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알찬 헤러시 소설. 읽는 내내 놀라움과 웃음이 떠나지 않던 소설이었음. 일단 지금이라도 소설을 따로 구해서 읽겠다는 분들은 걍 나가주시길.

(스포!)

-소설의 내용은 파로스 산의 고대 통신장치를 둘러싼 나이트로드 잔존부대와 울마+임피 연합군의 분투 및 기타 인물들간의 갈등구조를 다루고 있음. 나이트 로드 부대는 커즈나 세바타르의 뜻과는 별도로 움직이는 테러리스트에 가까운 존재. 설상가상으로, 파로스의 등대는 본래의 기능을 뛰어넘어 폭주하고 있음.

-라이온은 외곽 경계를 순찰한다고 말하곤 사라짐. 길리먼이 나이트로드 침공과 관련해서 그를 찾았을 땐 이미 행방이 묘연함.

-임페리얼 세쿤두스 내부의 갈등구조가 여실히 드러남. 길리먼은 생귀니우스에게 라이온의 비밀주의와 거리를 두는 태도를 비판하면서 그를 견책할 것을 '부탁'하지만 생귀니우스는 이를 거부함. 생귀니우스와 길리먼 사이의 대화에서 길리먼이 여전히 울트라마를 '자신'의 영토로 생각하고 생귀니우스를 황제가 아닌 꼭두각시로 여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길리먼도 처음엔 이를 부인하나 일부 인정함. 길리먼은 생귀니우스를 황제로 앉혀놓고 그의 인물됨은 존경하지만, 여전히 울트라마와 그 주변 영토를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고 자신이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있음.

-가장 흥미롭고, 가장 재밌는 부분이라고 생각한 생귀니우스와 커즈의 1:1 대담. 커즈는 혼수 상태에서 워프를 해매는 동안 이미 모든 진실에 도달함. 황제가 자신들을 딱 맞는 환경의 행성으로 흩뿌린게 사고가 아니란 것도, 카오스 신의 존재도, 그리고 카오스 신이 인간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자신들도 카오스 신이 없이는 텅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도 모두 알게 됨. 생귀니우스와 커즈는 모두 예지 능력자이며, 서로 같은 미래를 보지만 다른 관점을 가짐. 

둘 다 황제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신들을 창조하고 이용했으며, 워프와 악마의 존재를 숨겨왔다는 사실을 인정함. 그러나 커즈는 그것이 황제 스스로의 기만이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이라고 판단했고, 황제의 뜻대로 이용당하다 처벌받아 죽기 전에 그를 통수치기로 마음먹게 만듬. 그러나 생귀니우스는 이를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아버지의 거짓이라 인지하며, 황제가 인류를 위해 그랬으리라 믿고 여전히 그의 뜻을 따름. 

커즈와 생귀니우스는 둘 다 자신이 죽는 미래를 마주함. 생귀니우스는 호루스의 손에 죽는 자신을, 커즈는 황제의 명을 받은 누군가에 의해 죽는 자신을. 그러나 생귀니우스는 운명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며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커즈는 우리는 모두 운명의 노예이며 카오스 신에게 놀아나느냐 황제에게 놀아나느냐가 다를 뿐이라고 함.

-커즈는 호루스의 반역은 소프트한 장난처럼 보이게 만들 어떤 거대한 위협이 다가오고 있으며, 은하계가 영원히 불타는 미래를 봤다고 함. 

-바라바스 단티오크와 폴룩스는 두 군단의 대립관계와 별도로 우정을 쌓으나, 바라바스 단티오크는 소설 막바지에서 사망. 죽어가는 단티오크를 끌어안고 우는 폴룩스의 모습이 앞으로 있을 두 군단의 운명과 대조되어서 굉장히 인상적. 단티오크는 죽기 전, 파로스의 등대가 내뿜는 빛에서 어떤 존재를 봤다고 이야기 한 뒤 종말의 시작이 다가왔다고 폴룩스에게 이야기 해줌.

-에필로그에서, 파로스의 등대가 은하계 밖의 끝없는 어둠속으로 내뿜은 신호는 순식간에 사라짐. 그러나, 그 신호를 포착해낸 존재가 있었음. 그리고 그 신호를 따라서 마침내 거대한 포식자가 은하계를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함.

  타이라니드가 어째서 울트라마로 가장 먼저 직행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헤러시에서 보여줄 줄은 몰랐음. 심지어 몇몇 인물들은(커즈, 단티오크) 이미 타이라니드와 그들로 인해 찾아올 종말을 인식했다는 점도 무척이나 흥미로운 부분. 그 외에도 여러 프라이마크들이 보여주는 상이한 태도와 대립각, 서로 대립하던 군단 사이에서 피어나는 우정 같은 게 아주 잘 나타나는 재미난 소설이라고 생각함.