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쓴, 우리가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이유 지난주 토요일 영등포 쪽방촌을 촬영하였습니다. 오전11시 반 쯤된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해 길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여러 명이 보였고 그들 중 몇몇은 불을 피운 드럼통에 곁에 서 있었습니다. 그날은 모처럼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한 날이었는데도 그들이 불을 쬐고 있는 것은 몸이 추운 것 이 아니라 마음이 추운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곳엔 광야 교회라는 곳이 있습니다. 매일 한번 이 교회에서 쪽방촌의 약 7~800명 정도의 사람들의 식사대접을 한다고 합니다. 줄을 쭉 늘어선 그들은 한결같이 보통 젊은 청년이 먹어도 남을 만큼의 많은 양의 음식을 요구하더군요. 얼마 후, 그 광야교회의 담임목사님께서 6월에 있을 합동결혼식 사진과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부탁하셨습니다. 저는 누군가 이런 일들을 맡고있는 포토그래퍼 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 였습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수락하였습니다.        식사 후, 광야교회의 예배 시간이 되어 같이 예배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교회안의 여러 모습들을 촬영하고 있는데 한 청년이 나를 보고 미소를 짓길 래 나는 사진을 찍어줄까? 하며 말을 건넸더니, 순간 더 환한 미소로 그는 나를 쳐다보더군요. 그 때 그 청년은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선한 사슴의 표정 바로 그 자체 였습니다. 그들에게 다가선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내 팽겨쳐진 기억을 갖고 있지 않는지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어둠속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했고,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야했던 기억이 당신에게는 없으신지요? 이들에게는 가족에게 상처받거나 버림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술에 취해 어머니를 때리던 양부와 싸우고는 가출한 예 등, 여러 가지의 사유로 집을 떠나야만 했던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보통의 삶에서 이탈할 수 밖에 없는) 슬픈 사연들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거죠. 그러나 그렇게 눈물을 닦기에도 바쁠것 같던 그들이 손을 들고 찬양 하는 모습은 어쩔수 없이 촬영에 임했던 저를 부끄럽게 하였습니다.                          다음날, 예전에 촬영했던 사진을 들고 소울음 이라는 장애우들이 공동으로 기거하며 작품 활동 을 하는 화실을 갔었습니다. 몇 달 전 쯤 휴메니티 라는 잡지의 표지를 촬영차 들렀다가 저녁까지 얻어먹고 나오며 촬영 한 것을 바로 인화하여 드린다고 말씀드렸던것이 제 게으름 때문에 많이 늦어졌던 것이었습니다. 소울음의 원장 선생님께서 크로키 몇장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몸을 움직이기도 불편하시면서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시는지,  그 분의 그림 속에는 보통의 화가들이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자유로움이 들어있습니다. 그날 저는 선생님께 4월16일 경기도 강화에서 많은 장애우 화가들과의 야외 스케치에 초대받고 기쁜마음으로 그 곳을 나섰습니다.                  청주에서 괴산으로 가는 길에 한센인들의 정착촌인 청원 농장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장주식님의 널리보기' 참조 바람) 그 곳은 한센인들의 삶을 기록 하기위해 장주식님과 그의 제자들과 함께 찾아간 곳이었는데 그 곳에 계신 연로하신 분들의 영정 사진들이 없어 촬영을 했고 이후에 액자를 만들어 전해드렸었지요. 그곳에는 자전거할머니라고 우리가 별명 지어 드린 분이 사십니다. 그분은 소녀와 같은 수줍음을 가지신 아주 고운 분이십니다. 그분께 영정사진을 가져다 드렸더니가슴에 꼭 껴안고 자전거를 타고 웃으시며 댁으로 가시더군요.(댁 이라는 데가 한 사람이 겨우 누울 만 한 공간일 뿐입니다)   그때, 제가 이 일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일은 저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일입니다. 그래서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분들과 동행하며 작은 자 들의 외침으로 그들의 작은 소망을 채우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데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글을 올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BS의 3월22일 똘레랑스란 다큐프로를 보시면 청원농장의 사연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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