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Dwarf 383호, 2011년 11월
익시온이 말을 막 마쳤을 때였다. 갑자기 소용돌이치는 어둠이 그와 시카리우스 사이로 기둥처럼 솟아올라왔다. 한순간 요동치며 피어오르는 어둠은, 불어오는 바람에 금새 연기처럼 흩어졌다. 어둠이 걷힌 사이로, 두 개의 형체가 군집한 울트라마린들 한가운데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페이스 마린들의 반응은 재빨랐다.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두 침입자는 이미 여섯 정의 볼트 피스톨의 흔들림 없는 조준 하에 놓여 있었다.
울트라마린들의 총구 대다수는 강철 후드를 둘러쓴 네크론에게로 향해 있었다. 몸을 구부정하게 굽힌 채이면서도, 네크론은 그 자리의 그 어떤 스페이스 마린보다도 컸다. 네크론의 손아귀 안에 매달려 있는 것은 다름아닌 파시어 엘도라스 스타베인이었다. 의식은 잃었지만, 분명 목숨은 붙어있는 채였다. 순간 내려앉은 정적을 틈타, 네크론이 시카리우스를 향해 말했다.
'다시 한 번 인사드리네, 길리먼과 테라의 자손이여. 부디 칼은 꺼내지 말아주었으면 하네 - 이전에 그대가 그 칼을 내게 보여주었을 때부터 줄곧 목이 욱신거리니 말이야.' 자신이 온 목적을 떠올리려는 듯, 그가 잠깐 말을 멈췄다. '나, 트라진은, 만드라고라의 파에론 이모텍 예하의 전령이라는 분에 넘치는 영예를 입고 이 자리를 찾았네 - 그분의 영광된 통치가 세세토록 그치지 않기를.' 그는 한껏 비웃음을 띈 채 말을 마쳤다. '그분이 보내시는 안부를 전하러 왔네.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듣겠는가?'
'듣겠다.' 시카리우스가 볼트 피스톨을 내리라 손짓했다. '아마 내가 화답을 말로 하지는 않겠지만.'
'하! 나쁘지 않아 - 자네는 원시생물치고는 정말로 꽤나 재미있는 친구야. 그러니 내 자네가 파에론께서 보내신 전문을 그대로 들어야 하는 수고는 면하여 주지. 끔찍하게 지루하고 오만에 차있으니 말일세. 대신 핵심으로 바로 넘어가지.' 그 말을 마치고는, 트라진이 의식을 잃은 스타베인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자네라도 지금쯤은 이 얼간이가 자네를 어떻게 속였는지 깨달았겠지.' 시카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트라진은 말을 이었다. '슬프게도, 이 자의 군대는 용케 꽁무니를 뺐지만, 이 자 자신의 후퇴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네. 이모텍께서는 이 자를 한 전사가 다른 전사에게로 보내는 선물이라 생각해 달라 하시네.'
'관대함에 몸둘 바를 모르겠군.' 시카리우스가 무뚝뚝하게 답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네 주인은 울트라마에 위협이 된다. 반드시 놈을 잡아 죽이겠다.'
'슬프게도 말이지만, 그리고 나도 내 생각이 틀렸으면 하지만, 나는 존귀하신 이모텍께서는 자네를 훨씬 능가한다 생각한다네, 길리먼의 자손이여. 정말이네. 허나 그렇다고 너무 자책은 하지 말게; 자네와 나는, 머지않아 또 만날 걸세. 거 왜, 나는 머크라그Macragge를 한 번 방문할 생각이거든. 자네들의 동결된 꼬마 신godling하고는 오랜 친구old friend라서 말이야. 내 생각엔 아마 그가 자네들 곁보다는 내 곁에 있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은데.' 그 말을 마치고, 트라진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귀에 거슬리는 기계음 속에는 조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해, 시카리우스는 한 마디 사나운 욕설을 내뱉고는 한 발을 길게 앞으로 내딛었다. 그는 물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플라즈마 피스톨을 빼들고는 영거리에서 일그러진 웃음을 짓는 안드로이드의 얼굴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이건 또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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