 어떤 안경을 쓸까?'라는 간단하지만 나에겐 중요한 고민, 내가 직접 만든 술과 다른 지역에서 수입한 술들을 지하실에 넣고 확인하기, 핫랜드에서 자취하는 조카한테 편지 보내기. 그리고 기다리다가 저녁이 되면 가게 문을 연다.

늘 똑같은 사람들이 온다. 주크박스 앞에 죽치고 있는 사람, 실 없이 웃는 사람, 골드를 걸고 카드 게임을 하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 뭐 대충 이런 사람들 말이다. 너무 많이 봐서 질리기도 하지만, 전부 다 좋은 사람들이다.

주점을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나고, 내가 이 마을에 들어오고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이 들어왔다.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본 적 없는, 뼈 괴물들이었다. 키 크고 당당해보이는 괴물은 '파피루스'. 키 작고 늘 웃음을 짓는 괴물은 '샌즈'라고 했다. 이름도 참 특이하다. 글씨체를 이름으로 삼다니, 부모가 얼마나 귀찮아했길래.

파피루스는 언제나 쾌활하게 웃으며 자긴 근위대원이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벌레 한마리 못 죽이는 그가 과연 될 수나 있을까? 반면 그의 형인 샌즈는 언제나 저렴한 뼈 농담을 하며 감시 초소에 죽 치고 있다. 지금까지 밝긴 했지만 좀 쌀쌀했던 마을이, 그 둘의 등장으로 더욱 밝아졌다.

헌데 늘 밝은 파피루스완 달리 샌즈는 어딘가 늘 불안해 보였다. 새벽까지 혼자 주점에 있는 그에게 감자튀김을 만들려고 부엌에 갔다가 깊은 심호흡이 여러번 들려왔다. 다 만든 감자튀김도 놔두고 나오자 언제 그랬다는듯이 웃음 짓고 있었다. 결국 샌즈와 같이 새까맣게 타버린 감자였던 걸 먹다가 그는 휘청이며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에 그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뭐 그냥 잘못 본 거겠지.

누군가 나한테 지금 일이 즐겁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억지로 하는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데 뭐가 안 즐겁겠냐만은.



새벽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쓴 거라 퀄리티가 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