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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타이와 모타리온

Croat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12.12 11:46:07
조회 14332 추천 51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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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가타이,' 거대한 대낫scythe의 밑둥을 먼지 속에 박아넣으면서, 프라이마크 모타리온이 입을 열었다.

   칸은 그 낫을 알아보았다. 제 14군단의 악명 높은 탈명겸manreaper 중에서도 가장 강대하다는, 침묵Silence이라는 이름의 무구였다. 

   '모타리온,' 칸이 화답하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이곳은 자네 행성이 아닐 텐데.'

   '자네 행성도 아니지.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우리 둘 다 이런 곳에 오게 됐군.'

   모타리온의 근위병, 데스슈라우드Deathshroud들이 조용히 잿더미 속을 헤치고 널찍히 퍼졌다. 퀸 사Qin Xa와 그 휘하 전사들도 그에 맞춰 대칭되는 진형을 펼쳤다. 두 군세는 고작 몇 미터 떨어진 채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들 위로,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천둥이 포효하고 있었다.

   칸은 긴장에 근육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매그너스를 찾으러 온 건가? 그는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네.'

   '형제여, 나는 자네를 찾으러 온 거라네.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

   '그런가.'

   마스크 뒤에서 모타리온이 미소지었다. 그에, 그의 얼룩덜룩한 뺨에도 주름이 잡혔다. '자가타이, 자네에게 이야기해주어야 할 게 아주 많이 있다네. 엄청난 기회가 왔지. 행여나 지금 잘못된 선택을 하면, 치뤄야 할 대가는 전에 없이 클걸세. 옳은 선택이 가져다줄 보상은, 자네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지.'

   칸이 조심스럽게 그의 기색을 살폈다. 예나 지금이나, 모타리온은 읽기 힘든 자였다.

   '그러면, 나를 설득하러 왔단 말인가?' 그가 물었다.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내게 더 해야 할 말이 있다는 건가?'

   모타리온이 왼손을 뻗어 두건을 뒤로 잡아당겼다. 창백한 잿빛 두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은 그 얼굴에서도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는 형제의 고귀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날카로운 두 눈 밑으로 눈두덩이 깊게 파여 있었다. 그의 목깃으로부터 가스가 연기처럼 피어올라오고 있었다.

   '내 말을 들어 보게,' 그가 말했다. '일단 그냥 들어 보게. 무언가 깨달을 수 있을 테니. 내 자랑스러운 형제여. 자네라 할지라도 아직 올바른 선택을 할 기회가 남아 있네.'

   칸은 아직은 칼을 뽑지 않고 있었다. 그는 칼을 느슨하게 쥔 채 옆쪽으로 늘어뜨렸다.

   모타리온이 힘은 보지 못한 사이에 더욱 증가한 것 같았다. 오래된 잿불같이 어두운 무언가가 그의 안에서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육신은 예전보다도 더 음산해지고, 그의 태도는 더 읽기 힘들어졌지만, 그를 휘감은 위협적인 아우라aura는 더욱 강해져 있었다. 예전 울라노어Ullanor에서도, 그 승리의 정점의 순간에서도, 모타리온은 이 정도의 무게를 품고 있지는 않았다.

   칸은 자신의 형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무엇을 걸 텐가, 형제여? 우리가 싸우게 된다면, 자네는 대가로 무얼 치를 건가?

   '할 말이 있으면 얼른 해보게.' 칸이 말했다.

   반쯤 조롱하듯, 모타리온이 공손히 인사했다.

   '자네를 찾아 먼 길을 지나왔네,'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자, 주위를 한번 돌아보게. 시간은 많아. 여기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시체들밖에 없고. 그러니 우리를 방해할 것도 없지. 시체는 움직이지 않으니까.'

   그가 다시 한 번 메마른 억지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직은.'

  

   모타리온은 칸을 향해 몇 걸음을 떼었다. 퀸 사가 그 사이에 끼어들려 했지만, 칸이 소리없이 전투용 수신호를 내보이자 바로 물러섰다. 서로의 호위대를 장막처럼 뒤로 한 채, 두 프라이마크가 마주보고 섰다.

   모타리온 쪽이 좀더 체구가 널찍했고, 칸 쪽이 좀더 키가 컸다. 모타리온의 갑주는 거의 조잡해보일 만큼 둔중한 것이었지만, 칸의 갑주는 호리호리하게 잘 빠져 있었다. 침묵은 아다만티움 덩어리로 만들어진 육중한 무구였고, 칸의 예도dao는 완벽한 곡선을 자랑하는 늘씬한 무구, 크기와 무게보다는 속도와 형form을 강점으로 삼는 무구였다. 칸의 예도는 인류제국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빠르게 휘둘러질 수 있는 무구였다.

   속도 대 완강implacability. 흥미로운 대결이 될 터였다.

   '자네가 여기 있을 리 없었을 터였는데,' 모타리온이 말했다. '자네는 알락세스Alaxxes에서 알파 리젼과 합류해야 할 터였어.'

   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테라에 귀환하거나.'

   '우리는 그걸 바라지 않았지. 우리가 왜 그러겠나?' 

   '알파 리전이 우리를 촌닥스Chondax에 붙잡아놓고 있었네. 우리가 돈의 연락을 받길 원하는 것 같더군.'

   모타리온이 터럭 없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랬나? 놀랍군. 자네는 괜한 걸 입에 낸 걸지도 모르네. 알파리우스 그 놈 두 마음을 품은 것 같군.' 그가 어둡게 웃었다. '놈은 위험한 놀이를 하고 있어. 스스로의 음모에 목졸릴 날이 올 거야.'

   '그럼 왜 자네가 온 건가? 칸이 물었다.

   '내가 온 게 어때서?'

   '나는 호루스가 올 줄 알았는데.'

   '오만하군. 그는 지금 해야 할 일이 차고도 넘치네.'

   칸은 눈을 가늘게 떴다. 모타리온은 스스로도 잘 확신하지 못하는 듯 했다. 허장성세를 보이면서도, 짐짓 힘을 내보이면서도, 그는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호루스가 자네를 보낸 게 아니야. 맞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아주 중요하지,' 형제가 보이는 반응을 찬찬히 살피며, 칸이 대답했다. '매그너스가 이 전쟁에서 편이 어떻게 갈리는지 이야기해 주었네. 아직 몇 명은 어느 편에 설지 결정하지 않았다 하더군. 늘 변두리에서 겉돌던 이들이 있었지. 나나 자네같이 말이야.'

   모타리온이 코웃음쳤다. '내 군단은 이스트반에 있었어. 그러니 내가 누구 편도 아니라는 생각 따위는 집어치우게. 전쟁의 결과는 이미 명백해진지 오래야. 그러니 자네가 내려야 할 선택은 간단하네 - 생존이냐 파멸이냐지. 우리에게 오게, 자가타이. 자네는 통합Unity 따위 진심으로 믿은 적도 없지 않나. 옛적 우리 아버지와 은하의 끝 사이에 아직 외계괴물들이 우글거릴 적에 길리먼이 그 눈물나는 설교를 할 때도 자네는 다 꿰뚫어보았어.'

   '그러면 자네들의 뜻은 무언가?'

   '전사의 은하지,' 모타리온이 말했다. '사냥꾼의 은하야. 강자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썩어빠진 손 따위가 우리를 조종하지 않는, 구속하지 않는, 우리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그런 은하.'

   '그리고 그 은하는 호루스가 이끈단 말이지.'

   모타리온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시발점이지. 그가 대전사champion이고, 희생당하는 왕sacrificial king이야. 어쩌면 테라까지 가는 길에 자신을 전부 태우고 재가 되버릴지도 모르지. 아닐지도 모르고. 어쨌건간에, 다른 자들도 올라설 공간이 생긴다는 거지.' 모타리온이 더욱 가까이 다가섰다. 그의 갑주에서 피어오르는 화학약품의 알싸한 냄새가 칸의 코끝을 간질였다. '애초에 천사 따위와 가까이 지내서는 안 되는 거였네, 형제여. 매그너스는 차치하고 말이야. 자네 셋이 한데 묶여서 수렁으로 끌려들어가는 꼴을 내 얼마나 보기 싫었는지 몰라. 자네라면은 놈들의 위선에 질려서 놈들을 버리고 나올 줄 알았건만.'

   '그들은 위선자 따위가 아니야.'

   '아니라고?' 모타리온이 건조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자네가 놈들의 본성을 좀더 일찍 알아챘다면 좋았으련만. 워프일세, 자가타이. 우리 아버지는 워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시침떼려 했지. 그 영혼을 삼키는 진창에 벌써 팔꿈치까지 빠져 있으면서도 말이야. 그건 격리되고, 치워지고, 잊혀졌어야 해. 워프는 우리에게 이로운 게 아니야. 그건 질병이야. 재해야.'

   격정에 차 말을 잇던 모타리온이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가스로 감싸인 마스크에서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쉿 하는 가냞은 소리가 칸의 귀에 들려왔다. 아마 무언가 억제제가 주사된 모양이리라, 그는 생각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겠네.' 그가 조용하게 말했다.

   '음?' 모타리온이 고개를 위로 젖히며 말했다.

   '자네는 언제나 진솔했어, 그건 내 인정하네.' 칸이 말했다. ' 원하는 바를 감춘 적이 없었지.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자네가 어떻게 상상했는지 내 알겠네. 우선, 마법사들을 꺾는다. 마술사들을 침묵시킨다. 그들을 몰아내면, 지배권은 오염되지 않은 자에게, 건전한 자에게 돌아온다. 그게 자네의 위대한 계획이었지. 그날 울라노어에서 나에게 직접 이야기까지 해 주었어. 그때는 그냥 빈말인 줄 알았건만, 미처 몰랐네. 자네는 빈말 따위는 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칸이 말을 잇는 와중에도, 마스크로 감추어진 모타리온의 표정은 변함없이 불가해했다. 가끔 그의 눈이 가늘어지고, 손가락이 꿈틀대는 정도가 그가 보여주는 반응이었다. 그의 몸에서, 뜨거운 에너지가 유독한 매연과 함께 갑옷 틈새 사이사이에서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잘 안 되지, 그렇지 않나?' 칸이 계속해서 말했다. '원대한 계획을 끝마쳤다고 생각했더니, 마법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어나 있겠지. 호루스에게 지원을 받지를 않나, 로가에게는 새로운 수법을 배우지를 않나. 매그너스가 벌써 결단을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그까지 합류하면 자네는 사면이 마법사로 둘러싸이게 되겠지. 자네가 사서부Librarius를 파괴한 건 고작해야 이제는 마술사들이 제약 없이 활개치고 다니는 결과만을 낳았을 뿐이야. 자네는 놀아난 것 뿐일세. 그들을 위해 열심히 광대짓을 해 준 거지. 머지않아 자네도 그 진창으로 발을 들여놓게 될 걸세. 그들처럼 워프에 오염되게 될 거야.'

   '설마-' 

   '나는 그걸 똑똑히 볼 수 있어. 매그너스가 보여주었지. 자네의 군단이 그것에서 아직 자유로울지는 몰라도, 변화는 곧 찾아올 걸세. 자네는 이미 약정을 맺었고, 이제 그들이 수금을 하러 올 거야. 이 멍청아.'

   모타리온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의 두 눈 안에서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다 다시 빠르게 걷혔다. '자네는-'

   '그래서 날 찾으러 온 거겠지,' 칸이 말했다. '더 이상 같이 놀 친구가 없어져서. 자네와 함께 마법사들과 대적할 이가 이제 누가 있겠나? 앙그론? 거 참 믿음직한 친구로군. 커즈? 행운을 비네.' 칸이 경멸을 담은 눈으로 모타리온을 쏘아보았다. '자네는 배반의 과실을 베어물고 과실이 쓰다는 걸 깨달은 거야. 자네의 파멸로 나까지 끌고 들어가지 말게. 자네는 혼자야, 형제여.'

   마스크 뒤쪽으로 평정을 가장하고 있던 모타리온의 표정에 금이 갔다. 무표정이 빠르게 분노에 찬 으르렁거림으로 변했다. 침묵이 부르르 떨리고, 모타리온이 다른 한 손을 굳게 거머쥔 채 반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자네에게 선택권을 주려 왔네.' 모타리온이 어찌어찌 어조를 유지하며 말했다. '자네 군단의 절반은 이미 호루스에게 가담했고, 다른 절반은 자네의 명령에 따라 어디든지 가겠지. 아버지의 시대는 끝났네 - 자네도 새로운 시대의 일원이 될 수 있어.'

   칸이 미소지었다 - 경멸을 담아 차디차게. '새로운 황제란 말이지.'

   모타리온이 그를 마주 쏘아보았다. 허나 그조차도 그 말에 대한 의혹은 숨길 수 없는 것 같았다. '안될게 뭐 있나? 자네가 새로운 황제가 못 될 이유가 뭐 있단 말인가?'

   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마침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면 자네라던가. 안될게 뭐 있나?' 그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야 형제의 재호흡기rebreather 가장자리의 살갗이 탈색된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얼마나 오래 저걸 쓰고 있었던 거지? '안될 이유를 말해주지. 우리는 결코 제국을 건설하는 이empire-builder가 못 돼. 우리는 선도자outrider니까. 자네는 그 역할에 짜증을 냈고, 나는 그 역할을 받아들였지.'

   모타리온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날 위로 녹색 에너지가 어리며 침묵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데스슈라우드가 대낫을 내리고 싸울 자세를 잡았다. 

   '그럼 협상의 여지는 없는 것이로군,' 모타리온이 퉁명스럽게 으르렁거렸다. '유감이네, 형제여. 나는 자네를 구하려고 그토록 노력했건만. 자네를 파멸시키게 되서 정말로 슬프네.'

   칸의 뒤에서, 케쉬그keshig가 칼을 들어올렸다.

   '그게 나와 자네의 차이로군.' 칸이 예도를 뽑아 방어자세를 취했다. '내가 누구를 죽일 때면, 나는 언제나 웃고 있거든.'




얘들 결투씬은 쓸데없이 길어서 귀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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